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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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_산판 #20 벌목꾼 풍경_3
 
 
이 사람은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제 산 날보다 짧아진 여생인데 먹고 싶은 거나 다 먹고 가자, 소도 좋고 돼지도 좋고 물고기도 좋다, 습관인 올무로 오소리 잡아먹는 걸 이제는 안 하기도 힘들다며 배낭에 덫을 넣고 다니는 이 사람, 작년 복날에는 자기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 동료들에게 저녁거리로 팔았다. 물론 자기도 함께 먹었다. 
 
 이 사람, 계산이 빠르다. 기능사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산림법인에 빌려주고 4대보험 가입 및 전액 납부, 그에 더해 소액이지만 매년 일정한 금액을 받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해 산림법인과 주선해주기도 한다. 계산이 빠르다 보니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할 필요도 알아 일을 함께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연락이 끊어지지 않게 신경을 쓴다.  
 
이 사람, 가능성을 너무 신뢰한다. 어떤 목상이 언제 어디서 삭벌한다고 하면 그대로 믿고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 그 목상의 일이 다음 해로 넘어갈 판인데도 그 목상 말만 한다. 산판의 일은 일기예보와 같다. 철석같이 믿으면 낭패 당한다. 민감하게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 다른 사람은 다른 일을 계속해 돈을 벌고 있는 사이 이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았고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이 사람, 술을 너무 마신다. 때로는 끼니 대신 술을 마시기도 한다. 때로는 며칠을 계속 마신다. 당연히 그동안은 일을 나오지 못한다. 작년에는 다쳐서 산업재해보상보험금 천여만 원을 받았는데 그중 팔백만 원을 사흘 동안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는데 썼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단 일을 하면 잘한다. 이 사람은 항상 빈털터리다. 
 
이 사람, 약았다. 누가 봐도 요령 피우는 게 보일 정도로 일한다. 그렇게 일하고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받아 갈 때가 많다. 어떻든 일하는 그 시간 동안 일을 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뒤에서 욕을 할지언정 돈 받을 때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 하는 것이지만 노동강도의 차이는 중요한 것인데 그는 그것이 잘 반영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대개의 관리자들은 결과를 측정할 뿐이지 과정을 살피지는 않는다. 과정을 살펴봤자 머리만 아프다는 걸 경험자들은 안다. 
 
이 사람, 자기가 최고라고 믿는다. 숲가꾸기 등 산림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10여 년 경험을 내세운다.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경험으로 다 알게 되었다는 그는 여럿이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해야 하는 경우에도 굳이 핑계를 찾아내 혼자 일한다. 예를 들면 이쪽은 좁은 골짜기니까 여럿이 함께 하면 위험하니 그쪽은 당신들이 하고 이쪽은 내가 혼자 하겠다고 한다. 반대의 조건에서는 이쪽은 넓으니까 넓게 퍼져서 각자 일하는 것이 좋으니 그쪽은 당신들이 알아서 하고 여기는 내가 하겠다는 식이다. 혼자 일하고 혼자 최고라고 믿는 사람이다. 
 
이 사람, 정치관이 논리적이다. 남북문제와 정치, 사회문제에 대해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주장을 한다. 그러나 그는 돈 문제가 찝찝하다. 자기가 돈을 줘야 하는 상황에서는 몇만 원씩 빼먹고 준다. 돈이 덜 들어왔다고 문제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나머지 잔액을 주고,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다.  
 
이 사람, 평범하다. 일하고 돈을 받는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경우 아니면 일을 빠지지 않는다.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도 아니다. 산을 앞에 두고 일이 고되게 진행될 조건인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인지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냥 시작한다. 눈에 띄지 않고 이야깃거리도 없는 사람이다. 이른바 투명인간이다. 작업반장들이 좋아하는 유형이다. 
 
이 사람, 앞과 뒤가 다르다. 하루 일하고 일당을 받는 일에는 쉬는 시간이 길고 기계톱 손질하는 경우가 잦는 등 일의 경과가 느릿느릿하다. 그러나 자기가 맡아서 하는 일 즉, 자기가 책임을 지고 보상을 받는 일에 있어서는 은근히 동료들을 닦달해 눈치 보게 한다. 그는 아주 작은 규모의 일만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잦지 않다.
  
이 사람, 자기 체력이 달려 다른 사람의 일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짜증을 내며 앞서가는 동료들을 탓한다. 나무를 대충 자른다느니, 할 걸 빼먹고 간다느니, 한 일이 잘못됐다느니 뒤에서 욕을 해댄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말을 당사자들 앞에서는 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욕을 해댄다. 그런 모습이 몇 년 동안 쌓여 그에 대한 소문이 꽤 퍼져있다. 
 
이 사람, 일을 정말 대충한다. 반면 정보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어떤 목상에게 일이 얼마나 있다더라, 언제 어느 정도의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등. 정보를 가지고 자기 일 안 하는 걸 때운다. 온몸으로 일해야 하는 산판일의 특성상 그는 물에 뜬 기름이다. 수중에 최소한 몇천만 원이 있으면 그의 말은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떼먹거나 너무 늦게 주는 목상들이 있었다. 이런 목상들을 대신해 자기가 벌목꾼들에게 돈을 지급해주고, 자기는 나중에 목상에게서 그 돈을 받는 식으로 재력이 있어야 이른바 ‘오야지’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는 그런 형편이 아니다.
  
 이 사람, 이 사람, 이 사람...
  
이 사람들의 삶으로 가꿔지고 키워진 나무들이 숲이 되었다. 그 숲의 호흡은 수많은 사람들의 숨과 함께 하고 있다.  더불어 목재 등 기대했던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고 있다.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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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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