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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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33 


십여 년 전 이맘때,
나는 어릴 적 뛰어놀던 고향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북녘땅에서 만났다.
황톳길 너머에는 어떤 동네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 어릴 적 고향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이 남아있음이 고마웠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황톳길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들을 보면서
유년시절 숨가쁘게 오르내렸던 내 작은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렇게 오가다 보면 평화통일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적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가는 모든 길이 막혀버렸다.
막힌 길의 끝에는 서로 적대하는 증오만 남았다.
길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조국 앞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사진 한 장을 놓고 기도한다.
 
그 길을 다시 보게 해주십시오.
가을날, 나뭇그늘에 앉아 아주 오랫동안 유년의 시절을 추억하며
그 길을 보게 하시고,
될 수만 있다면 황톳길을 걸어 그 너머에 있는 동네도 볼 수 있게 하옵소서.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한남교회 담임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
 
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

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fkim11.jpg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
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
 
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
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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