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고 조각하거나 그리면 창작일까 범죄일까

곽윤섭 2011. 06. 14
조회수 24112 추천수 0
[논쟁이 있는 사진] <7> 표절
 팝아트 대가 제프 쿤스, 소송 당하고 소송하고
 화가가 사진기자 사진을 베껴 미술대전서 대상

 

 

이 사진,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에 실려있는 ‘논쟁 사진’들 중에서 독자 여러분과 토론하고 싶은 아주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5월2일부터 주마다 한 번씩 8회에 걸쳐 사진을 보여드리고 책에 언급된 기초적인 자료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의견을 밝히시면 저도 토론에 동참하겠습니다. 8회에 걸쳐 모두 동참하신 분들에겐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트위터로 참여하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곽윤섭 기자 트위터 @kwakclinic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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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끈처럼 이어진 강아지들>(위), 아트 로저스의 사진 원작 (아래)

사진 출처-ttp://jerryandmartha.com/yourdailyart/images/koons2.jpg (위), 열린책들 제공(아래)


 

 

 제프 쿤스(1955~ )는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중인 팝아트 작가 들 중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최근 한국의 어느 백화점에서 그의 작품을 수백억 원에 구입해 전시하고 있다. 이른바 아트마케팅이란 것으로 이재에 밝은 제프 쿤스와 그의 유명세를 이용하려는  백화점 쪽의 궁합이 맞은 모양이다. 그는 스캔들을 많이 만든 작가로도 유명하다. 표절 시비에 말려 여러 건의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유죄선고를 받았다. 다른 이가 찍은 사진을 아무 허락없이 도용한 혐의였다.
 
 너도나도 잡화상 주인 변호 나서 결국 꼬리 내려
 
 그랬던 제프 쿤스가 먼저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2011년 2월 4일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온라인판 기사 <제프 쿤스 ‘풍선 강아지 소송’했다가 “깨갱”>를 인용한다.
 “제프 쿤스의 지적재산권을 대행하는 회사인 <제프 쿤스 유한책임회사>는 한 거리의 잡화상에 ‘정지명령’ 서한을 보내 풍선 강아지 모양으로 만든 북엔드(움직일 수 있는 책꽂이)의 판매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잡화상의 주인은 판매를 계속했고 한편으로는 ‘공익을 위해 무료로 변호해줄’ 변호사를 찾아냈다. 변호사는 잡화상 주인을 옹호해줄 증인들을 찾아 나섰는데 순식간에 전문가들이 줄을 섰다. 그 중에는 1960년대에 ‘풍선으로 강아지 만드는 법’이란 책을 쓴 저자도 포함되어있었다. 제프 쿤스측은 아무런 소송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했고 풍선 강아지 모양 북엔드는 계속 판매되었다. 북엔드에 이름이라도 넣어달라는 제프 쿤스의 주장도 철회되었다.”
 풍선 강아지는 피에로나 마술사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만들어주는 풍선마술작품을 뜻한다.  제프 쿤스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스테인리스 스틸로 거대한 풍선 강아지 조각품을 만들어 재미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풍선 강아지 모양의 북엔드를 보고 자신의 원작성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단하다.
 1988년 11월 제프 쿤스는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출품된 조각품들 중에는 컬러로 채색된 목조각품 <끈처럼 이어진 강아지(String of puppies)>가 있었다. 이 조각의 복제품 세 점은 총 36만 7천 달러에 팔려나갔다. 몇 달 뒤에 아트 로저스란 전업사진가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삽화로 등장한 <끈처럼 이어진 강아지(String of puppies)>을 보게 된다. 아무리 봐도 자신이 찍은 사진과 흡사했다. 아트 로저스는 1980년 스캐넌이란 사람의 부탁을 받고 강아지와 스캐넌부부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2백 달러를 받고 사진과 복제권을 넘겨주었으며 뒤이어 이 사진은 동의하에 우편엽서판으로도 만들어졌다.
 
