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곳... 다를 바가 없다

사진마을 2017. 11. 06
조회수 3011 추천수 0

vw101214.jpg » 평양시 주체사상탑 전망대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평양시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재미언론인 진천규씨는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8박9일 동안 평양을 취재하고 왔다. 북한과 미국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수천 장의 사진과 10여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한 진씨는 한겨레신문, 한겨레21, SBS 등의 매체에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으나 자세한 방북기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1일 서울 중구 남산 한옥마을에서 진씨를 만나 북쪽의 사정과 취재 앞뒤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집권했던 9년간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고 방북을 원천차단했기 때문에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한 사람이 방북한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다. 진씨는 이에 대해 “엘에이(LA)를 중심으로 재미언론인 다섯 명이 평양 취재를 계획했었다. 그러다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월에 행정명령으로 미국 시민권자의 북한 방문을 6개월간 금지했다. 위반하면 10년간 여권을 압수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영주권이 있지만 그분들은 시민권자라서 방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심양에서 북한 방문 비자를 신청했고 수일이 걸려서 비자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번 북한 취재를 위해 진씨는 단둥에서 ‘단둥-평양 국제열차’를 타고 들어갔다. 신의주에서 2시간가량 세관 검사를 한 것을 제하면 6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진씨는 “침대칸으로 된 열차에선 식당칸도 있고 카트를 밀고 다니는 승무원도 있었다. 쌀밥, 생선튀김, 샐러드, 김치 등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사먹었다. 세관 검사에는 주로 도서출판물이나 CD 같은 것이 있는지 유심히 본다. 풍속을 해치는 내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열차 요금은 한국돈으로 치면 편도 4만 5천 원 쯤 된다.“라고 했다.
  진씨는 인터뷰를 하면서 “다를 바가 없다”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진씨는 미래과학거리 취재 때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빨간 스카프를 맨 교복 입은 여자 중학생 5명이 지나길래 잽싸게 찍었다. 얘들이 쫓아오면서 삭제하라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진씨를 안내한 안내원이 진씨 대신 그 아이들과 20여 분 상대하느라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초상권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휴대폰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북에도 영상이나 사진 촬영에 민감해지는 것으로 짐작했다. 진씨는 “사실 서울 거리에서 허락이나 동의없이 찍으면 봉변당할 수도 있고 파출소에 끌려갈 수도 있다. 다를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ds101309.jpg » ‘광복지구상업중심’(전 광복백화점) 2층 의약품 코너. mk101208.jpg » ‘만수대학생소년궁전’ 예능동 ‘기타소조실’ py1012002.jpg » 12일 이른 아침 대동강 둔치 길에 출근길 평양 시민의 자전거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운동하는 학생들의 뒷모습도 보인다. RM101101.jpg » 평양시 대성구역, 모란봉구역에 걸쳐 조성된 ‘려명거리’ 지난 4월 완공되었다. 주로 살림집이고 1~2층엔 식당, 상점 등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원들이 주로 입주했고, 건설 노동자, 지역철거 주민 등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jin01.jpg » 평양시 평천구역 미래동 ‘미래과학자거리’. 지나는 학생들의 표정이 무척 화가나있다. 자기들에게 “미래 양해를 구하지도않고 무조건 찍었다” 며 계속 사진 삭제을 요구해 진땀을 뺐다. 사진기를 들이대기가 쉬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진씨는 8박9일 동안 요금이 조식 포함해서 하루 75달러 정도인 평양호텔에 묵었고 북한 정부기관인 ‘해외동포 원호위원회’에서 나온 안내원이 모든 일정을 도와주었다. “감시…. 개념도 없지 않았겠으나 그보다는 내가 평양 지리를 전혀 모르는데 안내원 없이 어떻게 취재를 하나? 어렵사리 평양취재가 성사되었으니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일정은 내가 짰다. 일반명사를 건넸고 고유명사가 돌아왔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말했더니 미장원, 이발소, 실내, 실외 수영장, 음식점, 카페 등이 모두 몰려있는 우리식으로 하자면 종합 테마공원인 ‘문수물놀이장’이 일정에 들어갔고 같은 식으로 봉수교회, 개선청년공원 등이 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미장원에서 한 여성이 머리를 미용사에게 맡겨두고 휴대폰으로 수다를 떨면서 ‘그래 맛있게 먹었니?’라고 하는 모습도 봤다. 다를 바가 없다”
  진씨가 최근 북의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더니 김철주사범대학교 정치사회학부 정기풍 교수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한다. 정기풍 교수 외에도 북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말은 일맥상통한다. 세계 최고 강대국 미국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자위의 수jin.jpg »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만난 진천규씨.단으로 핵무기를 갖게 된 것이다. 북의 핵은 절대 남조선을 향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핵무기를 수 천 개씩 갖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에겐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는가? 미국은 북을 위협하고 있다. “내 가족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데 누가 뭐랄 수 있는가?” 정 교수의 말이다.
  취재경비가 얼마나 들었을까? 혹시 뒷돈을 줘야 취재가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진천규씨는 “재미언론인의 자격이라 그런지 여행경비 외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서울서 중국 가는 비행기를 포함, 열차, 호텔, 식비까지 모두 포함해 한국돈으로 3백만 원 가량 들었다.”라고 답했다. 진씨는 이달에 다시 평양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왜 취재하는지 물었다. 진씨는 “사실 돈도 되지 않는데…. 그렇지만 너무 소중한 기회다. 통일운동 차원에서 통일에 조그마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취재기회를 잡았고 놓치고 싶지 않다. 황석영씨가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고 했듯이 똑같다. 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북에선 ‘남쪽 사람들이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한다.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난 이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김일성 주석 일가의 초상을 찍을 때는 얼굴이 잘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부탁 외엔 내가 촬영하는데 어떤 제약도 하지 않았다. 11월 취재 때는 평양의 보통 사람들 살림집안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평양사진/진천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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