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녀를 찍지 말아야 했을까

곽윤섭 2011. 05. 23
조회수 96560 추천수 0


 [논쟁이 있는 사진] <4회> 사진가의 현장윤리
 화산폭발 참사 고통 증언한 것이 파렴치한 행위일까
 ‘독수리 앞 굶주린 아이’ 상 받은 뒤 자살, 그 때문에?
 

 

이 사진,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에 실려있는 ‘논쟁 사진’들 중에서 독자 여러분과 토론하고 싶은 아주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5월2일부터 주마다 한 번씩 8회에 걸쳐 사진을 보여드리고 책에 언급된 기초적인 자료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의견을 밝히시면 저도 토론에 동참하겠습니다. 8회에 걸쳐 모두 동참하신 분들에겐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트위터로 참여하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곽윤섭 기자 트위터 @kwakclinic  편집자  


 

 강의실에서 사진의 윤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맨 처음엔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죽어가는(혹은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 사진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구할 것인가?”
 “이제 막 기어다니기 시작한 꼬마가 우물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문제가 이렇게 단순하다면 답도 명쾌할 뿐더러 논쟁이나 토론 따위는 필요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 사진이든 뭐든 인명에 앞서는 것은 없으니 구조활동을 우선시해야 한다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러면 다소 복잡한 상황을 제시한다.
 “한강 다리 아치 위에 어떤 사람이 올라가 투신하겠다고 주장한다. 119구조대와 경찰이 도착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그 사람을 구하는데 도움을 줄  것인가?”
 구조대나 경찰은 그 방면에 전문가들이니 그들에게 맡기고 사진을 찍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다. 사진기자 혹은 카메라를 든 블로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구조대가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옆에서 같이 다리 위의 사람에게 설득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구조나 설득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사진만 찍고 있어도 좋다. 물론 그 현장의 사진을 무슨 목적으로 찍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간단한 상황으로 몸을 풀었으니 이제 본론으로 접어들어 복잡한 상황과 만나보자. 실제 세상은 단칼로 무 자르듯 간단한 경우가 없다.
 
 세계보도사진상 수상하고 성공했지만 괴로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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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1985년 11월 프랑크 푸르니에란 사진가는 화산이 폭발해 이미 8만 명이나 사망한  콜롬비아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의 소녀는 용암에 떠밀려온 엄청난 양의 오물에 갇혔고 3일 동안 구조대원이 구출하려고 시도했다. 그 사이 전 세계는 텔레비전과 신문으로 이곳을 주시했다. 기중기나 배수펌프 같은 것이 신속히 오질 못했고 소녀는 허리를 다쳐 꼼짝할 수 없었다. 푸르니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국제적인 지원이 살아나길 바라면서 소녀의 고통을 증언하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놀랍게도 씩씩하게 얼마간을 견뎌냈고 사진을 찍는 푸르니에를 향해 웃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결국 심장 발작으로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듬해인 1986년 푸르니에는 이 사진으로 세계보도사진상을 수상했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했지만 괴로웠다. “내가 아침 6시 30분에 소녀를 발견했을 때, 이미 텔레비전에서 그 애를 촬영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보려 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힘을 써보거나 했지만 세 번이나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
 어떤 이들은 죽어가는 소녀를 구경거리로 보여주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이며 일종의 외설적인 사진이라고 말한다. 선정적인 엿보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많은 구조대원이 이미 노력을 하고 있었고 푸르니에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괴로웠지만 이 상황을 대중여론에 전달해서 희생자들을 원조할 수 있는 기금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고 사진을 찍었다. 이 강렬한 사진이 없었다면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날갯짓 기다려 찍고 바로 독수리 쫓은 뒤 급식센터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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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2: 199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진기자 케빈 카터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당시 케빈 카터는 아프리카의 내전, 기근사태 등을 오랫동안 사진으로 보도해온 적이 있는 직업사진기자였다. 사진기자들 가운데서 극히 일부만이 분쟁지역에서 취재를 한다. 분쟁지역에서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은 누구나 목숨을 걸고 일을 한다. 보수가 많아서도 아니고 좋은 사진을 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인류가 빚어낸 최악의 자기혐오인 전쟁(혹은 분쟁)을 취재하는 것은 그 비극과 참상을 지구상의 나머지 인류에게 알려 더 이상의 비극을 막으려는 숭고한 의지 때문이다.
 케빈 카터는 당시 일하고 있던 매체엔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수단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내려 급식센터로 향하던 중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목격했다. 마침 이 소녀를 발견했고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으려 했다. 독수리 한 마리가 소녀의 뒤쪽에 내려앉았고 케빈 카터는 날갯짓을 하길 기다리다가 그대로 이 사진을 찍었다. 그 후 독수리를 쫓아냈고 소녀는 급식센터로 힘든 발걸음을 옮겼으며 케빈 카터는 1~2킬로미터를 내달린 끝에 한 나무 아래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수단 취재 여행에 동행했던 동료 실바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그 후 계속 침통해 했고 딸을 보고 싶다면서 계속 중얼거렸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http://photovil.hani.co.kr/45164 참고)
 1993년 3월 26일에 사진이 뉴욕타임스에 실렸고 전 세계로 이 사진이 퍼지는 덴 며칠 걸리지 않았다. 세계를 뒤흔든 강력한 사진이었으니 그만큼 독자들의 관심도 커졌고 케빈 카터를 향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왜 소녀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는가?” “소녀는 어떻게 되었는가?” 케빈 카터로서도 그 후의 상황까진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사진을 찍었고 독수리는 쫓아냈고 소녀는 급식센터로 향했으며 케빈 카터는 괴로워했다는 것이 팩트일뿐이다. 1994년 4월에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았으나 비판과 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두 달 후에 케빈 카터는 유서를 남긴 채 차 안에서 배기가스를 연결해 자살했다.
 
