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 소녀시대 사진 안 찍힐 권리 있나

곽윤섭 2011. 05. 16
조회수 32296 추천수 0

   [논쟁이 있는 사진] <3회>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의 대립
 프랑스에선 지하철에서 몰래 찍어 책 낸 작가 법정에
 아슬아슬한 경계, 헌법을 봐도 뭐 어쩌란 이야기인지…

 

 

 이 사진,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에 실려있는 ‘논쟁 사진’들 중에서 독자 여러분과 토론하고 싶은 아주 재미있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5월2일부터 주마다 한 번씩 8회에 걸쳐 사진을 보여드리고 책에 언급된 기초적인 자료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이 의견을 밝히시면 저도 토론에 동참하겠습니다. 8회에 걸쳐 모두 동참하신 분들에겐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트위터로 참여하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곽윤섭 기자 트위터 @kwakclinic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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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은 대체로 꽃과 풍경을 찍는다. 사진에 사람을 넣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면 난감해 한다.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찍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찍어도 항의하지 않는 꽃,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먼 풍경을 찍는다. 이건 정말 어려운 문제다.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는 늘 부딪힌다.
 1989년에 사진기자를 시작한 필자로서도 날마다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나마 언론사의 사진기자이니 취미로 찍는 사람들보다는 한결 형편이 나았다.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면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막 찍고 신문에 썼다.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까지 큰 송사에 말려든 경험이 없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언론인지 아닌지
 
 집회나 시위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보도를 목적으로 한 상태라면 찍어도 무방하다. 여러 가지 예외는 늘 있다. 찍는 사람이 아무리 기자라 해도, 또 찍히는 사람이 시위현장에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카메라를 거부하거나 항의를 한다면 찍어선 안 된다. 기자들도 왕왕 오류에 빠진다. 집회에 나왔으니 찍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다소 강압적으로 덤비는 경우가 있었지만 원칙을 따진다면 그래선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어있다.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거리에서 (동의없이) 낯선 사람을 찍는 것은 자그마치 헌법에 위배된다.
 이래선 사진찍기란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참 난감한 일이다. 다행히도 헌법엔 언론활동과 관련된 조항도 있다. 제21조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언론자유를 원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언론의 정의는 무엇이며 파워블로거는 언론인이 아닌지에 대한 논의는 또 별개의 문제다. 필자로선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1인 미디어, 소셜미디어도 언론이라고 보는 편이다.
 모든 일간지의 1면을 장식했던 연평도 포격사진은 기자가 아닌 시민의 것이었으며 광화문 물난리 때 가장 빠르게 날아든 사진은 트위터였다. 형편이 이럴지언정 어찌 그들의 사진찍기를 언론활동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어쨌든 21조를 보면 사진을 찍는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듯한데 21조의 4항을 보면 또 심란해진다.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거 참 뭐 어쩌란 이야긴지 모르겠다.
 
 1천4백 명 찍어 사진집 내 호평…문제는 그 다음
 
 물론 상식적으로 본다면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인격권도 중요한 것 같다.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초상권)은 늘 부딪힌다. 책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엔 이와 관련한 판결 한가지가 소개되어있다. 뤼크 들라예가 1995년부터 1997년 사이에 파리의 지하철에서 몰래 사람들의 얼굴을 찍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서 주머니 속에서 셔터를 누르는 방식을 통해 찍히는 사람들이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냈다. 1천4백 명을 그렇게 찍었고 1999년에 사진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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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열린책들 제공


 사진집은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2001년 아를에서 열린 사진축제에 즈음하여 일간지 <위마니테>는 그 책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연출도 하지 않고 메시지도 싣지 않고 감정도 담지 않고, 그렇게 단순한 대면으로 넘친다. 유행도 방법도 따르지 않았다. 그만큼 훌륭하다.” 그러나 일은 순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진에 등장한 승객 가운데 네지 벤살라씨가 2002년 6월 파리 고등법원에 10만 프랑짜리 배상을 원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벤살라씨는 자기 모습이 상업적으로 이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게 (자신 얼굴의) 이미지를 빌려 줄 뜻은 없었고 슬픈 표정은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으며 이런 모습이 책자로 공개됨으로써 그 부정적인 반향에 자기 가족의 평화를 해쳤다고 주장했다.
 피고 쪽은 당연히 표현의 자유에 의존했다. 그 초상은 <사물의 고독과 침묵과 어두움을 이야기하려고> 찾아낸 유일한 수단이었다는 항변이었다. 2004년에 판결이 나왔다. 법정은 벤살라씨의 초상권은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에 임의적인 장애가 될 수가 없다고 했다. 뤼크 들라예의 방법은 독창적이며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보드리야르(사진집에 글을 쓴 이)가 분석한 대로 인간행동에 관한 예술적, 사회학적 증언을 제시한다고 했다. 이 작품은 얼굴을 (몰래 훔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법정은 벤살라가 이미지에서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다고 판단했다. 벤살라씨는 항소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 판결만 놓고 본다면 사법의 정의에서 사진의 진실성은, 추잡한 것이 아닌 한 자신이 최고로 멋진 순간에 보이기를 바라는 개인의 희망보다 우세했다. 프랑스의 판례이지만 좀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이런 사례가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어떤 판결이 나올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언론중재위 2007~2009년까지 138건 초상권 관련 중재 청구
 
