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은 보도사진 보는 4가지 관전포인트

사진마을 2018. 02. 09
조회수 4013 추천수 0

2017년 찍어낸 보도사진

뉴스가치와 심미적가치

기분이 좋아지는, 나빠지는 사진

현장풀 사진 크레딧에 문제 있어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지난 5일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 수상작을 발표했다. 2017년 한 해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국내외 다양한 현장에서 취재한 보도사진에서 선정된  한국보도사진상의 대상은 ‘올림머리 푼 박 전 대통령’(세계일보 이재문)이 수상했다. 그 밖에 최우수상 11점, 우수상 13점, 가작 12점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 구성된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은 3월21일부터 4월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수상한 모든 사진기자들과 상을 받지는 못했으나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수고한 모든 사진기자들에게 축하의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수상작을 살펴보도록 한다. 상을 받은 사진을 보면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과연 어떤 사진이 상을 받을까?
  대상은 분야 없이 전체 출품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진이 받는다. 나머지 최우수, 우수, 가작은 모두 분야별로 수상작이 정해진다. 각 분야 사이에 우월의 차이는 없다.
 출품 분야와 간략한 설명은 아래와 같다.
 *스팟뉴스(SPOT NEWS): 미리 예정되지 않았던 돌발적인 사건, 사고의 뉴스사진으로 생생한 현장감과 순간 포착이 중요하다. 예) 화재, 사고, 자연재해 등
 *제너럴뉴스(GENERAL NEWS): 미리 예정된 정치, 사회, 문화적 행사의 뉴스현장에서 기자의 새로운 시각과 창조성이 돋보이는 사진.       예) 집회, 모임, 이벤트 등
 *피처(FEATURE):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사진. 강한 인간적 흥미와 일상사에 대한 참신한 시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 계절 스케치, 어린이, 동물 스케치 등
 *스포츠 액션(SPORTS ACTION): 각종 경기의 역동적인 장면을 생생하게 잡아낸 사진.
 *스포츠 피처(SPORTS FEATURE): 스포츠현장에서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사진. 강한 인간적 흥미와 일상사에 대한 참신한 시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인물(PORTRAIT) : 인터뷰 등 피사체가 되는 인물의 개성을 훌륭하게 표현한 사진.
 *네이처(NATURE) : 자연현상이나 생태계, 희귀 동식물 등을 생생하게 표현한 사진.
 *아트 앤 엔터테인먼트(ART & ENTERTAINMENT): 예술, 공연, 패션, 요리, 건축 등의 분야를 기자의 심미안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낸 사진.
 *뉴스 속 인물(PEOPLE IN THE NEWS) : 뉴스현장 속 인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개성 있게 표현한 사진.
 *시사 스토리- 뉴스가치가 있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일정기간 취재기자로서 긴 호흡을 가지고 관찰하고 접근해 메시지를 담은 스토리 형태의 기획물 사진.
  예) 태안 기름 유출사고 1년. 촛불시위과정 조명.
 *생활 스토리 - 사람, 자연, 스포츠, 예술 등 시사성 뉴스 외적 분야에서 한 가지 혹은 유사한 주제를 스토리 형식으로 담아낸 기획물 사진.
 
