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lsy01.jpg » 근처 기숙사를 지나치는데, 순간 무슨 일이 있나 했습니다. lsy02.jpg » 여러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한 번에 내려쳐야 합니다. lsy03.jpg lsy04.jpg » 고기를 자른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염원들을 도화지에 적습니다. lsy05.jpg » 이렇게 만들어진 붉은 도화지들은 기숙사 곳곳에 부착됩니다. 함께 만든 글도 있지만 친구들끼리, 혹은 혼자 써서 붙인 것들도 있습니다. lsy06.jpg » 매일 노는 것 같은 옆 방 친구들이 제일 요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lsy07.jpg » Lee Hysan Hall 기숙사 연회입니다. 홍콩대학 내 기숙사는 13개나 되는데요, 기숙사마다 학기 중에 정기적으로 연회를 갖습니다. lsy08.jpg » 아무리 중요한 행사지만 급한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종종 보입니다. lsy09.jpg


 #4. 기숙사에서 바라본,
 
시험 기간입니다.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의 비장함은 어느 나라든 똑같습니다. 아침부터 도서관에 빈자리가 없고, 밤늦게까지 기숙사에 자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홍콩대학에는 신기한 문화가 있습니다. Superpass(勁過)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기말고사 전에 좋은 학점을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글자 그대로 굳세게(勁) 통과하기(過) 위함입니다. 기숙사 문화가 많이 발달한 홍콩대학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하네요.
 
 11월 마지막 주 내내 진행되는 이 행사는 주로 같은 층을 쓰는 학생들끼리 모여서 진행됩니다. 자정이 되면, 학생들이 모여 높은 학년부터 한 명씩 돼지고기 덩어리를 식칼로 내리칩니다. 이때 한 번에 고기가 잘리면 좋은 운이 따라온다고 하네요. 한 번만 허용되는 기회라, 너도나도 다들 안간힘을 써서 어떻게든 고기를 자르려고 합니다.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행사라, 웃으면서 즐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아, 저도 한 번에 고기를 잘랐습니다.
 
 고기자르기에 통과한 학생들은 붉은 도화지에 모여 자신의 이름과 바람을 적습니다. 과목명을 적기도 하고, 자신이 속한 단체나 맡은 역할을 적기도 합니다. 모두의 이름이 적힌 이 도화지는 기숙사 곳곳에 부착됩니다. 덕분에 요즘 기숙사는 사방이 붉은 도화지 천지입니다.
 
 Superpass 의식이 끝난 다음날에는 기숙사 연회에 참석했습니다. 학기 초와 학기 말에 주로 있는 이 행사는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규모가 있습니다. 모두가 밝고 활기찼던 학기 초에 비해, 시험을 앞둔 학기 말 연회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연회를 마치고, 학생들은 기숙사 전통 공연단의 사자춤을 보면서 학기 말의 운을 기원합니다. 작년에 공연단 단장이었던 친구의 말로는 기말고사 전의 이 사자춤이 전통 공연단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큰 자부심이라고 하네요. 학생들이 준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기숙사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들이 적은 바람들만큼 연말에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001.jpg려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보고 싶은 것과 배우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가볍게 다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바라보는 홍콩의 모습을 담습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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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walker21

2018.12.06 20:26:41

학생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풍경이네요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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