 언론중재위원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총 138건의 초상권관련 청구가 들어왔고 절반가량은 조정이 되었고 75건은 취하, 기각, 불성립되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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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2010년 1월 16일치 국민일보엔 <집은 많은데 갈 곳이 없네….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에서 한 여학생이 담벼락을 가득 매운 하숙집 전단지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개학을 앞두고 대학가 원룸 임대료, 하숙비가 크게 올랐다>라는 설명과 함께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 등장한 김아무개씨는 국민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김씨는 “자신은 사진이 찍히는 줄을 몰랐고 신문게재에 동의한 적이 없으며 여학생도 아니다”라며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본 게 아니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눈을 찌푸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국민일보 쪽이 신청인에게 1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했으며 신청인과 신문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사례 2) 2010년 9월 20일치 ㄷ 일보엔 백화점사진이 실렸다. <발행된 지 15개월째를 맞는 5만 원권이 백화점 1층 행사장에서 유독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추석연휴를 3일 앞둔 18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도 5만 원대 상품을 파는 매장이 고객들로 붐볐다.>
 신문 사진에 등장한 고 아무개씨가 이 신문사를 대상으로 5백만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역시 촬영에 동의한 적이 없고 지면 게재도 무단으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었으며 지인들로부터 “백화점에서 장보게 돈 많은가 보다”, “백화점에서 장보다 딱 걸렸다” 는 이야기로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게 되었다면서 불편한 상황을 호소했다. 위원회는 50만 원으로 조정했고 양쪽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진기자 하기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생각 이상으로 이런 사례들이 많았다. 백화점, 주택가 골목길 등은 사적인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정대상이 되었다. 물론 찍히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기사의 내용이 신청인들에게 불편함을 준 사안이란 점이 감안되었을 것 같다. 사진기사의 내용이 정확지 않다는 점에선 사실 신문사 쪽에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앞으로 사진기자 하기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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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7월 호주 멜버른의 거리에서 여러 낯선 사람을 찍었다. 모두 필자가 사진을 찍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위에서부터 1번의 경우엔 포즈를 취해주었으며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줄 것을 요구하기에 그렇게 했다. 2번의 경우엔 거리 공연모습이어서 찍고 동전 몇 개를 건넸다. 우리는 서로 웃었다. 3번의 경우엔 그냥 찍었고 이 사람은 모른척하고 지나갔다. 4번의 경우엔 거리가 멀었으나 눈은 마주쳤다. 찍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과연 이 사진들을 책자에 사용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론 앞서 밝혔듯 절반가량의 신청 사안은 기각, 취하,  불성립되었으니 신문에 얼굴이 실렸다고 해서 무조건 조정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위원회에서 중재를 내리는 위원들의 성향도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법원 판사들의 의견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2009년 10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진 집회, 시위 현장에서의 사진을 촬영하여 보도한 사건 등에선 초상권 침해를 부정”한 판례가 나왔다. 그 외 기각된 사례 중엔 촬영자가 사전동의를 구하진 않았으나 촬영거리로 봐서 촬영 당시에 사진에 찍히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보인 경우엔 <묵시적 동의>라고 본다는 판례도 있으며 밝은 표정으로 일을 하는 사안이라면 불쾌감을 느낄만한 표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상권과 표현의 자유는 아슬아슬한 중간지대를 사이에 두고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과 제보를 받겠습니다. 여러분 중에 사진을 찍다가 이와 유사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다면 사연을 올려주십시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 시리즈 차례

 

 1회: 외설이냐 예술이냐
 2회: 베네통사의 광고사진, 발칙한 ‘도발’
 3회: 뤼크 들라예, 표현의 자유와 초상권의 대립
 4회: 프랑크 푸르니에와 사진가의 현장윤리
 5회: 세바스티앙 살가도와 타인의 고통
 6회: 다이애나비의 마지막 사진과 파파라치
 7회: 제프 쿤스의 사진 표절과 원작의 고유성
 8회: 만 레이와 사진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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