 뉴스사진가 일에 충실, 누가 그에게 돌 던질 수 있을까
 
 케빈카터를 위한 변명: 2005년에 필자는 케빈 카터의 사례를 글로 정리한 적이 있고 위의 링크는 그 글의 전문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시 짧게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위에 나열한 상황에서 논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케빈 카터가 한 행동이 비난받아 마땅한지, 또 하나는 케빈 카터가 자살한 것이 그 사진에 대한 비난 때문이었는지의 여부다. 여기 몇 가지 사실이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을 모은 사진집에 나온 기록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일하던(취재하던) 사진기자들은 사람들을 만지지 말도록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 “전염병을 옮길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 명분만으로 케빈 카터가 마음이 편했을 리는 없다.
 그는 그 전부터 그리고 그 후에도 기근 사태와 전쟁의 참상 때문에 괴로워하던 휴머니티가 강한 사진기자였다. 게다가 독수리는 살아있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상식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뉴스사진가였고 그의 일에 충실했으며 그가 남긴 사진이 아프리카의 참상을 세계에 전파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기자들의 일은 구호단체요원의 일과 다르다. 직접 인명을 구하는 요원들의 임무가 숭고한 것이지만 사진기자들의 활동 또한 가치있고 힘든 일이다. 만약 찍어야 하는 내용들이 끔찍하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면 그는 사진기자 일을 관둘 수밖에 없다.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두 번째 논점을 보자. 케빈 카터가 그 사진에 대한 비난 때문에 자살했다는 주장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마음이 여렸고 어려운 직업 탓에 가정의 환경 또한 열악했다. 더 굳건한 마음으로 삶을 영위했어야 마땅하나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수많은 참상을 지켜본 카터는 남아공에선 흔하기 짝이 없는 마리화나를 자주 피웠고 동료 사진기자이자 친구인 켄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말년에는 마약에 기대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세상을 뜨면서 악몽과 불길함 따위로 범벅이 된 유서를 남겼다. “절망적이다. 전화가 끊어졌다…. 집세도 없고…. 양육비…. 빚 갚을 돈…. 돈!!이 없다. 나는 살육과 시체들과 분노와 고통에 쫓기고 있다. 굶주리거나 상처를 입은 아이들, 권총을 마구 쏘는 미친 사람, 경찰, 살인자, 처형자 등의 환상을 본다.” 이런 정황으로 보자면 꼭 그 사진에 대한 비난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무책임한 비난들이 케빈 카터를 죽음으로 내모는데 일조를 한 것 같기는 하다.
 
 기자도 교수도, 판사까지 ‘인간에 대한 예의’ 들먹이며 곡해
 
 우리나라에서도 케빈 카터의 비극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곡해되곤 한다. 필자가 글을 쓸 무렵엔 어떤 판사의 판결문, 나중에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던 어떤 여자 정치부 기자의 에세이집, 심지어는 사진을 가르치는 대학의 선생의 수업마저도 부족한 정보를 기반으로 케빈 카터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대학의 선생은 “생명과 사진 중엔 당연히 생명이 앞선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정치부 기자는 “그러나 그가 사진을 찍고 소녀를 구하기 위해 독수리를 쫓아버렸을 땐 이미 늦었다. 결국 소녀는 죽고 말았다”라는 틀린 사실을 인용했다. 판사의 판결문은 케빈 카터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의 태도를 견지하지 못 한” 것으로 우회적인 인용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판결문을 다시 인용한 어느 중앙 일간지 기자는 “사진보다 사람 목숨이 우선이었어야 한다는 비난이 고통스러웠던지 예술가는 상처받고 죽어갔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태도를 가져야 표현의 자유도 확보된다. 그것을 몰라 불행했던 예술가를 잊지 마라”라고 기자답게 과대포장하고 있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글을 써야할 기자와 판사와 교수가 이럴진대 일반 네티즌들이 오죽하겠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콜롬비아의 화산폭발 대재앙현장에서 프랑크 푸르니에는 죽어가는 소녀를 찍지 말아야 했을까요? 아프리카 수단의 대기근 현장에서 케빈 카터는 독수리 앞에서 엎드리고 있는 굶주린 소녀를 찍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 시리즈 차례

 

 1회: 외설이냐 예술이냐
 2회: 베네통사의 광고사진, 발칙한 ‘도발’
 3회: 뤼크 들라예,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의 대립
 4회: 프랑크 푸르니에와 사진가의 현장윤리
 5회: 세바스티앙 살가도와 타인의 고통
 6회: 다이애나비의 마지막 사진과 파파라치
 7회: 제프 쿤스의 사진 표절과 원작의 고유성
 8회: 만 레이와 사진의 가격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열린책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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