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강하게, 아름답게

사진마을 2018.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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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윤 첫 개인전  ‘THINGS LEFT'

충무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사진 찍으러 멀리 갈 일 없다"

집, 회사, 출장 가도 그 주변에서


권장윤의 첫 오프라인 개인전 ‘THINGS LEFT-일상에서 간과된 낯선 아름다움’이 서울시 중구 퇴계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27일까지 하고 작가와의 대화는 10월 20일 오후 6시에 예정되어 있다.
 18일 오후 권장윤 작가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권 작가는 전시도 처음이고 사진 관련 인터뷰도 처음이라고 했지만 사진도 썩 뛰어나게 매력적이며 말도 참 조리 있게 잘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아는 척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쉬운 말로 설명을 잘한다는 뜻이다. 첫 오프라인 전시라고 한 이유는 권 작가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온라인 전시를 해왔기 때문이다. 올해가 네 번째가 될 것이다.  권장윤 작가 홈페이지  www.beyondframe.net 
 
 -어떤 계기로 사진을 하게 되었는가?
 “15년 되었을 것이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했다.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그러다 유심히 주변을 관찰하니 내가 머릿속에서는 기억을 못 하는데 카메라로 찍은 것은 남아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어보기로 했다. 출근 좀 일찍 하고 퇴근해서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해서 하루에 한 두 시간 시간을 냈다. 회사가 시청 근처에 있어 그 주변에서 시작했다.”
 
 -본인 사진에 변화가 있는가? 변해왔는가?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더라. 찍고 나서 찍힌 사람과 이야길 나눠봤다. 이메일로 사진도 보내주고 그랬다. 찍고 뭐라고 하시면 바로 그 자리에서 지웠다. 여러 번 같은 곳을 지나가니 빛이 보였다. 그림자도 보였다. 처음 칠팔년이 지나고 2010년 정도 되니 뭔가 보이더라. 그전까진 비가 오거나 날씨가 안 좋으면 안 나갔는데 그 무렵부터는 비 오는 날 오히려 형태가 달라짐을 알게 되었다. 더 다양해지더라.”
 
 -사진이 빛도 좋지만 높은 앵글도 많고 복잡하지 않아서 담백하다.
 “높은 앵글은 창문에서 내려다본 것도 있지만 남대문 시장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연결 통로 같은 곳이 있다. 피사체는 본인의 그림자를 모른다. 그림자가 왜곡이 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직장생활은 시간의 제약이 크다. 해외 출장 갈 일이 있으면 꼭 카메라를 들고 간다. 현지에서 용케 시간이 났을 때도 그 지역의 랜드마크 같은 곳을 찾지 않고 현지의 동네 길거리 주변을 다니면서 찍곤 한다. 작년 올해 영국에 출장 갔다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 중에 캠브리지도 있고 그렇다. 강아지를 안고 있는 분을 찍으려고 보고 있는데 그 안에 있던 그림을 그리는 분이 저를 보더라. 물론 사진 찍고 다가가서 말을 건네고 사진도 보내드렸다. 집 앞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집 안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저 사진은 길 건너 헬스장의 조명이 화려했다. 창문에 붙어 있는 입자 같은 것들이 실제 맨눈으로 볼 땐 지저분한 요소였다. 그런데 카메라를 통해서 보니 배경 조명 덕도 보고 해서 빗방울이 아름답게 확산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을 의미 있게 담아보려고 한다.”
 
 -단순하게 만든다는 뜻인데 어떤 방법이 있는가?
 “이 사진의 경우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다. 관광객이 많고 거리도 복잡한 곳이다. 그래서 위 전광판의 빛을 봤다. 저 빛에 따라 주변이 모두 한 가지 색깔로 정리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의 이름이 ‘Things Left’인데 중의적이다. 남아있는 것들도 되고 떠난 것들도 된다. 남기려면 버려야 한다.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것은 색이 남고, 어떤 것은 사람이 남는다. 빛으로 그림자로, 또 형태로 남는다. 버리고 버려서 아주 중요한 요소만 남기는 작업이다.”
 
 -이 사진도 강렬하다.
 “그거 DDP다. 광화문과 충무로의 갤러리를 자주 다녔다. 여러 번 반복해서 가다 보니 형상을 기억했다. 아래는 파란색인데 복장이 붉으니 바닥 컬러를 대비시키려고 했다. 원래 녹색에 가까운데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하면 암부 노이즈가 청색을 띤다. 시멘트의 질감도 살려야 했다. 저걸 찍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올해 1월쯤이었다.”
 
 -아 그럼 저런 식으로 노리고 있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는가?
 “많지 않다. 어차피 일상의 동선, 집과 직장 사이다.”
 
