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12
이곳은 울릉도 나리분지 원시림. 하얀 부채처럼, 레이스 달린 양산처럼, 옛날 동네 문방구에서 팔던 20원짜리 장난감 낙하산처럼 보이는 꽃을 피운 이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의 이름은 섬바디. Somebody가 아니라 순 우리말이다. 7월, 8월이면 이렇게 꽃을 피워 올린다. 땀을 흘리며 몇 시간 걸어 올라가는 동안 곳곳에서 섬바디들이 살랑거리며 더위를 식혀주었다. 셔터를 누를 때, 숲 사이로 빛이 들어왔는데 내 앞쪽으로는 그늘이 드리워서 묘한 분위기가 나왔다. 딱 1년 전 울릉도에서 만난 신비스러운 섬바디. 울릉도에 가면 섬바디를 놓치지 마시라.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이 글은 언론중재위원회의 대외홍보지인 <언론과 사람>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