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라 한국의 설경

사진마을 2018.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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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기념전시 ‘스노 랜드’
핀란드 작가 펜티 사말라티와 2인전
평창 겨울산 찍은 ‘마운틴 워크’ 소개


2005년부터 열번째 방한…‘솔섬’ 유명
2009년 엘엔지 기지 계획 수정에 한몫
“다시 가보니 보기 싫은 시설이…”


ggh06.jpg » 26일 마이클 케나가 공근혜갤러리에서 자신이 평창에서 찍은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40년 넘게 흑백 풍경사진을 찍고 있는 세계적 사진가 마이클 케나가 열 번째 한국을 방문했다. 그의 이번 한국 방문은 서울 삼청동에 있는 공근혜갤러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서 겨울의 상징인 눈을 주제로 열고 있는 마이클 케나와 핀란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의 2인전 ‘스노 랜드’개막에 맞춰 이루어졌다. 마이클 케나는 지난 2005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2007년에는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찍었다. 그의 솔섬 사진이 입소문이 나 한동안 한국 사진가들의 성지처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2009년에 솔섬이 있는 곳에 LNG 생산기지가 들어서 솔섬이 몽땅 없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사진 덕분에 그 계획이 일부 수정되어 솔섬을 보존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케나가 솔섬을 최초로 찍은 사진가는 아니지만 그의 사진 덕분에 솔섬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6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공근혜갤러리를 찾아 마이클 케나와 인터뷰를 했다.

ggh04.jpeg » <마운틴 워크, 2012 한국 강원도 평창 ⓒ마이클 케나

ggh02.jpg » Frost Covered Morning, Broughton, Oxfordshire, England. 2005ⓒ Michael Kenna

ggh03.jpg » Kussharo Lake Tree, Study 10, Kotan, Hokkaido, Japan. 2005ⓒ Michael Kenna

ggh05.jpg » Solovki White Sea Russia 1992 ©Pentti Sammallahti,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1.jpg » Boy and Three Pillars, 1978 Helsinki, Finland ⓒ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케나는 “처음 한국에 온 이후로 올 때마다 마치 친구를 사귀듯 조금씩 한국을 알아가고 있다. 10여 차례 왔지만 여전히 찍을 곳이 많이 있다. 한국은 계속 사귀고 싶은 친구와 마찬가지다”라고 운을 뗐다. 처음부터 한국을 잘 알고 있었을 리는 없다. 따라서 동행하는 통역 겸 가이드의 영향에 따라 한국의 방문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촬영지를 알아보기도 했고 혼자 차를 몰고 다녀보기도 했다. 한국말을 못하니 가이드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널리 알려진 곳을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니고 나의 사진은 내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솔섬(영어 작품명 파인트리(Pine Trees)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는 해안에서 철구조물 같은 것을 찍는, 완전히 다른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의 끝나서 그곳을 떠나려다가 우연히 솔섬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케나는 이번 2주간의 일정에도 솔섬을 들렀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비무장지대를 거쳐 동해안으로 갔다가 솔섬에 가봤다. 이제 더 이상 그곳은 내가 최고로 선호하는 촬영장소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주 보기 흉한 산업시설물이 들어섰다. 보기 싫었다. 물론 장소는 변하는 것이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스노우 랜드’ 전시에는 강원도 평창의 눈이 내리는 풍경사진도 한 점 걸렸다. 케나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올림픽 개막과 시기를 맞췄다는 것은 알고 있노라고 했다. 스키활강장을 짓기 위해 가리왕산의 나무 10만 그루가 잘려나간 사실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나는 나무를 많이 찍기 때문에 당연히 나무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나는 위선적인 발언을 하고 싶진 않다. 가끔은 나도 자연파괴에 대해 화가 나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하지만 또 가끔은 그렇지 않은 생각도 한다. 올림픽이 열리면 전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선수들이 참가하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무를 희생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집도 짓고 차도 몰고 발전소도 짓는다. 솔섬 주변에도 산업시설이 들어섰더라. 그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장에 걸린 ‘Mountain Walk’는 어떤 작품인지 물었다. 그는 “인상적인 곳이었다. 배경에 있는 숲이 가족처럼 보였고 앞에 하나 튀어나온 나무가 배경의 가족과 교감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평창에서 찍은 사진은 훨씬 많지만 아직 현상만 해놓고 인화를 못 한 상태다. 시간을 두고 평창과 나머지 한국의 필름들을 차분히 인화해서 멋진 사진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케나는 주로 길게 노출을 주는 사진을 찍는다. 그의 초기 작품은 밤 사진이 많았다. 한 두 시간 정도부터 길게는 12시간씩 노출을 주기도 했다. 케냐는 촬영 중에 생긴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약 40년 전 초기 작업 때 뉴욕에서 좀 떨어진 산악지방에서 사진을 찍을 때였다. 시차 적응 문제 때문에 밤 사진을 즐겨 찍는 편이고 그날도 새벽 2시쯤 카메라를 삼각대에 걸어두고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안개 낀 밤이어서 길게 노출을 주기 좋았다. 그런데 당시 그 지역에 연쇄살인마가 출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오두막에서 노부부가 총을 들고 나와 “당신 누구야? 뭐 하는 거야, 쏜다. 쏜다”라고 비명을 질렀다는 것이다. 깜깜한 밤중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케나는 “그 부부도 놀랐지만 나도 놀랐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새벽에 바로 호텔로 돌아와 현상을 했는데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고 했다.
 또 몇 년 전에는 뉴질랜드의 어느 호숫가에서 카메라를 세워두고 2시간 여유가 있어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카메라와 삼각대가 몽땅 없어졌다.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했는데 대뜸 경찰이 자기 차에 그 장비가 있다고 했다. 알고 보니 호숫가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던 한 여성이 카메라만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아 호수에 빠진 것으로 짐작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돌려받아 필름을 현상했는데 과다노출이 되어 다 타버렸다. 그때까지 카메라가 열려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어딘지 물었더니 모든 곳이 다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공근혜 관장이 “케나는 어느 특정 국가, 특정 장소를 비교하는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게 너무 개발이 많이 된 곳은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나 그곳이 어느 지역인지 밝히는 것은 피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거들었다. 케나가 우리의 대화를 듣더니 뭔가 짐작이라도 한 듯 끼어들었다. 그는 “예전에 서해 쪽 어디를 갔었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내가 그 장소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것은 과한 일이다. 그 섬의 주민들은 섬에 카지노를 유치하고 싶어했다. 거기 사는 사람과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의 소나무가 다르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다. 그런데 나는 둘의 차이보다 둘의 유사한 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평온하고 차분한 철학적인 사진을 찍는 사진가의 품성이 전해졌다. 


글, 마이클 케냐 인터뷰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작품사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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