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속의 은유 순간포착, 렌즈로 역사 기록

곽윤섭 2011. 07. 25
조회수 135993 추천수 0

  [세계보도사진전] 뉴스사진 감상법
 야만의 고발, 슬픈 역설, 영화보다 더 영화…
 때론 긍정의 눈으로 때론 비관의 초점으로

 

 

19_Thomas P Peschak.jpg

 

토마스 페샥, Save Our Seas Foundation 

 

 

 

사진 잘 찍는 법을 위한 팁, 두 가지 사례
1. [미션강의실] (1) 네모 안의 매력 포인트, 선을 찾아라
http://photovil.hani.co.kr/19437

2. 멋진 사진이냐, 의미있는 사진이냐 결론은 메시지
http://photovil.hani.co.kr/19461



 7월 28일부터 세계보도사진전이 시작된다.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주최하는 이 전시는 54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전 세계 125개국의 사진기자 5천6백여 명이 지난 한 해 동안 찍은 사진 10만 8천여 점을 출품했다. 2011년 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9개 분야로 나눠 심사를 했고 그 결과물인 수상작을 중심으로 170여 점의 작품이 이번에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소개하는 김에 뉴스사진 감상법을 곁들이고자 한다.

 

 보도사진은 힘이 세다. 보도사진은 팩트(사실, 사건) 자체가 끌어가는 경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보도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힘보다 사건 자체의 힘에 더 의존하는 일이 왕왕 있다. 물론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뉴스를 다루는 보도사진 외 다른 방면의 사진도 대상 자체의 힘에 의존하는 경우는 늘 있을 수 있다.

 

뉴스사진이 예술사진보다 더 객관적일까

 

  그 이야기는 나중에 별도로 하기로 하고 이번엔 뉴스사진(보도사진이란 용어의 불완전성 때문에 뉴스사진을 혼용한다)을 읽는 법에 더 치중할 것이다. 현장에서 뉴스사진을 찍을 때, 그리고 찍은 사진 중에서 골라 지면에 쓸 때, 그리고 전 세계에서 그런 식으로 보도된 사진들을 모아 심사하고 상을 줄 때엔 모두 거의 유사한 잣대가 동원된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이라서 예술사진(이 용어도 불완전하긴 마찬가지다)보다는 더 객관적일 것 같지만 어림도 없는 말씀이다. 사진과 사진을 비교하여 우수한 것을 골라내고 상을 주는 일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래서? 이견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별문제가 되진 않는다.

  보도사진가에게 상이란 부수적이다. 사진을 찍어 어딘가에 보도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일 뿐이며 출품하여 심사를 받고 상을 받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마다 이런저런 보도사진콘테스트가 열리면 눈여겨보긴 한다. 뉴스사진에도 트렌드가 있으니 올해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흥미롭다. 지난 한 해 지구상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01_Jodi_Bieber.jpg

 조디 비버, 굿맨 갤러리, 타임 

 

02_Daniel_Morel.jpg

다니엘 모렐, 아이티

 

07_Daniel_Berehulak.jpg

다니엘 베러훌락, 게티이미지

 

  올해의 가장 강력한 잣대는 희귀성에 의존한 뉴스밸류였다. 시각적으로 강하게 호소한다는 측면도 많이 부각되었다. 대상을 받은 남아공 사진가 조디 비버의 작품 <비비 아이샤>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을 보는 독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끔찍한 이미지다. 교통사고를 당해 생긴 상처라면 이 사진은 대상을 받지 못한다.

  뉴스사진엔 사진의 뒷이야기가 캡션(사진설명)이란 형태로 늘 동반해야 의미부여가 완성된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비비 아이샤는 어린 나이에 탈레반 전사 가정으로 보내졌고 사춘기가 되어 그 전사와 결혼했으나 폭력적인 처우에 불평하며 친정집으로 돌아온 것이 화근이 되었다. 탈레반 사람들이 들이닥쳐 그녀를 잡아갔고 귀를 자르고 코를 잘랐다. 이후 버려졌다가 구출되어 보호소에서 육체적, 정신적인 도움을 받았고 재활과정을 보내고 있다.

