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w01.jpg »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이 지난 11일 충남 서천군 문헌서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기> 정세환


한겨레 포토워크숍은 흥미진진하다. 한겨레문화센터의 ‘명성’에 걸맞은 행사 일정을 믿고, 주최 측의 진행에 보조를 맞추다 보면, 빡빡한 하루 일정도 귀갓길의 아쉬움과 흥성한 추억거리로 카메라에 빼곡하게 자리 잡을 듯. 이번 서천 한산모시문화제 포토워크숍은 다양한 참가자들의 각양각색의 시선과 순간적인 포착 등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사진으로 표출될 것이라 기대된다. ‘靜  動 情’의 조화로운 일정을 함께 참여한 참가자들의 여러 유형의 사진이 ‘따로 또 같이’ 표현된 것을 지켜보는 것도 포토워크숍을 참여하면서 누릴 수 있는 흥미진진함 중의 하나이다.

  정(靜) - ‘문헌 서원’의 고요함과 사진의 여유
  흥선대원군의 서원훼철령 이후 1984년에 재건된 ‘문헌 서원’을 둘러보는 첫인상은 고요함이다. 수만 평의 대지와 언덕 위에 조성된 예스러운 서원의 조형적 배치와 풍광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차분하게 인도하며 뷰파인더를 여백의 미로 채워준다. 가정 이곡과 목은 이색의 역사적 무게감에 눌리지 않으면서 제향 공간의 묘소와 석조물 등을 둘러보는 산책길도 여유로웠으며, 좌우 동서재의 강학 공간을 비롯하여 기타 연못과 언덕을 무심히 거닐면서 빛과 색감에 취해서 셔터를 수시로 눌러보는 즐거움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어서 내심 만족스러웠다. 심신을 여유로움으로 가득 충전해서 다음 장소로 이동.

 동(動) -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찍고
  향토 문화제나 지방 특산물 홍보마당은 흥겹다. 남녀노소가 모처럼의 지역 행사에 참여하여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에 마음껏 취해볼 수 있는 잔치마당이다. ‘한산모시문화제’는 사진가들에게는 호사의 공간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가들은 천연색으로 염색된 모시의 전시공간 안에서 밝고 흥겨운 방문객들의 표정과 다양한 행사장의 모습을 자유롭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호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밝고 화려한 ‘한산 모시 글로벌 패션쇼’의 색채와 조형미. 옛 흥취를 재현한 ‘전통 줄타기’와 ‘연희극’의 율동감. ‘국악 공연’과 ‘색소폰 연주’의 퓨전의 물결 속에 행사장을 유랑하는 방문객들의 모습 등은 사진가들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되어 기념적인 사진으로 남을 것이다. 
  인파에 치이고 햇살에 지친 발걸음은 ‘서천 향토 음식 마당’에 들러 ‘소곡주’ 한 잔을 곁들이면서 잠시 쉬게 해도 좋고, 우아한 자원봉사자가 직접 따라주는 ‘모시잎차’에 마른 입을 적시는 잠깐의 휴식도 누려보고, ‘길쌈 시연’장에 들러 모시 제작 과정을 눈요기해도 좋고, 모시 공예품 하나 기념품으로 챙기면서 추억의 시간을 갈무리하는 것도 좋을 서천 한산모시문화제. 잔치 마당에서의 사진은 흥겨움과 그 이면을 함께 담을 수 있을 때, 극적인 감동을 주지 않을까. 노는 것도 쉬는 것도 함께 어우러진 흥겨운 모시문화제의 시간은 카메라 속에서 그렇게 흐르다가 어느 순간 극적으로 멈춘 듯 담기리라 기대된다.

