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15
일교차가 심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한낮의 잠깐 따가운 햇살을 제외하면 이제 여름은 완전히 끝장이 났다. 어젠가 오늘인가 아침에는 춥기까지 했다. 계절은 서서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다가왔다. 계절은 옷차림의 변화에서 다가온다. 두꺼운 옷을 꺼내입으면 그날부로 가을이다. 하낫 둘, 하낫 둘…. 이제부터 가을임을 선언한다. “거기 젊은이 그 전차 타면 가을 빼먹고 겨울로 직행하겠소” 런던의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면 마법학교가 있는 호그와트로 갈 수 있듯이 저 전차를 타면 현대에서 과거로, 여름에서 겨울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씨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의 대외홍보지인 <언론과 사람>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