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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이사
딱 5개월 만이다. 쪽방촌으로 다시 돌아왔다.
쪽방촌 탈출의 기쁨을 안고 한강을 넘은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넓은 방에 작지만 주방도 있었고 욕실도 있었다. 쪽방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방이었다. 그러나 비쪽방촌 사람들은 가난하고 장애 있어 기초수급비 받는 탈쪽방촌 부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월세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했고, 혹시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염려하며 부부를 의심하고 간섭했다.
채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4월에 두 번째 이사를 했다. 반지하 좁은 원룸이었다.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살고 싶은 부부는 주위의 간섭과 소음을 참을 수 없었다.
세 번째 이사는 6월이었다. 주택가 단독주택의 비교적 넓은 방이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관계는 악화되었다. 부부를 비정상으로 봤다. 부부인지도 의심했다. 사소한 일도 다툼으로 이어졌다. 의지할 사람 없는 부부는 두려웠다.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웠다. 모든 것이 감시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네 번째 이사를 한 것이 지난 8월이다. 고민 끝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쪽방촌으로 돌아왔다. 예전에 살던 쪽방촌에 예전에 살던 쪽방과 비슷한 규모의 방으로 돌아온 것이다. 좁고 낡은 쪽방이다. 그러나 부부는 마음이 편하다. 아무 불평이 없다. 간섭도 없고 이상한 눈초리도 없다. 누구도 훔쳐보지 않는다. 수군거리지도 않는다.
부부는 많이 배웠다고 했다. 차마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볼 수는 없었다.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