 -홈페이지에 여러 가지 테마가 들어있는데 연도별로 순서가 있는 것인가?
 “아니다. 4년 전에 처음하고 2회 할 땐 전년도인 1회 것을 남겼는데 3회 할 때 변화가 보이기에 1, 2회를 내렸다. 한 해 할 때마다 다 비우고 새로 앉힐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홈페이지에 있는 것은 순서가 없다. 내가 어떤 큰 메시지나 프로젝트를 잡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적절한 수준으로 분류를 해 놓은 상태다. 마치 SNS를 하듯 즉흥적으로 분류를 해보고 있다. 수학적인 계산보다는. 그 전까지는 도시의 풍경이었는데 최근 2,3년 동안 인물 공부도 했고 길거리 사람에게 더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아서 사람 관찰하고 있다. 보라. 이 사진에 찍혀있는 인물들은 내가 10분 아니 5분 만 늦어도 못 만났을 사람들이다. 그게 사진으로 남아있으니 굉장히 귀인들이다. 주변에선 이렇게 말을 하는 나보고 ‘도시 관점에서 사람 하나하나가 뭐가 중요해, 가족이 더 중요하지’라고 한다. 물론 가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 사진에 찍힌 사람들, 버스에서 내 앞에 앉은 사람, 나와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도 소중한 가치인 것이다.”
 
 -홈페이지에 보니 풍경과 사회적 메시지 이야길 했더라?
 “내 사진이 풍경에 가깝기는 한데 다큐멘터리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직장 다녀야 하니 어렵다. 사람이 있는 이야길 만들어 보고 싶어서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한다. 10년, 20년 해야지 그게 다큐 아닌가? 그런데 난 시간이 되지 않으니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파편화된 다큐멘터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유모차 안에서 아빠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컷이 있다. 이것만 보면 ‘뭐지?’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아빠와 아이가 같이 노는 컷이 있고 두 번째는 둘이 한 곳을 응시하는 컷이 있다면? 마지막엔 어떤 문제가 있어서 둘의 놀이가 중단된 것이다. 그렇게 상황별 스토리를 만든다면…. 순간이지만. 그런 장르도 고민중이다. 이야길 만들려면 숨겨져 있는 메시지를 전후의 컷을 통해 말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 이후에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 결론을 미리 보여주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직장을 버리고 전업으로 사진을 할 생각은 있었는가?
 “엄상빈 선생한테 그런 이야기 했다가 혼났다. 직장 다니면서 꾸준히 할 것이다. 내 사진이 다행이 그렇게 시간이 많이 드는 스타일은 아니다. 최근에 브런치에 쓴 글이 있다. 보통 이렇게 말한다. 직장을 다니지만 이 일도 하나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이 일도 하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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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영향이라기보다는……. 사울 레이터를 존경한다. 중국의 작가 판호도 좋고, 최근엔 김문호 선생의 사진전 ‘성시점경’에서 감명을 받았다. 길거리에서 캔디드로 찍었는데도 메시지가 들어있더라. 내 사진엔 메시지 같은 것이 부족하다.”
 
 -직장을 지켜야 하니 멀리 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어서 못 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상을 찍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랜드마크 예를 든 것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피사체를 쫓아요, 오로라, 스케일이 큰 요세미티, 거대한 사막 같은 피사체를 정하고 쫓다 보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뭘 하지. 그래서 피사체를 쫓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곳이 강동구에 있다.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겐 이곳이 미지의 세계다. 피사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담을 수 있다, 훈련이 필요하다. 유심히 관찰하고 발견하는 훈련. 내가 일상이라고 하지만 반복된다고 하지만 사실 매일, 매시간이 새롭고 달라진다. 주변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호기심이 흥미롭다. 내가 돈과 시간이 없어서 못 갈 수도 있지만 만약 알래스카에 가더라도 오로라 찍지 않고 그 동네 거리를 찍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뷰를 마쳤다. 전시장에 가봐야겠다. 그가 말하는 메시지의 부재가 어떤 뜻인지 짐작이 되어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예전에 김문호 작가와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몇 기억에 남는다. “운동사진은 기자가 찍는 것.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할 일은 일상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는 것” 권장윤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면 ‘포노 사피엔스’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단절을 보여주고 있다. 그냥 손에 손에 스마트폰만 들고 있는 사진만 모은 것은 아니다. ‘외로움의 시대’편을 보면 극명하게 권장윤의 스타일이 보인다. 외국 어느 사진가는 “자신은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런 그도 ‘스타일’이 있었다. 권장윤은 하드보일드와 느와르 영화 같은 기법의 사진을 즐겨 추구한다. 초상권 탓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엔 얼굴이 보여서는 안 될 사진을 추구한다는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장면처럼 비가 흩날리는 비정한 도시 공간을 자주 보여준다. 차가운 선 처리가 눈에 들어온다. 단절과 절단이 보인다. 이런저런 특징은 낭만적이지 않으나 슬프지도 않다. 그저 멜랑콜리하다고나 할까?
  이러니 권장윤의 사진에 메시지가 없다고 할 수가 없다. 분명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다만 외형적인 매혹을 좋아하다 보니 그게 너무 앞서서 눈이 시린 경우가 왕왕 있다. 많은 사진가들에게 없는 그 매력은 권장윤의 절대적 강점이니 버릴 일이 없다. 좀 다스리면, 좀 눌러주기만 하면 묵직한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를 일이 없고 지금으로서도 충분히 눈이 즐겁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갤러리 꽃피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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