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18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
세계 여러 지역 피라미드 형태의 건축물은 각각의 건설 위치와 쓰임새의 차이를 떠나서 씁쓸한 애상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사막지역에 세워져 영생을 기원하는 파라오의 사후세계 거처이며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는 하늘에 있는 신과 지상의 인간을 연결하기 위한 신전으로 지어졌다. 메소아메리카 지역의 피라미드는 고산지대에 건설되어 신전과 제단 역할을 하였다.
멕시코시티(Mexico City)에서 북동쪽으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은 신들의 도시, 죽은 인간이 신이 되는 장소로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국가 형태의 유적지 중 하나이다. 기원전 2세기경에 건설되기 시작하여 기원후 7세기경에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테오티우아칸이라는 도시이름과 ‘죽은 자의 길’,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 등 건물 명칭도 600여 년 뒤 폐허가 된 이곳을 발견한 아즈텍인들이 지은 것이다. 내부분열로, 화재로 혹은 타민족의 침략에 의해 사라졌다는 여러 가설만 무성할 뿐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이곳을 찾은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수백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땡볕 아래 후들거리는 다리로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닿는다. 거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사람들은 태양을 바라보며 수십여 미터 아래 대지를 배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는 스페인 침략 이후 세워진 현실의 도시와 떨어져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발굴된 유물마저도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 옮겨져 전시되어 있다. 견디지 못하여 원한 맺힌 마음으로 떠나보낸 아쉬움, 버려졌지만 기억되어야 하는 유적에는 노점상인이 끊임없이 불어대는 재규어 울음소리만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김성훈(아이디: norlam)작가는
부산 출생이며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쌍용투자증권 등 금융 파생상품 관련 기업에서 근무.
건강회복의 일환으로 명상수련과 절집, 왕릉, 폐사지 등의 문화유산 답사기행과 걷기여행을 시작하였다.
법륜스님의 글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잘된 것이다-라는 글귀를 늘 염두에 두고 산다.
늘어만 가는 음반, 공연장 티켓, 그동안 모아둔 수많은 내한공연 연주자 사인이 있는 포스터를 한적한 시골 창고 작업장 같은 곳에 패널로 걸어놓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중 하나이다.
근래는 이미지 인문학, 디지털 미학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