 법정 “타인 이미지를 물감을 사용하듯 가져다 쓰는 행위”에 경종
 
 그러나 제프 쿤스는 아무런 언질 없이 사진을 본떠서 조각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분개한 아트 로저스는 1989년 제프 쿤스를 위조 혐의로 고발했고 조각으로 얻은 수익을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소송은 현대 미술사에서 주목받는 한 장면이 되었다. 변기를 작품으로 출품했던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작가가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시중에 나도는 기성품을 선택해 이용하는 전위 미술)이후로 ‘창작의 개념’ 판단을 법리적으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전용의 경우 소유권을 누가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였다.
 사진가의 논지는 단순명쾌했다. 자신의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의 도용과정도 비열했다. 쿤스는 엽서판 강아지 사진 한 장을 이탈리아의 장인들에게 보내 ‘사진과 똑같이’ 조각으로 복제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엽서에 적혀있던 로저스의 저작권 표기 부분을 찢어버렸다. 쿤스는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조각품을 거액에 팔아넘긴 것이다.
 쿤스와 그의 변호사는 항변했다. 로저스의 사진이 독창적이지 못한 것이며 매우 흔한 소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20세기 미술사의 이론을 동원해 쿤스의 작업은 “맥락을 바꾸는 것이며 풍자적으로 개작이 되었고 우리 사회의 사유화한 이미지를 사회적으로 비판”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은 상투적이란 쿤스의 논지를 기각했다. 로저스의 사진은 연출, 배치, 조명 등의 방향에서 독창적이었다는 판결이 나왔다.
 쿤스의 조각품은 누가 봐도 비열한 모사품에 지나지 않았다. 풍자적 개작이라는 예외성도 기각되었다. 관객은 조각품에서 그와 같은 표시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조각가는 가능한 사진을 감쪽같이 모사 하려고 했기 때문에 법적 관점에서 창조적 행위라기보다는 표절이란 판단이 내려졌다.
 요약하자면 법정은 ‘인물과 동물의 구성에서 재료와 크기와 색채, 세부와 맥락의 차이보다는 전체적으로 유사함을 주는 인상을 더욱 중시’했다. 쿤스의 시도는 모두 물거품이 되었고 1992년의 항소심에서도 아트 로저스는 완승했으며 쿤스는 무단복제 죄목으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사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판결은 드문 편에 속한다. 어쨌든 이런 판례는 저작권의 개념이 오늘날에도 존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마치 “타인의 이미지를 물감을 사용하듯 가져다 쓰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린 듯하다.
 
 심사위원장이 한 술 더 떠 “사진기자는 영광으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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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홍창용의 그림 <전철정류소 1>(위), 사진기자 서경택의 사진 <지하철의 보통사람들>. 사진출처 전민조 <가짜사진 트릭사진/1999 행림>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전민조 선생의 저서 ‘가짜 사진, 트릭 사진(1999 행림출판사)’에서 첫 사례를 인용한다.
 1984년 4월 8일자 잡지 <레이디경향> 158~159쪽에 경향신문 출판사진부 서경택 기자의 사진이 실렸다. 그런데 화가 홍창용씨란 사람이 이 작품을 그대로 옮겨 그해 중앙일보 주최 중앙미술대전에서 회화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화가의 당선소감이다. “부인이 빌려온 책을 보고 그렸다 어느 사진작가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심사위원장이다. 사진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워지자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 대상을 받았으니 오히려 그 사진기자는 영광으로 알아야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그해 5월엔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입선작이 표절시비에 말렸다.
 1984년 11월 19일치 경향신문 기사 <사진은 그림의 모델인가>에선 표절시비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사진계에선 표절 혹은 모사품이라고 주장했고 미술계에선 “사진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작품화하는 데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이고 있지만 창작의 첫째 조건인 아이디어의 빈곤”이란 측면에선 비판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수상은 취소되지 않았고 흐지부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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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기자 손광호의 사진 <컬러 잠망경-표고버섯재배>(왼쪽), 화가 장정영의 그림 <재생>(오른쪽). 장정영씨는 왼쪽의 사진을 보고 그린 이 그림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 한국화부문에서 입선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죄를 선고받은 제프 쿤스의 무단복제사건과 수상취소 없이 흐지부지된 한국의 사례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진에선 원작의 고유성은 없는 것인가요? 타인의 사진을 허락없이 베껴서 그림이나 조각으로 만드는 것은 제2의 창작일까요, 범죄일까요? 
 
   


 ◈ 시리즈 차례

 

 1회: 외설이냐 예술이냐
 2회: 베네통사의 광고사진, 발칙한 ‘도발’
 3회: 뤼크 들라예,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의 대립
 4회: 프랑크 푸르니에와 사진가의 현장윤리
 5회: 세바스티앙 살가도와 타인의 고통
 6회: 다이애나비의 마지막 사진과 파파라치
 7회: 제프 쿤스의 사진 표절과 원작의 고유성
 8회: 만 레이와 사진의 가격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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