  야만적인 풍습의 희생자라는 상징적 의미가 이 사진의 뉴스가치를 높인 것이다. 이 사진이 상을 받는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되었을 역사적 사진이 한 장 있다. 1984년 스티브 매커리가 찍었던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사진이 그것이다.

 

a2.jpg

 

 차이가 있다면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에서 소녀는 녹색의 강렬한 눈빛으로 설움과 고난에 찬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신세를 호소했다면 조디 비버의 사진에선 “눈뜨고 코 베인” 상처로 담담히 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

 

 ‘스폿뉴스’ 단사진(한 장짜리 사진)부문에서 2등을 수상한 다니엘 모렐의 <아이티>도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 23만 명이 사망, 30만 명이 부상, 100만 명 이상이 집을 잃은 아이티의 지진은 초대형 재앙이다. 사진은 콘크리트 더미에 몸의 절반 이상이 파묻힌 사람들을 담고 있다. 먼지와 피를 뒤집어 쓴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원시부족들처럼 보인다. 지구의 몸부림 앞에 아무런 대책 없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아픔을 사진으로 보도하는 보도사진가들도 가슴 아팠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전달하는 목적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작품으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대형 재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지구촌 곳곳에 알리고 싶은 것이다. 아이티의 참사는 워낙 규모가 큰 지구적 재난이었으나 고작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 이 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티를 기억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전시장에는 여러 장의 아이티 참상을 담은 사진들이 있다. 타인들은 잊어버리더라도 보도사진은 여전히 웅변하고 있다.

 

사진 설명을 읽어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해 돼

 

  다니엘 베러훌락이 찍어 ‘뉴스 속 사람들’ 스토리부문 1등을 수상한 <파키스탄 홍수>는 재난의 참상을 담았다는 점에서 아이티의 사진들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사진이 찍힌 바로 그 순간에 사람들은 물에 잠겨있다. 세트장에서 배우와 엑스트라들이 찍는 영화의 장면이 아니라면 이것은 정말 놀라운 순간포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막 물이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허위적 거리고 있다. 그러니 사진 설명을 읽어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해가 된다. “9월 13일, 가장 피해가 컸던 신드주에서 파키스탄 육군의 구조 헬기의 물의 파도가 치는 가운데, 홍수 피해자들이 식량 배급분을 얻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헬기의 날개 그림자가 사진 속에 비친다. 한 때 국토 5분의 1이 수몰됐던 파키스탄 사상 최대의 홍수 상황에서 물자 공급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지긋지긋한 물속에 다시 뛰어들면서 식량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슬픈 역설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3__Martin_Roemers.jpg

마틴 뢰머스, 파노스 픽쳐스

 

16_Andrew_McConnell.jpg

앤드류 맥코넬, 파노스 픽쳐스, 스피겔

 

 

  찡그리지 않고 다소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진들도 꽤 있다. 마틴 뢰머스가 인도 콜카타에서 찍어 ‘일상생활’ 스토리부문에서 1등 한 이 사진엔 사고나 사건이 없다. ‘일상생활’ 부문은 말 그대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이 사진의 사진설명은 아래와 같다. “현재,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 살아가고 있다. UN은 2050년에는 세계인구의 70퍼센트가 도시생활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떻게 이 사진을 읽을지 살펴보자. 사진엔 기차와 택시와 인력거라는 세 가지 교통수단이 보인다.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다. 미래로 유입된 과거가 힘겹게  도시 속에서 버티면서 생활하고 있다. 기차는 움직이고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도 셔터속도의 도움으로 흘러 지나가고 있다. 셋 중에 가장 빠르고 첨단교통수단인 기차가 지나가는 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택시와 인력거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발 빠르게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할 일없이 서성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비를 이용한 전형적인 사진

 

  세계인구의 70퍼센트가 도시생활자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비극이 될 것이다. 도시 속에서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다. 도시빈민들이 도시의 하부구조를 지탱하는 동안 상위 3퍼센트의 도시인들은 쌩쌩 눈에 보이지도 않게 스쳐 지나갈 것이란 것을 이 사진은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을 자세히 뜯어보고 나니 또 마음이 무거워진다. 비슷하지만 훨씬 편한 사진이 있다. 앤드류 맥코넬이 찍어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단사진부문에서 1등을 수상한 <조세핀 음심바 음퐁고가 첼로를 연습하고 있다. 킨샤사, 콩고>다.

