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몸짓 기찬 포착

사진마을 2018. 11. 19
조회수 2844 추천수 1

lkw02.jpg » 54~55쪽.

lkw03.jpg » 136~137쪽

lkw01.jpg » 128쪽


<한겨레> 미디어랩부 삶과행복팀 이길우(사진) 선임기자가 사진집 <아첼레란도>(나루터 출판)를 냈다. 아첼레란도(Accelerando)는 “점점 빠르고 세게”라는 뜻이다. 이길우 선임기자는 1985년 서울신문에 입사했고 1988년 한겨레 창간 때 합류했으니 올해로 33년째 언론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한겨레> 웹진 ‘기찬몸’(http://plug.hani.co.kr/health)을 담당하면서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사를 쓰고 있다.


  이번 사진집은 무녀 서유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길우 기자는 작가노트에서 “서유정 무당은 함경도 망묵굿의 전통을 이어가는 ‘품위있는’ 무당이다. 그의 굿을 관찰했다. 그의 변화무쌍하고, 신명나고, 깊이 있는 몸짓과 표정을 담고자 했다. 제주도와 강릉 등 국내 곳곳의 굿당뿐 아니라 샤마니즘의 고향으로 불리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와 몽골 대평원에서 그의 경건하고 진지한 움직임을 따라 갔다. 어둡고 우울한 굿이 아닌 희망과 치유의 굿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 선무당 사진집이 그의 치열한 삶에 누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썼다.


  이 사진집엔 ‘추천의 글’이 두 편 실렸다. 독립큐레이터 최연하는 “사진기자가 아닌데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라고 했고 한겨레 사진부 강재훈 선임기자도 “사진기자도 아닌 취재기자 이길우 형은 어느 때부터인지 늘 자신이 쓰는 기사의 취재원들 혹은 현장 사진을 직접 찍어 신문에 게재하고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이길우 선임기자의 언론 이력에서 사진과 직접 관련된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깊숙한 관련이 있다. 사실 언론사에서 33년 일해왔다는 것은 어떤 특정 분야에만 익숙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며 글이든 사진이든 이것저것 못 하는 것이 없음을 뜻한다. 이길우 선임기자는 1995년에 한겨레 초대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이 났다. 아직 디지털카메라가 언론사에 보급되지 않았을 때다. 그는 베이징으로 가기 전에 홍콩에 들러 캐논카메라를 구입했다. 특파원으로 홀로 떨어져 일하면 lkw001.jpg » 사진집 <아첼레란도> 표지사진취재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에 벌써 티베트 취재를 해서 <한겨레>에 화보를 연재하기도 했으니 사진이 손에 익었을 것이다. 2008년 그는 <한겨레> 사업국장이었다. 이해에 대형 사진전 <매그넘코리아>가 그의 손을 거쳐 개막했다. 그때 만들어진 캐치프레이즈가 “사진의 중심, 한겨레”였다. 한국의 사진전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건이었다.


  이제 사진집 <아첼레란도>이야길 해보자. 에세이집이나 취재기 같은 것이 아니라 본격 사진집이다. 무녀 서유정의 굿을 2년 쫓아다닌 기록이다. 굿사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 것이다. 첫째 접근이 어렵다. 어렵게 촬영을 허락받았다고 하더라도 굿하는 과정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되기 때문에 앵글이 제한적이다. 간혹 굿을 하고 쉬는 사이에 연출로 재연하여 찍는 사람도 있다는데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는 본격적인 표정이나 동작이 나오질 않는다. 둘째 어둡고 좁다. 실내에서 열리는 굿이 더 많은 편인데 역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낮같이 환하게 밝혀놓고 굿하는 법이 잘 없다. 어두우면 셔터 속도가 떨어지고 조리개가 열린다. 이게 무슨 한계점인지 누구나 알 lkw0001.jpg » 이길우 선임기자, 사진가수 있다. 다행히 디지털카메라의 덕을 본다고 해도 어둠은 사진의 적이다. 세 번째는 빠른 속도다. 무당의 동작이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진집의 제목이 그래서 <아첼레란도>인 것이다.


  이 난관을 다 극복하고 나온 사진들이 이 사진집을 빼어난 작품집으로 만들었다. 사진술의 진보와 카메라의 대량 보급으로 급격히 늘어난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포토(Photo)와 아마추어(Amateur)를 결합해 ‘포토마추어(Photomateur)‘라고 부른다. 태어나면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나온 사람은 없으니 모든 사진가는 아마추어부터 시작했다. 사진을 전공해야만 사진가라고 불러준다는 법도 없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포토마추어를 당해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사진이 깊어지면 포토마추어라는 용어도 구시대의 것이 될 것이다. 이길우 선임기자는 2019년이면 언론인으로서 정년퇴임하게 된다. 사진가 이길우의 다음 작업은 무예와 전통공예 연작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음 작업이라곤 했지만 그는 벌써 웹진 ‘기찬몸’을 통해 전통무예 연작을 2년 가까이 연재해왔고 거기 들어가는 사진을 오롯이 그가 다 촬영해두었다. 택견, 영춘권, 용담검무, 팔괘내공, 파쿠르 등 제목만 들어도 역동적이며 신비로운 사진들이 눈에 그려진다. 전통공예는 그 전에 ‘장인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1년 반 무형문화재 장인에 관한 기획기사 연재를 했고 그 사진도 본인이 직접 담당했다.
 이길우 선임기자는 이미 사진가로서의 준비가 다 되어있다. 다음 사진집이 자못 기대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도서출판 나루터 제공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사진이 있는 수필

서울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3]

  • 사진마을
  • | 2018.12.07

서울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가? 적어도 20년 전의 나에겐 몹시 힘든 일이었다.   ...

