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과 출신이 사진 하게 된 사연

사진마을 201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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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수원국제사진축제 개막

[강제욱 총감독 인터뷰]


서울대 미대 조소과 나왔으나

"알고보니 회화도 복제예술"


총학생회 활동으로 티베트와 인연

티베트도 돕고 예술도 하려고 고민


해답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

한국 유일의 다큐멘터리 사진축제 열어



 동북아시아에서 유일한 국제 규모 다큐멘터리 사진축제인 ‘제4회 수원국제사진축제’가 수원 화성 행궁동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21일까지. 주제전은 계원예술대학교 KUMA로 옮겨져 2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사진축제의 제목은 ‘문명, 위대한 여정’이다. 한국의 경우 경주, 서울, 공주, 수원 등지에 있는 대표 문화유산이 소개되고 아시아권엔 몽골, 네팔, 태국, 중국, 티베트, 캄보디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유적들이 포함되어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uwon.photo 에서 확인할 수 있다. kju01.jpg » 강제욱 총감독
주제전은 불교 사찰인 팔달사에서 열린다. 주제전 참여 작가의 명단을 보면, 박하선, 한영수, 김혜식, 송광찬, 하지권, 서헌강, 이원철, 채승우, 최항영, 이규철, 김문호 등이 있고 외국 작가 7명도 포함되었다. 그 외 특별전의 전시 장소만 해도 크고 작은 곳을 합하여 10곳이 훨씬 넘으며 길거리 갤러리도 여럿 있다. 팔달사, 로데오갤러리, 로데오 버스정류장 갤러리, 로데오갤러리 특별관, 해움미술관이 있고 팔달문에서 행궁광장으로 가면서 갤러리주점 크로키, 행궁길 골목길 갤러리에도 사진이 걸려있다. 신풍초등학교 담벼락 갤러리에는 경기사진 아카이브가 전시되고 있고 종로 청과물 시장에는 유용예 작가의 해녀 작품이 대파를 쌓아둔 청과물 시장 담벼락에 걸렸다. 바로 앞 청과물 가게 사장님은 마치 큐레이터처럼 손님들에게 사진에 대해 설명을 하곤 한다. 이 일대가 수원의 원도심이어서 상권이 많이 위축되어 있다. 따라서 관객이자 손님의 발길을 끌고 싶은 상인회와 사진축제운영위원회가 서로 협조하는 관계다.


  지난 주초 팔달사를 찾아 수원국제사진축제를 4년째 이어가고 있는 강제욱 총감독을 만나 사진도 둘러보고 인터뷰를 했다.
 -왜 수원에서 하는가?
 “수원과의 인연이 있었다. 이걸 설명하려면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이야기해보라.
 “내가 서울대 조소과 96학번이다. 조소과에 들어간 것을 설명하려면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1 때 미대를 가려고 회화를 했다. 그러다 고3 때 광주에서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렸다. 충격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그림은 풍경, 인물, 정물밖에 없었는데 완전한 충격이었다. 나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미술인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실험적인 것이 많았다. 3D, VR, 설치작업, 비디오 아트 등등 내가 아는 미술작품은 하나도 걸리지도 않았다. 이게 미술이구나…. 그래서 대학을 가려는데 회화는 내가 전공을 안 해도 좀 그릴 것 같았고 현대미술을 하려면 조소과가 입체적이니 내가 배울 것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 입학해보니 조소과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흙, 돌, 금속을 가르치는 곳이더라. 젊은 교수는 뉴욕에서 공부해와서 현대미술을 조금 했으나 원로 교수님들은 모두 흙이나 돌……. 을 가르쳤다. 당시 미대 분위기는 광주 비엔날레 영향이 컸던 모양이다. 회화과에 회화하는 사람 한 명도 없고 조소과에 흙 돌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모두들 서로 현대미술 한다고 난리를 쳤다. 설치하고 오브제 작업하고 퍼포먼스하고 그랬다. 전시회를 한다고 치면 망가진 자동차를 미대 앞에 세워두고 그런 식이었다. 나도 설치, 오브제, 사진, 비디오 다했다. 그 중에서도 나한테 가장 맞는 것이 사진이라고 판단했다.”
 -원래 그림을 좋아했나 보다.
 “풍경화를 좋아했다. 야외에 사진 찍으러 자주 갔다. 나주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그리곤 했다. 서울대 사진동아리 선배가 하나 있었고 미대에도 암실이 있었는데 나를 조수처럼 데리고 일하면서 가르쳤다. 암실에서 인화하는 것을 보고 또 충격을 받았다. 하나하나 그리는 것이 아니라 뭐가 싹 올라오는데…. 겨울철에 바깥에서 이젤 놓고 그림을 그리면 무슨 문제가 있냐하면…. 얼어버린다. 수채화를 그리면 얼음이 종이에 생기곤 했다. 그래서 아하 이거 사진으로 찍어서 실내에서 그리자 싶었다. 처음엔 사진을 도구로 이용했다. 사진이 복제예술이라 약간 반감이 있던 시절이다.”