  사진의 설명을 보자. “콩고민주공화국의 킨샤사에서 첼로 연습을 하는 죠세핀 누심바 무뽕고(37세). 중앙아프리카 유일의 오케스트라 킴바구이스트 교향악단(OSK)의 멤버다. 죠세핀은 낮에 킨샤사의 중앙시장에서 달걀을 팔고, 거의 매일 밤 오케스트라 동료들과 리허설을 한다. OSK는 1994년에 현 지휘자인 아루만두 디앙기엔다에 의해 창설됐다. 처음에는 수십 명의 연주자가 적은 악기를 공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200명 체제로 콘서트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 대부분은 독학의 아마추어 연주자이고 낮에는 도시에서 본업을 한다” 설명을 보면 쉽다. 낮에 달걀을 팔고 밤에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보도사진이라고 해서 사진설명만으로 상을 받는 일은 없다.
  이 사진은 대비를 이용한 전형적인 사진이다. 가운데에 얇게 쳐진 플라스틱 담장이 있어 왼쪽의 사적인 공간과 오른쪽인 거리, 혹은 시장을 구분한다. 담장의 높이로 봐서 양쪽은 서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 그러나 담장의 두께로 봐서 소리가 퍼져나가리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왼쪽에서 첼로를 연습하는 죠세핀 누심바 무뽕고는 오른쪽 거리의 사람들과 다른 극에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란 뜻이다. 실제로 낮에는 죠세핀도 거리에서 계란을 판다고 했으니 똑같은 계층의 사람이다. 밤에 시간을 내서 첼로를 연주하는 것은 심적인 여유이며 희망이다. 몸은 가난하다고 해도 맘까지 가난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적 메시지다.  뭐니 뭐니해도 인간들의 공간에선  그늘이 늘 보인다.

 

자연을 찍었지만 인간에 대한 섬뜩한 경고

 

   그런 장면을 다룬 사진이 맘에 들지 않는 이를 위해서 만든 부문이 ‘자연’이다. ‘자연’ 단사진 부문에서 1등을 한 토마스 페샥의 사진은 시원하고 명쾌하다. “케이프가넷 새가 여름 번식기에 말가스 섬에 내려앉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서쪽해안에 있는 이 섬은 바닷새의 중요한 번식지이다” ‘자연’ 부문은 인간이 아닌 부류, 혹은 인간의 거주공간이 아닌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포함한다. 그래서 긴장하지 않아도 좋고 대체로 편하고 아름답고 귀엽다.

  그래야 하는데 이 사진은 조금 섬뜩했다. 짐작컨대 무인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이 사진에서 케이프가넷 새는 카메라, 다시 말하자면 인간을 노려보면서 내려오고 있다.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도 카메라(그 뒤에 숨어있는 인간)와 충돌을 각오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이곳은 새들의 땅이니 이곳만은 넘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 멋진 사진이다. 그 아래로 저 멀리 수없이 많은 바닷새 동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하늘엔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이미 이륙한 바닷새들이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 이런! 결국 이 사진도 인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보도사진은 강하다. 강하다고 단순하다거나 직설적인 것은 아니다. 은유적이며 계산적이며 미래를 암시한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비관적으로 역사를 기록하고 예측한다. 작년에 비해 비관적인 사진이 더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필자 개인의 주관인지도 모르겠다.
 전시는 예술의 전당 V 갤러리에서 8월 28일까지 열린다.

 

09_Adam_Pretty.jpg

스포츠 스토리부문 1등, 아담 프리티, 게티이미지, 스포츠 포트폴리오

 

17_Daniele_Tamagni.jpg

다이엘라 따마뉘,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2등, 볼리비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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