전시회

사진으로 만든 방주

  • 사진마을
  • | 2018.12.04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 포토 아크(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 앙코르 전이 서울 정동 경향아트힐 2층 내셔널갤러리에서 정식 개막했다...

전시회

생각 여지를 주려는 사진

  • 사진마을
  • | 2018.12.03

안소현의 개인전 ’시티 오아시스(City Oasis)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9일까지. 그의 첫 개인전은 2017년 3월에 열었던 ‘럭희(...

전시회

2018 서울 진선미 사진전

  • 사진마을
  • | 2018.11.30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2018 서울 진선미’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곽윤섭 기자가 문화센터에서 지도한 졸...

사진이 있는 수필

플로피디스크의 기적 [2]

  • 사진마을
  • | 2018.11.30

사진이 있는 수필 #28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야 했다. 대략 90년대 말과 00년대 초반의 글이다. 당시 디지털의 초창기에 가까웠던 신문사에선 기...

전시회

전주 미화사진관의 역사

  • 사진마을
  • | 2018.11.27

한 자리에서 50년 사진사 윤현기씨 전주 미화사진관의 사진역사를 서학동사진관에서 사진전으로 28일부터 전주시 서학동사진관에서 기획전 ‘사...

내 인생의 사진책

'투명한 창' 깬 보도사진 문법

  • 사진마을
  • | 2018.11.27

내 인생의 사진책/질 페레스 <텔렉스 이란> ‘투명한 창’ 깬 보도사진 새 문법 지금도 종종 ‘보도사진의 위기’라는 말이 들린다. 인스타그램이...

취재

왜 죽는지 모른 채 죽었다 [1]

  • 사진마을
  • | 2018.11.27

대량학살 현장 십여 년 추적 김봉규씨 신문사 사진기자 20년, 나를 돌아보며 정리해보니 열쇠말은 분단이었다   ‘분단 한국’ 책 내며 내일이 ...

사진책

신명난 몸짓 기찬 포착

  • 사진마을
  • | 2018.11.19

<한겨레> 미디어랩부 삶과행복팀 이길우(사진) 선임기자가 사진집 <아첼레란도>(나루터 출판)를 냈다. 아첼레란도(Accelerando)는 “점점 빠르고 세...

사진이 있는 수필

불타는 뉴스

  • 사진마을
  • | 2018.11.16

사진이 있는 수필 #26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프(Tim Parchikov)가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일인 9월 7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 걸린 자신의 작...

전시회

태초의 땅, 원초적 몸짓

  • 사진마을
  • | 2018.11.14

김남진 개인전 'Time Landscape' 태초의 그 땅, 그 속의 남성 누드 김남진 개인전 ‘타임 랜드스케이프’(Time Landscape)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

전시회

나무와 돌과 철, 그리고 플라스틱

  • 사진마을
  • | 2018.11.09

어반아트 이전개관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어반아트가 이전 개관전을 연다. 12일부터 19일까지. 일요일은 휴무.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던 ...

전시회

우아한 바다 [2]

  • 사진마을
  • | 2018.11.07

김언지 작가의 사진전 ’바다’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덱스에서 열린다. 13일까지. 오프닝은 7일 5시. 5장의 사진을 받았다. 굳이 작가가 위안...

내 인생의 사진책

쫄깃하고 날것 그대로의 젊은 초상

  • 사진마을
  • | 2018.11.06

내 인생의 사진책/이한구의 <군용>   사진을 배우면서 베허 부부의 사진은 나에게 매우 특이하게 다가왔다. 감동을 주었다기보다는 그 반대로 아...

전시회

묻혀있는 사진가 발굴, 한국 근현대 기록 '눈' [1]

  • 사진마을
  • | 2018.11.06

[사진전문출판 30년 이규상 눈빛 대표] 문학에 꽂혀 대학도 문창과를 다녔다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 말을 따랐다   조세희 사진산문집 ‘침묵의...

게시판

말하지 못하는 말, 사진집단 일우 사진전 [2]

  • 사진마을
  • | 2018.11.02

사진집단 일우 사진전 <말하지 못하는 말>이 오는 2일(금)부터 11월 8일(목)까지 대학로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02-747-6943 사진집단 일우...

취재

한-중 역사 겹치는 곳에 한국을 알리자 [1]

  • 사진마을
  • | 2018.11.01

[중국 광저우 교환학생 설동준·남다희씨] 한국·중국어 팸플릿 300부 만들어 최근 ‘리지샹 위안소 진열관’에 기증 ‘아시아 최대 일본군 위안소’...

전시회

눈오는 대밭 표정 [1]

  • 사진마을
  • | 2018.10.31

원춘호 작가의 사진전 죽림설화(竹林雪花)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10길 22에 있는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5일까지. 02-733-1045 꽤 많...

전시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1]

  • 사진마을
  • | 2018.10.31

한겨레 박종식 기자 사진전 한진그룹 일우재단 수상작 일우스페이스, 11월 27일까지 노동, 노동자 문제 직격 조명 구의역, 유성기업, 쌍용차... 제...

전시회

단순하게, 강하게, 아름답게 [1]

  • 사진마을
  • | 2018.10.19

권장윤 첫 개인전 ‘THINGS LEFT' 충무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사진 찍으러 멀리 갈 일 없다" 집, 회사, 출장 가도 그 주변에서 권장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