suwon01.jpg » 박하선_고인돌_길림성 연운채_ suwon02.jpg » 한영수_수원화성 suwon03.jpg » 송광찬_창경궁 suwon04.jpg » 서헌강_불국사(석굴암)_ suwon05.jpg » 이규철 테를지 국립공원 suwon06.jpg » 요시아키 기타, 아유타야 suwon07.JPG » 판 시 산, 만리장성 no.27 suwon08.jpg » 서준영_중간정산 suwon09.jpg » 김문호_On the road_고속도로


 -그러다가 사진에 빠지게 되었다고?
 “당시 회화과에 가면 모든 이젤마다 사진이 붙어 있었다. 다들 사진 보고 그리는 것이다. 나도 내가 찍은 사진을 놓고 그리다가 가만 생각하니 사진은 복제 예술이며 회화는 복제 예술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지금 내가 사진을 보고 그리면 이거 회화도 복제 예술이네…. 아하 어차피 다 복제구나. 그러곤 그 뒤부터 사진에 미쳐 조소는 손도 대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 대학 생활 내내”
 -자 그럼 수원은 언제 나오나?
 “사진도 열심히 찍었지만 2000년도에는 선거해서 뽑는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이 되었다. 당시엔 엔엘과 피디가 힘을 모아 학내노동자의 노동환경 문제 등을 놓고 학교 쪽과 열심히 싸우곤 했다. 나는 총학에서 주로 문화사업을 맡았다. 송두율 교수를 초대해서 특강을 하려고 했으나 국정원이 반대했다. 그래서 아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베를린에서 특강을 찍어서 비행기편으로 테이프를 들고 왔다. 내가 공항 가서 받아오고. 서울대 대강당에서 동영상으로 특강을 했고 강당 앰프에 내 전화기를 연결하여 실시간 질의 응답시간도 가졌다. 온라인 특강이 된 것이다. 또 달라이 라마 방한도 우리가 추진했다. 평화에 대한 강연을 서울대에서 하게 하고 싶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붐이 일어 2천만 명의 서명이 모였다. 정부에서 무작정 막을 수는 없었든지 외교부에서 중국담당 국장이 나를 불렀다. ‘우리가 중국보다는 힘이 약하니 눈치를 봐야 한다. 11월에 아셈 회의가 있으니 그것만 끝나고 다시 추진하자. 정부 입장을 이해해달라….’라고 했다. 그래 아셈 끝나고 찾아갔더니 ‘안된다.’라고 싹 입장을 바꾸더라. 그런 식이었다. 그런데 총학의 임기가 끝나고 나는 부총학을 내려놓고 다음 총학 구성을 위한 선거 체제라서 내가 더 일을 추진할 수가 없었고 결국 달라이 라마는 모시지 못했으나 티베트에 관한 관심이 그 부산물로 내게 남았다”
 -수원은 언제 나오나?
 “2000년에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그때 도쿄로 가서 달라이 라마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향후에라도 성사시키고 싶었다. 티베트도 방문했다. 3개월 티베트 여행을 하고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로 갔다. 거기서 재무장관도 만나고 달라이 라마의 통역 중에서 대표가 되는 스님을 만났다. 청전스님이 거기 계셨는데 15년째라고 기억난다.  통역 대표스님께 내가 티베트도 지원하고 엔지오나 남북 관계일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 스님이 ‘티베트도 좋지만 당신 인생이 더 중요하니 인생부터 챙겨라’라고 했다. 헐 또 감동이 왔다.”
 -수원은?
