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누르면 찍히지만 모두가 사진은 아니다

사진마을 2017. 05. 31
조회수 2334 추천수 1

[뭘 어떻게 찍을까]

 

아마추어들은 출사 나가면 묻는다

"여기서 뭘 찍어야 하죠?"

 

한 사진전문 출판사 대표는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가까이 있는 것을 찍어라

소통·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사진 테마는 자기표현이거나 기록

뭐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전문가는 권한다

관망하는 '그들'보다 낯익은 '당신'에

친밀한 눈빛으로 초점 맞추길

 

hpw01.jpg » 지난 21일 부산 영도대교 앞에서 시민들이 도개행사를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손안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왔고 사진을 잘 찍고 싶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뭘 잘하려고 한다면 독학을 하든 선생에게 배우든 해야 한다. 필름 카메라 시절엔 필름 현상과 인화 과정부터 배워야 했는데 녹록지 않았다. 초점과 노출 조절 등이 모두 수동이었으므로 카메라 조작법을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러다가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오면서 사진 진입 장벽이 일시에 무너졌다. 이젠 그것도 뛰어넘어 뭔가 찍고 싶으면 툭 하고 찍는 스마트폰 카메라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조작은 너무나 쉽고 간단해 이제 카메라 조작법을 따로 배워야 하는 필요성은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쉽게 놓치는 대목이 있다. 사진을 배우는 것과 카메라를 배우는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터치만 하면 찍힌다. 디지털카메라도 전원 켜고 자동모드에 놓고 셔터를 누르면 초점과 노출이 정확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

hpw002.jpg

만 그렇게 찍은 것이 모두 의미 있는 사진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가장 많이 찍은 건 얼굴, 그 다음 가족


 글쓰기와 비교해보자. 지금은 필기도구로 글을 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키보드로 입력한다. 이것은 연필이나 만년필보다 빠르고 편리하며 썼다 고치기가 용이하고 저장하고 보관하는 것도 쉽다. 그런데 무작위적인 문자의 나열은 의미 있는 문장을 만들지 못하며 문장이 자동으로 형성되는 프로그램이란 것은 아직 없다. 많은 사람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에 가까운 장벽을 느끼고 있다. 말은 저절로 할 수 있게 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터치하거나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사진은 찍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사진이 아니다.

 사진 찍기와 글쓰기는 배워야 하고 배워야 어느 정도 자기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배우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무엇을 찍을 것인가이다. 아마추어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나가보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는 “여기서 뭘 찍어야 하죠?”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의 목적에 맞는 내용을 찾는 것이 지름길임을 깨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1830년대에 처음 사진이 탄생했을 때 사람들이 주로 찍었던 것은 얼굴이었다. 가격도 비쌌고 시간도 많이 걸리던 초상화 제작에 비해 사진술은 상대적으로 싸고 간편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했고 요즘의 아이돌 사진처럼 여왕 폐하의 얼굴사진도 갖고 싶어했다. 본인 스스로의 얼굴도 명함판으로 만들어 서로 교환하고 수집하는 유행이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도 번졌다. 그 유행이 21세기엔 셀피로 바뀌었을 뿐 스스로를 찍는 것이란 점은 1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

hpw003.jpg

를 바가 없다.

 다음으로 많이 찍는 것은 가족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진집 중의 하나로 토목학자였던 전몽각씨의 사진집 <윤미네 집>을 드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윤미네 집>은 한집안의 아빠인 전몽각씨가 큰딸 윤미씨가 태어나서 시집가는 날까지를 기록한 가족사진집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사진집은 <인간가족>이다. 이 사진집은 같은 이름으로 열린 사진전의 산물이다. <인간가족>전은 에드워드 스타이컨이 68개국 273명의 사진가들 작품에서 선정한 503장의 사진으로 1955년에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해 세계 38개국에서 순회전을 해 900만명이 관람했던 사진 역사상 최고의 전시였다. <인간가족> 사진집은 지금까지 400만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가족>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노동하고 즐기고 또 그러다가 전쟁과 고통에 시달린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물리적 거리이거나 관심분야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의 이규상 대표는 아마추어들, 그리고 일부 전업사진가들이 어떤 주제를 잡고 사진작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 가까이 있는 것을 찍어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크게 묶으면 사진의 테마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자기표현이고 다른 하나는 기록이란 것이다. 흔히 꽃을 찍고 나무, 구름, 숲, 하늘, 강물을 찍는 것은 그 대상에 자신을 투사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 표현의 욕구를 발현하는 것이고 순수예술에 가깝다. 다큐멘터리는 기록에 가깝다. <윤미네 집>은 가족의 기록이며 김기찬씨의 <골목안 풍경>은 이웃의 기록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은 물리적인 거리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본인의 관심 분야라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표현과 기록 중에 어느 하나가 더 우월하거나 긴급하진 않다. 선택을 할 일이며 어느 지점에서 둘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돌아보는 순수사진이든 자신과 가까운 곳의 기록이든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진가가 찍은 사진을 제3자인 독자나 관객이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말만큼 쉽지는 않다. 최근 발매된 사진가 박병문의 사진집 <선탄부> 서문에서 김문호씨는 이렇게 쓰고 있다.
 “박병문의 사진은 2인칭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사진에는 저만치 있는, 사진가가 대상화시켜서 냉정한 시선으로 관망하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항상 나의 아버지와 나와 함께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낯익은 사람들, 바로 ‘당신’이다. 그가 사진기를 들도록 만들었던 그 모티브가 타인을 향한 시선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박병문의 이번 작업을 통해서 달리는 볼 수 없었던 여자광부들의 일상을 속속들이 만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그의 친밀한 시각 덕분일 것이다.”


hpw001.jpg

한번만이라도 살아 봤으면 고개 끄덕


 박병문 본인이 광부는 아니었으니 1인칭이 될 수는 없겠지만 박병문의 부친이 광부였고 박병문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탄광촌에서 광부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으니 제3자는 아니란 뜻이다. 사진에 이런 시점 혹은 시선이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몽각씨의 <윤미네 집>은 말할 필요도 없고 30년간 골목을 찍은 김기찬씨는 그 골목의 이웃이나 다름없는 편안한 존재였으니 사진에 등장하는 골목 사람들이 김기찬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편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나온 사진가 심규동의 사진집 <고시텔>은 또 다른 면에서 좋은 사례다. 심규동은 여러 고시텔에서 살았는데 처음부터 사진을 위해 거기 머문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인이자 사진가인 신현림씨는 사진집 <고시텔>의 해설에서 “그는 고시텔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에 머문 고시텔을 찍었다. 그 고시텔은 거지가 입은 누더기처럼 슬펐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보기만 해도 우울해지고 슬퍼지는 고시텔. 7포 세대, 흙수저라고 비관하는 청춘들의 생존현장. 그리고 오갈 데 없는 중장년층의 집…”이라고 썼다. 고시텔에서 한 번이라도 살아본 사람은 심규동의 사진집 <고시텔>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든 끔찍한 기억에 공감하든 할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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