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들은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보는 ‘동체시력’이 일반인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뛰어난 편이다. 또한 사진기자들은 시선의 초점을 정면에 두고 있으면서도 왼쪽과 오른쪽의 주변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능력도 다소간에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좀 산만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다가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어 다른 쪽을 찍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빠른 움직임이 있는 사진, 특히 스포츠 분야를 잘 찍으려면 필수적인 능력인데 그 외의 취재에서도 요긴하다. 예를 들어 돌멩이나 화염병과 최루탄, 그리고 특히 비행 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랄탄이 난무하는 시위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사진을 찍으려면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다 살펴야 한다. » 영화 <달세계 여행> 포스터
“가끔 하늘을 보자.” 누군가의 노래 가사에서 본 것도 같고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던 것 같은데 어쨌든 나도 다른 이유로 가끔 하늘을 본다. 사람은 대체로 자기 눈높이 앞에 있는 것만 보고 사는데 눈앞에는 주로 다른 사람이 있다. 그게 지겨워서 땅도 보고 또 하늘도 보고 하는 습관이 있다. 2016년 4월 제주도 서귀포였다. 이날도 땅을 한 번 봤는데 동전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 음력으로 삼월 초닷샛날의 초승달이 하얗게 떠 있었다.
달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좌우를 의식했다. 오른쪽 위에서 뭔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오른쪽 검지는 이미 셔터 위에 올라가 있었고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올려 달에 초점을 주는 순간 제트여객기가 벌써 달려들고 있었다. 세 컷을 연속으로 찍었다. 제트기가 사진에서 달의 가로크기만큼 이동하는 데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면서 전혀 상관도 없이 순식간에 E.L.O의 팝송 ‘티켓 투 더 문’과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1902년 흑백 무성 영화 ‘달세계 여행’이 떠올랐다. ‘티켓 투 더 문’은 현실이 싫어서 하늘 높이 올라 달나라로 간다는 것인데 편도 티켓이다. ‘달세계 여행’에선 인류가 쏘아 올린 포탄형 로켓이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달의 표면에 박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저 여객기는 달에 착륙하지도 충돌하지도 않았다. 나는 딱 3초 동안 하늘을 보고서 다시 인간계의 눈높이로 돌아왔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