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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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언니를 이긴 카스텔라
 
아버지에게 응급상황이 생겨 큰 병원으로 옮겨져 온 가족이 병원에 다 모였다. 응급상황이 발생한 게 한 두 번은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하늘의 부름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가족들이 먼저 병원에 도착해서 아버지를 맞았다. 아버지는 정신이 드셨는지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찾은 아이 마냥 우리와 눈을 마주치시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아버지 부모가 되어드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면서 가엾고 아렸다….
 각종 검사를 시행하면서 뼈밖에 남지 않은 피부에 바늘을 몇 번이나 꽂으니 아버지 카리스마 성격이 또 드러나는 것을 보고는 “아 이제 괜찮아 지셨네.”하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꼽시계가 꼬르륵꼬르륵 울렸다. 모두가 입맛이 없겠지만, 짧은 시간에 해결 날 것 같지 않아서 아버지께 귓속말로 “뭐 드시고 싶은 거 없냐고?”의료진 몰래 여쭤봤다. 그랬더니 제 귀에 대고 “카스텔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비밀이라는 표시로 아버지께 눈을 찡긋 윙크를 하고 어머니와 언니 몰래 제과점에 들러 카스텔라를 2개 샀다. 아버지는 음식으로 인해 각종 수치가 오르내리지만 그 수치가 그리 중요한가?하는 생각과 이제 뼈밖에 남지 않은 육신이 그토록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마지막 길을 간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 나와 아버지의 비밀이야기는 이어졌다.
 어머니와 언니, 의료진 몰래 응급실 커튼을 치고는 아버지께 카스텔라를 드렸다. 정말 맛있다는 말씀을 100번은 넘게 하신 것 같다. 그런 모습에 나도 너무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다. 혹시나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딸만 넷인 우리 집 셋째 언니는 몸은 허약하고 공부는 엄청 잘하는 요즘 말로 엄친아였다. 그런 셋째 언니를 아버지는 혼내신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내가 부모라도 혼낼 이유가 없었다. 그에 비해 나는 태어날 때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도 아닌데다가 영양부족으로 몇 년을 다리에 보조기를 차고 다녔다. 항상 아프니 학교생활도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다. 언니들이 많아도 보조기를 차고 있어서 같이 데리고 놀아주지도 않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누구에게 나의 의견을 말할 줄도 몰랐다. 이러니 부모님 입장에선 전교회장과 모든 것을 잘하는 셋째 언니가 이쁜 건 당연한 것이었다.
 학교 다닐 때 내 이름은 ‘영남’이가 아니라 ??동생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에겐 항상 언니는 내가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이런 내가 결혼을 하고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는 걸 느꼈다. 아낌없이 주는 신랑 덕분인지 자신감이 생기고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능력?까지 생겼다. 병원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내가 가도 셋째 언니이름과 왜 안 오냐고? 병원에 갈 때마다 셋째 언니의 안부를  물으셨다. 처음엔 가슴 한쪽 섭섭한 생각도 들었지만 세월이 흐르니 이제 그러려니 하고 지났었다.
 그런 아버지께서 본인이 카스텔라 빵이 먹고 싶을 때 사주는 건 막내딸뿐이라는 걸 오늘 확실히 아셨나 보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셋째 언니를 이겼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응급실에서 “야호”를 외칠 뻔했다.
 아버지께서는 셋째 언니 이름은 기억도 안 난다 하시면서 내 눈을 쳐다보며 “고맙다 영남아 고맙다 영남아….”를 몇 번을 말씀하셨다.
 그랬다.
 셋째 언니를 이길 수 있는 건 카스텔라라는 걸 43년이 지난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다행히 그날 아버지 컨디션이 괜찮아지셔서 원래 계시는 곳으로 옮겨졌다.
 아버지의 마지막 길까지 몇 번의 폭풍 같은 시간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다음에 병원에 갈 때도 나는 카스텔라를 사 갈 것이다.


 

 

유소피아 작가는,pho02.jpg» 유소피아 작가
경운대학교 (디지털 사진 영상) 
대리점 대표



병원관련 업무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삶과 죽음은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사진이라는 도구로 ‘나’를 표현하는 ‘인생소풍’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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