 “대표통역 스님의 말씀을 듣고 확고하게 결심했다. 티베트도 돕고 예술활동도 하려면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면 되겠구나. 이듬해인 2001년에 사진도 찍을 겸 다시 티베트로 갔다. 카일라스산(수미산)에 갔다. 그곳이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곳 아닌가. 불교, 자이나교, 힌두교, 뵌 포(티베트의 토속신앙)교까지 4대 종교의 성지 아닌가. 몇 달 동안 텐트 속에서 살면서 강물 마시고 유목민들에게 밥 얻어먹고 그랬다.”
 -수원은??
 “졸업했고 진로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대학원에 진학하고 병역은 국제협력단으로 해결했다. 조소과를 나왔으니 목공분야에서 날 뽑았다. 어쨌든 그곳도 마치고 2009년 어느 날 수원시에서 작가레지던시를 뽑는다는데 거기 응모했고 뽑혔다. 수원은 아무 연고도 없었으나 조금 지나다 보니 내가 나고 자란 광주광역시 주월동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수원행궁이 멋졌다. 아침마다 팔달산에 가서 운동도 하고 화성도 찍고 했다. 10년 정도 찍은 다음에 수원 작품집을 하나 낼 생각이다. 그러다가 팔달사를 알게 되었는데 이 절에 수미산에 있던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다는 것 아닌가? 아하 인연이라 생각했다.”
 -수원 사진축제를 만들게 된 이유는?
 “한국엔 다큐멘터리 사진 축제가 하나도 없다. 동북아시아에도 없다. 동남아엔 앙코르사진 축제가 있다. 한국엔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장이 없으니 발표할 공간도 없다. 그래서 자유롭게 사진을 보여줄 장치를 만들고 싶었다. 나도 작가이니 해외 사진축제에 초대받아 가봤다. 성공한 사진축제는 모두 오래된 고성이나 원도심에서 열리더라. 따리도 그렇고 말레이시아 옵스큐라 사진축제, 페낭사진축제가 모두 고성 아니면 원도심이다. 그래서 수원이다 싶었다. 수원엔 화성이 있다. 앙코르나 페낭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거든. 해외에서 온 큐레이터 한 분이 왜 수도가 아니고 서울이냐고 묻더라. 그래 설명했다. 서울은 너무 커서 이동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인천공항에서 수원까지 버스 타면 한 번에 온다. 한 시간 걸린다. 수원 원도심인 이곳 행궁 일대는 걸어서 30분 안팎이다. 이곳 원도심의 수십 곳에 사진을 걸고 사람들이 성도 보고 사진도 보고 그러면 성공이다 싶었다. 아침에 화성 산책하면 환상적이니 숙소도 잡게 하고 상권도 살아나면 좋겠다 싶었다.”
 -한국 사진계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4년 전에 이걸 시작하면서 종이에 한국 다큐멘터리 작가들 이름을 적어본 적이 있었다. 반드시 유명할 필요는 없지만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들만. 80명 정도 되더라. 지금까지 한 50명 정도는 수원 사진축제에 초대한 것 같다. 이곳은 작가와 작품을 홍보하는 장이니 사람들이 많이 와서 구경하게 하고 싶다. 그게 꿈이다.”

su001.jpg » 종로 청과물 시장 벽에 걸린 유용예 작가의 해녀 작품

suwon001.jpg » 인터뷰를 마치고 걸어나오는 길에 바라본 수원화성의 야경이 멋졌다. 곽윤섭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작가 작품 사진/수원국제사진축제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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