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신호

렌즈로 본 세상 조회수 265 추천수 0 2018.04.24 13:31:13

비도 내리고 어쩌다 보니 나흘째 쉬는 날, 심심하고 답답하고 괜히 근질거리는 몸 여기저기 긁적거리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문을 나섰다. 아파트 복도 창에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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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옆 창틀에 믹스커피가 담긴 종이컵 하나가 놓여있었다. 마시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와서 그냥 놓고 내려갔나, 일이 있어서 마시다 잠깐 집에 다시 들어갔나, 추측을 많이 할 시간은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어떻든 분위기 나는 종이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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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탔다. 헤드라이트를 켰다. 앞에 마주보며 주차된 앰뷸런스가 내 차 빛 때문에 그런지 뭔가 큼직한 짐승 한 마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살아서는 알 수 없는 곳까지도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짐승. 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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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앰뷸런스와의 간격이 좁아 조수석 백미러를 보며 약간 후진, 그런데 차창으로 철쭉이 보였다. 만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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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볼까 일단 가며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꽃이 보였다. 잠깐 갓길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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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아침 출근시간대였다. 그걸 깨닫는 짧은 순간 얼떨결에 셔터를 또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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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켰다. 이달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은 빠르면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대한항공 갑질파문, 드루킹 사건, 헌법개정을 지방선거와 함께 하는 건 물 건너갔다는 등 뉴스가 나왔다. 비가 내리고 기온은 쌀쌀해서 그런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시내에서 차를 타고 가다 화장실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각종 공원이나 운동장에 가면 있다. 주차할 공간까지 있다. 원주도 축구장만한 터에 농구대 등을 설치해서 젊음의 광장이란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 다 있다. 화장실도, 커피자판기도, 벤치도, 겨울에는 어묵까지도. 거기로 갔다. 계속 비가 내리는데도 쓰레기통 관리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밀짚모자의 동그라미가 인상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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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볼까, 집을 나설 때의 문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그냥 서 있기도 그렇고, 근처에 있는 운동장으로 갔다. 차에서 내리려는데 차창을 흘러내리는 빗물에 운동장 입구가 왜곡되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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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가 내려도 운동장을 걷는 사람은 꼭 있다. 그런데 왼쪽 아래 빗물이 현실을 왜곡 시킨 모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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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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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고 운동장 필드 맞은편 트랙을 돌고 있는 한 시민이 보였다. 항상 궁금했다. 도대체 이런 날씨에 운동장을 왜 걷는지. 그것도 평일 오전에. 그러나 물어보지 않았다. 어떻든, 나도 운동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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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산이 없어서 관중석 난간이 처마 역할을 하는 트랙 외곽을 따라 좀 걸었다. 관중석에 고인 빗물이 우수관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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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편 빗물이 고인 곳에 누군지 모를 지방선거 예비후보 명함 한 장이 찢긴 채로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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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을 나왔다. 어디를 가볼까, 막막해하고 있는데 녹색 신호등이 켜졌다. 직진, 계속 갔다. 다음 녹색은 좌회전, 다음 녹색은 직진, 그렇게 따라갔다. 그러던 길에 비가 잠시 소강상태. 언제 비가 그쳤지, 하고 있는데 새집 하나 지어져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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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갔다. 녹색 신호는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많이 지나다녔고 옛날에는 아는 사람이 있어 술 한 잔 추억도 있는 동네가 나타났다. 그런데 풍경이 삭막했다. 아파트와 주택가에 붙어있던 산이 까지고 있었다. 개발 공사 중이었다. 사라지는 산을 지켜보니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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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갔다. 한나절이 지나 집까지. 녹색신호는 집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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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

2018.04.24 15:04:09

사진가 구보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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