 분야가 많고 좀 복잡한 점도 있다. 예를 들어 화재 현장은 돌발적인 사고이므로 스팟뉴스에 속하는데 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강아지를 구해내는 사진은 피처의 성격이 더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서 관전포인트 1을 제시한다. 아래 쭉 나열될 각 수상작들이 위 11개 분야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맞춰볼 것. 스토리는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짜리 사진을 뜻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분야의 구분은 그렇지만 그것은 상을 주기 위한 구분이니 큰 문제는 없다. 어떤 분야든지 간에 좋은 사진, 상 받는 사진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보는 눈이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가치와 심미적 가치로 크게 나뉜다는 것은 상식이다. 뉴스가치는 (사진이 다루고 있는, 포함하고 있는) 사안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말한다.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과 음주운전에 연루된 일반인 사안이 서로 같을 수는 없다. 심미적 가치는 겉으로 보기에 얼마나 미적인지를 보는 것이다. 미적이란 것은 아름답게 핀 꽃,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사람 등의 조화로운 외적 구성을 뜻하기도 하고 또 다른 차원의 미적 가치도 있다. 포털 백과사전에서 인용한다.
 “숭고미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크고 위대한 것을 추구하는 데에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고고한 정신적 경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미의식이다. 우아미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작고 친근한 것을 추구하는 데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고전적인 기품과 멋을 드러내는 미의식이다. 비장미는 숭고한 이념을 긍정하려는 투쟁에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한의 정서를 표출함으로써 형상화되는 미의식이며, 골계미는 구속을 거부하고 삶을 긍정하려는 각성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미의식이다.”
 즉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같이 겉으로 아름다운 사람만 미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고 장미나 백합처럼 겉으로 아름다운 꽃만 미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며 일출이나 설경 같은 것만 미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여기서 관전포인트 2를 제시한다. 각각의 수상작들은 어떤 가치를 더 인정받았을까?
  그런데 사진을 보다 보면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뉴스가치로 높은 것 같은 사진들 속에도 여러 종류의 심미적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사건 사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팟뉴스와 제너럴뉴스의 사진도 어떤 식이든 훈훈하거나 예쁜 사진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 54회 한국보도사진상에 대한 분석은,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인가 아니면 기분이 나빠지는 사진인가를 따져봤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이 또한 모호한 접점이 드러나긴 했다. 이것이 관전포인트 3이다. 여러분은 각각의 사진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가? 나빠지는가? 2017년엔 기분이 좋아지거나 마음이 훈훈해지거나 웃음이 나는 사진이 많다. 비단 지난해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이런 경향성은 꽤 오래되었다. 비참한 현장보다는 즐겁거나 감동이 있거나 예쁜 사진들을, 독자나 심사위원들이 더 좋아한다.


kppa02.jpg »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대상>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2017.3.31<이재문기자/ 세계일보


kppa01.jpg »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한국보도사진가협회가 선정한 올헤의 사진상 문재인 대통령이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유족인 김소형씨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2017.05.18 <강은구기자/ 한국경제/>

kppa16.jpg » 제54회 한국보도사진전-최우수상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한 이 권한대행은 긴장된 상황을 반영하듯 머리카락에 헤어롤을 그대로 꽂은 채 취재진 사이를 지나 청사로 들어갔다.

kppa17.jpg » 최우수상 23일 오전 10시쯤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3년 동안 물밑에서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잭킹바지선 사이로 떠올라 옆으로 길게 누워 있다. 세계일보 하상윤

kppa18.jpg » 최우수상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올림픽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2017 FIS 노르딕 복합 월드컵 스키점프 본선에 참가한 폴 게르스트게이저가 비행하고 있다. 2017.2.4 양영석 기자 연합뉴스

kppa19.jpg » 최우수상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폭우가 쏟아진 7월 23일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인근에서 불어난 물로 인해 새끼 고양이가 침수된 차 바퀴에 올라가 있다. 오장환 기자 뉴스1

kppa20.jpg » 최우수상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서울 ADEX 2017)’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이 화려한 곡예 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오장환 기자 뉴스1

kppa21.JPG » 최우수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4일 서울 사당역사거리에 갑작스레 강한 비가 내렸다. 때마친 폐지를 모아 수레에 싣고 길을 건너던 한 노인이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았다. 그러다 비에 젖어 폐지가 무거워지자 옮기는 것을 멈추고 체념한 듯 인도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노인에게 다가가 우산을 건네주고 돌아섰지만 부모님 생각에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곧바로 이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올리자 1500개가 넘는 격려의 댓글이 쏟아졌다. 집 근처에서 취미로 폐지를 줍던 이 노인은 초기 치매 증상 탓에 길을 잃어 전날 가족들로부터 실종신고가 됐고, 이 사진으로 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박지환 기자 서울신문

kppa22.jpg » 최우수상 서울 동작구 미혼 모자 공동시설 ‘꿈나무’에서 미혼모 박수영(가명)씨가 아이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가 본능적으로 손을 잡는다. 박씨는 “아이가 제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을 때마다 세상과 맞설 용기가 생겨요. 아빠 몫까지 제가 사랑을 쏟아서 바르게 키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국민일보

