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_산판 #27 덩굴4
이제는 끝났나 싶었던 덩굴작업이 재작업 포함해 며칠 더 진행되었다.
35도를 넘어 40도까지 치솟았던 기온이 말복을 기점으로 그 기세가 조금 꺾였다. 해 뜰 무렵의 빛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을 암시 같은, 살짝 선선한 바람도 불었다.
시작은 가느다랗게 슬그머니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다. 덩굴은 그렇게 큰 나무도 고사시킨다. 시간을 빨리 돌려보면, 거대한 아나콘다보다 훨씬 힘이 세고 교묘하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