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힘, 그리고...

사진마을 2018.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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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작가의 사진전 <Hidden Dimension>이 서울 은평구 증산동 포토그래퍼서 갤러리 코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도를 보니 서울 지하철 6호선 증산역 3번 출구에서 걸어 갈만한 거리에 있다. 5월 4일까지. 작가와의 만남은 4월 28일 오후 5시(17:00)로 예정되어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힘이 넘치는 이 사진들을 전시장에서 큰 규격으로 보면 한층 더 감동적일 것이다. 별다른 해석 없이 작가가 직접 쓴 전시의도와 서문을 곁들이니 읽고 나면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전시 의도/김상환
 
바다는 많은 작가들에게 그리움과 회한, 그리고 미지의 것들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는 중요한 대상이다. 나에게 바다는 일상의 무대이다. 통영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역사학을 연구하고 강의를 해왔지만, 카메라를 들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사진들은 물론, 자연스레 바다와 관련된 자연, 사람, 환경의 문제에 다양한 작업을 병행해 왔다.
 사진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의 모든 대상과 공간은 나를 드러내는 작업이어야 스스로 만족한다, 나는 그동안 가족이야기의 단편을 담은 사진첩 ‘귀천 다시 가족으로’ (2015)나 ‘서피랑 박경리학교’(2015) 와 같은 작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내 주변은 물론, 바다를 매개로 한 다양한 기록, 재현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진이라는 분야에서의 예술적 표현이나 탐색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작가의 관점이나 의도에 의해 적절한 빛을 받아들여 상을 맺게 하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사진으로 세상을 그려내는 작가들은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빛을 받아들여 세상을 이미지화한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빛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 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빛을 왜곡시켜 그 본질에 다가가거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카메라로 세상을 재현하는 것은 눈을 통해 뇌가 판단하는 세상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나는 구체적인 사실의 재현뿐만 아니라 예술의 도구로써 카메라의 특성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 또한 세상을 드러내거나 모색하는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빛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리얼리티가 제거된 바다의 모습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이는 카메라를 이용해 시각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며, 바다를 이미지화하는 하나의 실험이다. 일종의 유희와도 같은 이러한 작업들은 오랜 시도를 통한 반복된 노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번 전시는 나만의 프로세스를 통해 바다를 보는 나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이미지화한 결과이다. 특히 이번 작업은 바다라는 거대한 오브제가 가지는 표피적인 특성에 충돌하는 몇 개의 힘들과의 관계를 형상화하였다, 즉 시간, 운동, 방향, 진동 등의 힘이 혼합되어 드러나는 형상을 인위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완성한 결과물들이다. 이는 대단히 우연적 결과이지만, 끊임없는 시도로 만들어낸 필연적인 우연성의 형상들이다. 나아가 이 작업들은 눈앞의 것들을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려는 몽상가적인 나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작가소개
작가 김상환은 1960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대구 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한국사전공을 수료하였다. 1989년 대학 한국사 시간강사로 출발해, 1990년 통영 수산전문대학 교양과에 임용되어 한국사를 강의하고, 1997년이후 국립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대학에서 한국사, 한국 중세사 및 한국 근현대사, 지역사 등을 강의하였다. 교직 30년 만에 교직을 그만두고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작가는 통영에서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반인들을 규합, 통영의 아카이빙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시민사진운동그룹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스사사)”을 조직, 지금까지 두 차례 통영 아카이빙 사진전시를 이끌고 있다. 통영의 사진집단 사진인(思眞人)의 멤버로 2014년 그룹전 Fermata를 시작으로 각종 그룹전에 참여 하고 있다. 2014년 10월 생각하는 사진 회원전 “생각 좀 해보자”, 2015년 제 2회 생각하는 사람 그룹전 “Who are we?”에 참여하였다.
 사진과 관련한 저작으로는 ‘서피랑 박경리학교(2015)’, ‘귀천-다시 가족으로-(2015)’가 있고, 온빛 다큐멘터리 기관지 <<PHOTO NOTE>> VOL. 3의 특집, ‘이주라 무엇인가?’에 ‘발개 가족 이야기, 떠날 수밖에 없는, 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고(2016.12) 하는 등, 통영지역의 다양한 삶과 자연에 대한 연작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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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서문>
 
 Hidden Dimension 
 1.바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사람들을 슬픔에 빠트리는 슬픔과 분노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다는 그저 존재할 뿐, 우리가 가지는 바다에 대한 관념은 각자의 추억과 기억, 아픔과 치유, 그리고 상상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온다. 사람마다의 바다와의 관계에 따라 제각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에게 바다는 오래된 인연만큼 많은 추억들을 안고 떠다니는 공간이며,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명상의 장소이다. 나의 사진작업이 바다와 관련된 사람들의 삶과 공간에 대한 기록, 혹은 예술적 놀이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다에 서면 나는 그 어떤 공간보다 마치 발가벗은 듯 살아있는 온전한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다.
 
 2.새벽녘
 먼 섬으로 향하는 배는 방파제를 빠져나왔다.
 고요했던 물결은 쏜살같은 배의 진격으로 이내 갈라지고 흩어진다. 점점 바다는 격한 몸짓으로 새로운 진동을 만들고,  파도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물결에 고정된 나의 시선과 몸은 어느새 공명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내 눈과 몸은 마비된 듯 눈앞의 실체들을 조금씩 지워내고 있었다. 가까스로 현실을 딛고 서 있던 나는 순간 또 다른 차원의 출입구를 맞닥트린다.
 숨겨진 차원의 문이 열리면, 바다는 또 다른 세상. 어느새 난 낯선 세상에 발을 딛고 서있다. 어릴 적 갯가에서 듣던 이야기 속의 바다세상이 눈앞에 서고, 현실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들을 만난다. 신화의 장면들을 스치는가 하면, 온갖 사물과 자연들의 본질이 드러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짧지 않은 바다를 지나 다시 갯가에 당도해도 여전히 느껴지는 그 파동의 여진들. 시나브로 차원의 문이 닫히며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만난 것은 바다라는 현실 속에 숨겨진 파동의 세상이다. 그것은 익숙한 현실의 관계와 물리적 움직임을 벗어나 만나는 우연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바다라는 공간 속에서 파도와 나와의 상대적 움직임, 공감이 만든 숨겨진 차원의 필연적인 현실이기도 하다. 
 
 3.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소박하게 말하면 이러한 프로세스와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세상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직 나의 외로운 행위에 대한 위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한 이유로 이 작업은 길게는 1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봉인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행위 자체에 예술적 깊이를 주고 발전시키기 위한 prologue이다.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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