kppa23.jpg » 최우수상 스리랑카에서 온 딜란타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온 피로르스와 폰록, 이들처럼 노동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얼굴을 비롯해 전신에 화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들은 대체로 보상과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화상 치료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비중이 다른 치료들보다 높기 때문이다. 피해자 다수가 복원 성형수술을 포기하는 이유다. 또 장해보상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일시금은 내국인 노동자가 평생에 걸쳐 받는 연금과 비교해볼 때 11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하다 화상 산업재해를 당한 딜란타, 피로르스, 폰록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들을 만나러 스리랑카 파나두라와 경북 포항, 경남 통영을 찾았다. 김성광 기자 한겨레

kppa24.jpg » 최우수상 16일 대전 서구 월평동 갑천둔치에서 담뱃불로 보이는 대형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불길에 휩싸인 갈대밭속에서 고라니 한마리가 황급히 몸을 피하며 필사의 탈출을 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충청투데이

kppa25.jpg » 최우수상 잠실구장에서 2017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최승섭 기자 스포츠서울

kppa26.jpg » 최우수상 흑인 발레단이 선택한 유일한 동양인 이충훈 “상의를 벗어줄 수 있나요?” 탄탄한 몸을 본 사진기자가 물었다. ‘댄스시어터 오브 할렘’ 무용수 이충훈은 조금 망설이다 상의를 벗더니 푸시업을 10여 차례 반복했다. 그는 “휴가 기간이라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멋진 사진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동아일보
 


 마지막 관전포인트는 문제 제기다. 나는 심사위원 중의 한 명이 아니었으나 이번에 수상작 선정에 어떤 이의를 제기할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받을 만한 사진이 받았다. 우수와 최우수, 대상의 경계 지점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견이 있으나 크지 않다. 문제 제기는 다름 아닌 대상 수상작이다. 지난해 3월 31일 새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이 장면은 세계일보 이재문 기자가 찍었다. 그런데 당시 4월 1일치 조간을 다시 살펴보니 비슷한 사진(같은 사진으로 보인다.)이 세계일보가 아닌 다른 신문에도 등장했다. 기자 이름이 서로 달랐다. ‘현장풀’이란 제도가 있다. 매체가 갈수록 많아지고 취재현장은 갈수록 혼잡해진다. 더구나 전직 대통령 구속 수감 같은 큰 사안에는 보안의 문제 때문에 한 곳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어느 포인트에서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이럴 땐 현장에 모인 사진기자들끼리 현장풀을 한다. 예를 들어 A에서 J까지 10개의 포인트가 있다면 기자들이 한 포인트씩 나눠서 담당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사진을 온라인에서 공유한다. 고육지책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정한다. 핵심은 사진을 찍은 기자의 이름이다. 운이 좋게 C포인트를 맡은 C 신문에서 가장 좋은 장면을 찍었다면 그 사진의 크레디트는 C 신문의 아무개 기자로 쓴다. 나머지 포인트를 지키던 기자의 매체에도 사진을 보내주는 것은 애초의 약속이니 당연히 그렇게 한다. 다만 소속사의 기자가 찍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동취재사진’으로 쓴다. 그런데 보이는 것처럼 이걸 지킨 회사는 한겨레 하나밖에 없다. 나머지 언론사는 모두 다른 포인트를 지키던 자사 기자의 이름을 달았다. 그러다 보니 경향신문의 사진기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정면과 측면이 모두 같은 기자의 이름이 달려있다. 촬영한 기자의 이름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크게 곤란한 일임을 지적하고 있다. “현장풀은 어쩔 수 없는 대안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그 지적이 아니라 출처에 대한 지적이다. 출처가 불분명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독자가 언론을 외면하고 결국 사진기자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된다.

park01.jpg » 경향신문 park02.jpg » 경향신문 park03.jpg » 동아일보 park04.jpg » 세계일보 park05.jpg » 중앙일보 park06.jpg » 한겨레 park07.jpg » 한국일보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수상작 사진/한국사진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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