 정(情) - 금강이 품어준 결 고운 갈대밭
 유장한 금강의 지류, 한 줄기가 공주를 돌아 서해에 다다르기 직전의 끄트머리에서 넉넉하게 품어준 ‘신성리 갈대밭’. 긴 방죽을 경계로 푸른 한낮의 논, 저편에 자리 잡은 아담한 신성리 갈대밭. 유월의 갈대밭은 언뜻 봄 들판의 웃자란 보리밭 같기도 하던데. 언덕 위에서 바라본 갈대밭은 하늘색을 닮은 순청의 강줄기에 다소곳하게 안겨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성하의 따가운 햇살과 가을의 풍상을 이겨내고 시월의 어느 날에는 성숙한 여인의 갈색 자태를 보여주려나. 낯설어도 정이 가는 한산면 신성리 푸른 갈대밭. 긴 방죽의 여유로움과 푸른 갈대밭의 수줍음과 금강 끝자락의 고즈넉함을 한 컷의 사진 속에 담을 수 있을까.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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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포토워크숍은 내일을 기약한다.
  어둑한 귀갓길. 주말의 정체된 경부고속도로 위에서 긴 여정의 하루가 담겨 있는 모니터를 되돌려본다. 어느 한 장면, 흡족할 수 없는 사진들을 보면서 노안을 탓해야 할지, 재주 없음을 자책해야 할지 난감하다. 주말의 휴식도 마다하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힘 닿는 한 셔터를 누르고 눌렀지만 어느 한 장면 만족할 사진이 없음에 마음은 차창 밖의 어두운 색채를 닮아간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도, 오늘의 일정을 도란도란 담소하는 사람도, 곤한 일정에 지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되돌아가면 자신의 하루와 하루의 열정을 확인하게 될 테지. 어느 순간에 환한 미소가 떠오를 사람이 부럽다. 그 미소를 ‘사진 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미소들의 어울림이 포토워크숍 참가의 또 다른 배움이 될 터. 의기소침을 다독이면서 나만의 미소를 찾기 위해 한겨레 포토워크숍의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기 배영>

 

 이번 포토워크샵은 하루 동안 짧게 진행되었으나, 서천의 군데군데를 돌아다니며 서천 만의 고즈넉한 매력을 즐기는 기회가 충분히 되었다. 돌아다닌 장소들이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덕분에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편안한 동선이었다. 제일 먼저 식사와 사진 강의를 들으러 방문한 문헌서원은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온통 초록색뿐이었다. 녹음 사이사이로 예상치 못한 색깔이나 사물들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장소다. 흔히 잔디밭에 가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밧줄 울타리 때문에 못 밟고 침만 흘리고 지나간 적이 많은데, 이곳은 그런 금이 그어져 있지 않아서 맘 놓고 밟고 다녔다. 한옥을 지탱하고 있는 목재와 석재에 생긴 무늬와 구멍을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목재를 들여다보면 흡사 사람 얼굴에 난 구멍들(눈, 코, 입)을 연상시키는 무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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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연못에 비치는 기와지붕과 계단 사이로 난 민들레를 뒤로하고, 오늘의 메인인 모시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향하였다. 버스 안에서 밖 풍경을 찍어보는 것도 나름 편하게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려는 차량이 많아서 버스가 느리게 이동했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주차장에 내린 후, 셔틀을 타고 행사장까지 이동한다. 셔틀버스는 매우 새것으로 보였는데, 버스 내부의 작고도 다채로운 세부에 눈이 자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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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들려오는 커다란 행사장 음악 소리 때문에 정신이 멍해지면서 그냥 다시 조용한 버스 안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행히 진정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이번 워크숍에 동행한 사람들과 헤어진 채 나만의 즐김 포인트를 찾아 떠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뭘 보면 될지 몰라 아빠 근처를 위성처럼 따라다녔으나 어느덧 눈길이 가는 곳을 향해 알아서 발걸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소개된 패션쇼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기에는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아서 그냥 발길 가는 대로 향했다. 공연장 옆에 마련된 체험장과 전시장 부근이 좀 더 나에게 편안한 환경임이 느껴졌다. 연령대가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그림을 많이 담아낼 수 있었다. 할머니들이 넓은 평상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모시를 직접 이로 다듬고 계셨다. 모시 만들기가 참으로 노동집약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의 노고로 힘겹게 만들어진 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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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이렇게 큰 행사장은 돌아다니다 보면 앉을 곳을 찾기가 의외로 힘들었던 적이 많았었는데 (있어도 그늘까지 완벽하게 드리워지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주인 없는 간이 의자가 그늘 속에서 딱 나를 반기고 있었다. 햇빛이 너무 강해 잠시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앉아서 쉬고, 다시 일어서서 돌아보다가 행사장 근처에서 나눠 받은 축제 상품권으로 배를 채웠다.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먹지는 못했으나, 쌈 야채로 나온 깻잎과 상추의 양과 품질이 서울의 식당에서 보던 그것과는 달라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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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에서 버스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조금 오래 걸렸기 때문에 신성리 갈대밭에서는 3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하늘의 구름 모양과 갈대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자국이 서로 잘 어울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란스럽지 않고 깔끔하게 정돈된 갈대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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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 창문 밖을 찍어보았다. 창문에 반사되는 천장 등이 서천의 풍경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여느 때 같았으면 그냥 보내기 아까운 주말이라고 아쉬워했을 텐데, 이 날은 전혀 아쉬움이 없던 날이었다. 해가 쨍쨍한 날에 돌아다녀서 그런가, 모시의 ‘시원함’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던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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