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여지를 주려는 사진

사진마을 2018.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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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의 개인전 ’시티 오아시스(City Oasis)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9일까지. 그의 첫 개인전은 2017년 3월에 열었던 ‘럭희(Luck喜)였는데 그에 따르면 “19살부터 29살이 될 때까지 찍었던 풍경사진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직관적이며 낭만적인 내용이었다.”
 
이번 전시 시티 오아시스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번 전시가 입문격이었다면 이번엔 ‘작가’를 드러내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전시장에 15점을 거는데 고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의 결을 내세우기 위해 애썼다. (자신을) 내려놓고 빼고……. 정으로 찍은 사진이다.”
 정으로 찍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말을 잠시 끊었다.
 “아 그것은 광각으로 하면 왜곡이 생기니 광각을 쓰지 않고 망원계통으로 정으로 찍었다는 뜻이다.”
 
 -장소가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
 “(이번 전시에 걸린 사진을 찍은 장소는) 서호주 퍼스다. 의미가 있다. 서양의 일본 같다고나 할까? 미국 같은 경우 광활하면 넓고... 그러나 이곳은 한눈에 정글과 바다와 호수와 사막이 다 들어오는 곳이다.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경험이 독특한 곳이다.”
 
 -일본 같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예를 들자면, 내가 페리를 탔는네 너무 고속이었다. 사람이 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랐다. 승객들이 애를 먹고 있는데 페리의 직원들이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나눠준다. ‘페리의 속도를 느리게 해드리진 못하지만 토할 권리는 주겠다’라고 말하는듯했다. 전체가 먼저, 개인보다 전체가 먼저, 섬나라 특유의 서바이벌 정신? 뭐 이런 느낌이 퍼스에도 있었다. 그걸 나는 일본 같다고 한 것이다.”
 
 -색에 변형을 주었다고 했다.
 “도시는 존재한다. 색을 만지고, 안 만지고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게 하기 위해 임팩트를 줄 수도 있다. 현재의 도시를 더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색을 변형할 것 같으면 굳이 사진으로 찍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아니다. 그 도시는, 그 사막은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진으로 찍지 않으면 이렇게 표현할 수 없다.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여지를 주기 위해서다.”
 
 -이 사진들을 본 어떤 사람이 퍼스에 가면 이 사진을 찍은 곳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사막 정도는 찾겠지만 나머지 장소는 못 찾을 것이다. 왜냐하면 남들이 잘 보지 않는 것을 찍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3만 보씩 걸으면서 구석구석 다녔으니…….”
 
 -그런 질문이 아니라 변형을 줬으니 사진을 찍은 장소에 가더라도 못 알아볼 것 같다는 소리다.
 “아. 다 알아볼 수 있다. 건물색과 하늘색 등을 손보긴 했지만 형태는 그대로 존재한다. 자동차, 사람, 신호등, 건물 등 모두 실제로 고스란히 외형이 있다. 합성이나 붙인 것이 아니다. 색을 바꾸긴 했지만 실제 색을 살리면서 살짝 톤을 바꿨으니 모두 찾을 순 있다. 그렇지만 실제 색과는 다르다. 아. 왜 색을 바꾸느냐고? 너무 실제 같으면, 그냥 예쁜 도시에 그치고 말겠지, 그걸 넘어서려면, 결을 살리려고 그렇게 했다. 
 
 -언제 찍은 것인지? 한국에선 안 찍는지?
 “지난해 연말에 가서 올 1월 초에 왔다. 그때가 호주 사람들의 휴가철이었다. 그래서 거리에 사람이 없었다. 호주 사람들은 죄다 발리로 가버렸는지…. 한국? 촬영하려고 한다. 제주에서 촬영을 했다. 시티 오아시스의 결에 맞춰서. 문화적인 것이 맞다면 찍을 것이다. 절제되어 있는 것을 찾아보려고 한다. 아. 일요일의 공덕동에서 그런 것을 봤다. 아무도 없는 휴일의 공덕에서 복잡하게 얽힌 건물들에서 절제된 그런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시티 오아시스의 결이 가능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노트를 옮긴다. 전시장엔 작가노트와 별도로 짧은 시같은 글들이 붙어있다고 한다.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길 희망하면서 작가가 직접 쓴 글들이다. 전시장에 가서 보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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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안소현
 
 이 세상에 많은 감정과 사건, 사고들을 마주하도록 설계되어 지구에 떨어진 우리는 나름대로의 숨 쉴 수 있는 오아시스를 찾는다.

 이 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안에 살아있는 오아시스는 즐거움이자 희망이고, 사랑이자 마음이다. 어떤 이는 일 속에서, 어떤 이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이는 홀로 있는 시간에 타는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부분들이 도시에는 존재한다.
 
 그것에 대한 표현으로 현존하는 도시를 비현실의 세계, 꿈의 세계로 표현하며 작업하였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일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그 준비되어 있지 않은 모습 그대로, 전시장 안에 펼쳐놓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세계에서 더 자유롭게 아무 거리낌없이 그 안을 스스로 헤엄치고 즐기길 원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사랑하는 완벽주의자들이 사는 세상 ‘시티 오아시스’에서
 당신은 완벽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제3세계의 여행자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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