매년 연초가 되면 지난 한 해 동안 찍은 사진을 사진책으로 만들어 동광원에 계시는 분들께 드렸다. 사진 찍을 때면 늙은이 사진 찍어서 뭐하느냐고 하시고, 사진책을 갖다 드리면 돈 드는데 왜 책을 만드느냐고 타박하시지만 사진을 보실 때면 소녀처럼 기뻐하신다.
열한 번째 사진책을 만들어서 드렸다. 포장을 열어보기도 전에 내 손에 들린 박스만 보고도 미소를 지으신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시며 미소를 지으시며 좋아하신다. 이 맛에 사진을 찍는다.
제일 마지막 장에 실린 돌아가신 원장님 무덤 사진에는 웃음없이 조용히 책을 덮으신다. 돌아가신지 이 년째가 되어도 여전히 그리움은 가시지 않는다.
올해도 사진을 찍을 것이다. 내년 이맘 때 쯤이면 열두 번째 사진책이 나올 것이다.
뜻 깊은 작업, 올해도 잘 진행하시길 빕니다 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