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내시장’
이름은 들어 본 것 같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서울 생활에서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은 엄청나게 많다.
그렇다고 꼭 모두 가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낯선 장소를 찾아 만남의 변화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났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갈 곳 없는 것처럼 고민을 시작하면서 버스를 타고 가좌역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모래내시장을 찾는데 스마트폰으로 길 찾기 하여 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버스정류장에서 시장까지의 거리는 100미터도 안 되었다.
가까이 있는 곳인데도 첫 만남의 시장이다 보니 멀게만 느껴진 것 같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지나 여러 갈래 골목이 나온다.
드문드문 작은 가게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곳이 보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아직 상가의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골목마다 이리저리 엮어 있는 미로 같은 길로 들어서는 순간
나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곳이 모래내시장?
맞는 것일까? 왠지 오래된 나무 구조물로 지어져 있는 폐허 공간으로 보였다.
골목 안으로 다니면서 상가를 연 가게 사장님을 만나면 인사부터 하였다.
안면이 있는 분도 아니지만 나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드리면 가게 사장님께서도 ‘안녕하세요!’ 라고 답례하여 주신다.
일부 시장의 내부가 지붕으로 씌워져 있어서인지 시장은 캄캄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캄캄한 시장의 내부보다는 밖에서 바라다보는 모래내시장의 전경 모습을 담아보고 싶어
주변에 3층 건물을 찾아 올라가 보았다.
시장 골목 안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다르게 슬레이트 지붕으로 되어 있었지만 파손된 모양의 지붕의 구조물들을 보면서 “오래된 건물이구나” 라는 걸 알게 된다.
지붕과 지붕을 이어 덮어주는 거대한 파란색 비닐포장도 낡아서 여기저기 찢기어져 있다.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와 돌아다니며 캄캄한 시장 안의 환한 전깃불을 켜 놓은 곳이 띄어 다가가 보니 방앗간이었다.
방앗간의 기계들은 소음을 내며 재료를 만들어 낸다.
시장에서 천안기름집 사장님을 만났다. 이곳에서 35년 정도 장사를 하셨다고 하신다.
이곳의 빈 가게가 많은 것을 보게 되는데 그 궁금증을 여쭈었더니 재개발예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고 하신다.
길 건너 아파트보다 먼저 재개발로 지어져야 했었는데 어떤 사유인지 길 건너 아파트가 먼저 짓게 되어 완공되어 가고 있으며 이번 달 27일에 시공업체 선정이 결정된다고 하신다.
“저는 이곳에 처음 왔습니다.
재개발되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을 듣고 사진으로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소견을 이야기하였더니 사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파트 건설하기 전에 사진을 하시는 분들이 와서 이곳을 사진으로 찍어 책을 만들어 주셨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책을 보고 싶어졌다.
“많은 분들이 모래내시장를 사진으로 찍어 갔었구나”라는 생각에 다음에 모래내시장을 다시 찾아오게 되면 책을 소유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 책을 보고 싶어졌다.
‘현이네 식당’
아침을 먹기 위해 문을 연 식당을 찾아갔다.
식사준비를 해주시는 사장님께서 내게
‘왜 사진을 찍고 다니나?’라며 질문을 하신다.
‘아! 네. 이곳에 처음 와보게 되었는데요.
재개발 현수막과 시장의 빈 가게들을 보면서 없어지기 전에 사진으로 기록 해 보려고 합니다.‘
사장님은 20년째 식당을 해오셨다고 하신다.
가게가 많이 비워져 있는 것도 재개발 과정에서 자리를 떠났다고 하며 안타까운 이야기도 해 주신다.
이곳에 살던 원주민 분들은 재건축하게 되면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하신다.
현재 월세 60~70만 원 내던 것을 재건축 후 입주하려면 보증금에 월세 2~3배는 내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많은 상가도 들어서지만 월세 2~3배 내면서 들어 올 원주민은 어디 있겠느냐!
상가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처음 장사를 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들어왔다가 몇 개월 못 버티고 다시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세를 낼 만큼 장사가 안 되는 사유도 있으며 이곳에서 처음부터 장사를 해 오던 원주민 분들도 굉장히 높은 월세를 내면서 월세 벌기 위한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한 체 깨끗한 시설이니까 하고 들어왔다가 다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씀도 해 주셨다.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 고마웠다.
사장님께서는 당신은 계속 식당을 하지 않을 거라고 덧붙여 이야기해 주셨다.
이곳에서 재개발 들어갈 때까지만 운영하시고 실업자로 가시겠다고 웃으시며 이야기하시는데 왠지 서운한 표정을 보이신다.
아침을 이곳에서 해결한 나는 ‘다음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리며 식당에서 나섰다.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낙원오복떡집’ 이곳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며 떡을 만들고 계셨다.
38년 정도 이곳에 장사를 하였으며 웃으시며 맞이하여 주시며 떡을 포장해 주신다.
이곳에 빈 상가가 많다고 여쭈었더니
10시 이후에 다시 오면 문을 연 상가가 많고 사람들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상가마다 사람들과 상가를 배경으로 사진으로 담아 두는 기록을 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스친다.
어디까지나 생각이지만 모래내시장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꾸준한 작업을 시작해보았으면 한다.
조희철 작가는,» 조희철 작가
관악구의회 사무국 홍보팀 근무 중.
그냥 직장인으로 사진가의 꿈을 향해 거닐어 본다.
내가 찍은 사진은 어떤 이가 볼 때는 아주 소소할 수도 있겠다.
모든 것을 보여주거나 표현한다기보다는 아주 작은 부분들을 촬영한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확장해 가려고 한다.
매일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림을 갖게 된다. 나에게 촬영은 보이는 시선 너머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연재 제목은 ’거리에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