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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서는 사진을 ‘찍는다’, ‘박는다’ 등으로 표현한다. ‘찍다’, ‘박다’ 등의 동사를 사용하는 것이다. 독일어에서는 ‘사진 Foto’을 목적어로 하여 ‘machen 만들다’, ‘schießen 쏘다’ 등의 동사를 사용한다. 물론 우리말의 ‘촬영하다’에 해당하는 ‘aufnehmen’이라는 동사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쏘다’이다.


‘쏘다’로 번역되는 독일어의 ‘schießen’이나 영어의 ‘shoot’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통용되는 것은 대상을 향해서 셔터를 누르는 동작이 목표물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식과 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진은 대상의 이미지를 얻는다. 이미지는 그 어원이 의미하듯 실체가 아닌 허상이다. 사진은 대상으로부터 그 허상, 즉 이미지를 찍은 또는 박은 것이다. 한자로 표현하면 그림자(影)를 잡은(撮) 것, 즉 촬영한 것이 사진이다. 허상을 찍었거나 박았거나 잡았을 뿐이니 대상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사진으로 인해 대상이 달라지거나 죽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롤랑 바르트의 사진과 죽음에 관한 사유는 사진으로 인한 대상의 죽음이 아니라 시간의 경과로 인한 대상의 소멸에 관한 것이다. 그 소멸은 사실 사진과 무관하다. 사진에 찍히지 않아도 모든 존재는 시시각각 소멸되어 간다. 롤랑 바르트가 주목한 것은 사진이 그 시시각각의 한 각(刻)을 찍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쏘는’ 행위는 다르다. 대상, 그 존재에 직접 개입한다. 실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허상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실체를 잡는다. 그것이 사냥이라면 사냥물은 죽는다. 과녁을 쏘는 경우에도 과녁은 허상이 아니라 실체이다. 쏘인 대상은 어떻게든 고유의 형태를 잃고 손상되거나 파괴된다. 죽음이다. 그 죽음은 ‘쏜’ 행위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행위의 방식과 결과에서 ‘쏘다’는 ‘찍다’ 또는 ‘박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쏘다’라는 표현을 사진에 사용하는 것은 대상을 향해서 손가락을 미세하게 움직이는, 숨마저 멈춘 상태에서의 그 정중동 행위의 공통점에만 과도하게 주목한 결과이다. 그런데 사진을 ‘쏘는’ 사람들도 있기는 있다. 나무를 자르고 꽃을 꺾으며 사진을 무도하게 ‘쏘는’ 사람들. 쏘여야 할 사람들.


나는 찍으려고 했을 뿐인데 쏘려는 것으로 오해를 했는지 화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던 그 사람. 그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어디에선가 소멸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소멸되어 가고 있다. 롤랑 바르트를 읽었을 것임에 틀림없는 빔 벤더스는 “카메라는 존재의 숙명, 즉 그 소멸에 저항하는 무기이다.”라고 말한다. 나의 무기를 열심히 잘 사용해야겠다. 그런데 나의 소멸에 저항하려면 자화상을 많이 찍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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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을

2017.09.13 16:04:21

찍히는 사람이 상처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진을 쏜 사람은 총을 쏘는 행위와 동일한....


덕분에 표정이 살아있습니다.

땅나라

2017.09.13 20:40:31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쏘는 사람이 되지않도록 노력하렵니다.

이재인

2017.09.13 21:38:31

무슨 행사인지는 모르지만 그날(2016.7.29) 저런 이상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단체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어서 관광객들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만 저렇게 쏘아보더군요. 저 혼자만 동양인이어서 눈에 띄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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