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와 은유의 라라랜드

사진마을 2017. 0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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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i01.jpg » 김승일. 라라랜드



김승일의 첫 개인전 ‘라라랜드’가 8월 3일부터 15일까지 부산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ART SPACE)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부산의 신도시로 해운대구에 있는 마린시티를 찍은 사진들로 구성되어있다. 전시 제목을 왜 ‘라라랜드’로 붙였는지는 작가노트를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를 앞두고 있는 김승일 작가와 1일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언제부터 찍었는가?
 “2014년에 처음 찍었다고 봐야 한다. 올해까지 계속 찍었다. 집이 김해라서 매일 올 수는 없는 것이고 1주일에 한 번은 찍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최소 200번은 촬영했다. 그런데 마린시티는 굉장히 높은 건물들이어서 멀리서도 보인다. 40km 바깥에서도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기대에서도 찍고 황령산, 장산, 민락동 등지에서도 찍었으니 마린시티 바로 코앞에까지 간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왜 찍었는가? 물론 찍는거야 본인 마음인데 명분이나 의미 같은 것을 묻는 것이다.
 “맨 처음엔 가족과 마린시티 근처에 구경 갔다가 이것저것 찍었던 사진에서 출발했다. 주변의 반응이 괜찮았는데 무엇보다 내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음이 중요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음에 쏙 들진 않았고 1년가량은 큰 줄기 없이 찍었던 모양이다. 처음엔 전시를 할 생각도 없었다. 내가 사진을 늦게 시작한 편이어서 표현력이 서투르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1년이 지나니 큰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딸이 출가해서 지금 원불교 대학원에 다니고 있고 교무가 될 것이다. 나도 원불교 교도이니 내 사진에 어떤 종교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짧은 통화를 끝냈다. 작가 본인은 “표현이 서투르다”고 했으나 김승일 작가가 이번 전시에 거는 사진을 보면 친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친절하다는 것은 사진에 볼 것을 심어 둔 상태에서 말을 건넨다는 뜻이다. 내가 본 모든 사진에 마린시티의 마천루와 또 다른 무엇을 같이 찍어두었다. 그 다음은 오롯이 관객의 수준과 취향과 독해에 달려있다. 친절하지 않은 작가들은 사진에 아무것도 담지 않고서 말을 걸어온다. 그런 사진은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친절하지 않는 작가들은 사진엔 별로 담아 둔 것이 없이 작가노트나 해설로 자기 사진을 포장하려고 든다. 그건 아니다.
 
 김승일 작가의 사진 중에서 하나만 읽어보도록 하자.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나의 독해일 뿐이니 여러분들의 생각과 다르길 기대한다. 포스터로 쓰인 1번 사진은 하늘과 마린시티의 고층 건물과 해무, 광안대교, 바다, 그리고 방파제 앞에 쌓인 테트라포드, 그리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있다. 그 아래엔 쓰레기로 밀려온 서프보드가 방파제에 걸쳐있다. 여기서 내 눈을 가장 찌르는 것은 당연히 저 자전거 탄 이의 헬멧에 달린 작은 안테나같이 보이는 물체다. 곤충의 더듬이처럼 보인다. 특히 메뚜기 같다. 서프보드는 거대한 상어처럼 보인다. 혹은 고래라고 하자. 화가 잔뜩 난 듯 매섭게 노려보면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물 밑에서 잠영하고 있다. 이 상어 혹은 고래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자전거 탄 사람을 향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저 더듬이 덕분이다. 더듬이는 안테나이며 이 안테나는 이 고래에게 공격목표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척후병으로 나갔던 메뚜기는 공격목표를 상어에게 전달하면서 후방으로 유유히 물러나가고 있다. 신호를 받은 이 고래는 척후병이 물러나자마자 바로 공격에 돌입할 것이다.
 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승일 작가의 노트를 소개하니 이를 참고 삼아 생각에 잠겨보자. 작가는 마린시티를 환유와 은유의 놀이터라고 했다. 야곱슨에 따르면 환유는 인접성, 은유는 유사성에 의존한다.


ksi02.jpg » 김승일, 라라랜드 ksi03.jpg » 김승일, 라라랜드 ksi04.jpg » 김승일, 라라랜드 ksi05.jpg » 김승일, 라라랜드 ksi06.jpg » 김승일, 라라랜드


 
 작업 노트
 
이곳은 운촌 갯마을 옆에 붙은 바다였다, 30년 전에는.
하천을 끼고 철조망 너머로 군용 비행장도 있었고, 동백섬에 한번 가려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시골 버스 같은 직할시의 시내버스를 탔던 기억도 있다.   
88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요트경기장이 세워지고 주변이 매립되어
‘수영만 매립지’로 불리다가 지금은 행정상 ‘마린시티’라는 공식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을 시작하고 다시 찾은 이곳은 그야말로 바다가 뽕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사이 간간이 찾은 적은 있지만, 그날따라 내 시선에 들어온 이미지는 낯설다고만 하기에는 부족하고 오히려 기묘하였다. 고백하자면 그곳을 에워싼 야릇한 기운은 마치 가상현실에 온 듯한 이질감이나 불안감 같은 것이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따위의 단어들이 떠오르면서 시간이 만들어 낸 생경함이 한참 동안 내 발길을 붙들어 매었다. 바람소리가 더하여 귀가 먹먹해지면서 마음은 허공을 내딛는 듯했다.
 
무엇이 내 시선과 마음을 자극했을까?
수련은 물속의 달콤한 잠을 뒤로하고 빛 때문에 세상을 향한 만개의 열망을 품는다. 지난 4년 동안 마린시티는 나에게 그야말로 수련의 빛이었다. 사진의 대상이 된 이곳은 안으로 침잠하는 나의 평범한 삶을 밖으로 끌어내는 강렬한 빛인 동시에 환유와 은유의 놀이터였다. 그 후 마린시티는 틈나면 찾는 내 산책의 공간이자 영토를 바라보는 사유의 공간이 되었다.
 
사진 행위는 시간의 기록이다. 그 기록이 생성하는 기억을 더듬는 자기성찰의 과정이다.
모든 감각의 궁극까지 도달하고 끝내는 풀어헤쳐 본성을 만날 어떤 장소가 있다면 이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이 장소를 ‘라라랜드’라 부른다.                                                                                 김승일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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