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술, 시대의 고민

사진마을 2017. 05. 11
조회수 1526 추천수 0

송건호 대학사진상 수상작 발표

대상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촛불 사진 많고 심미적 사진 부각

시대적 고민과 개인적 자아 성찰도

 

sgh05.jpg » 대상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정병혁 중부대)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주최한 2017년 ‘제4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 결과가 발표되었다. 대상은 광화문 촛불집회를 높은 곳에서 장노출로 촬영하여 촛불 행진의 흐름을 묘사한 정병혁(중부대)씨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상은 홍윤기(상명대)의 ‘뭉크의 절규’가 받았고 우수상은 김현준(중앙대)의 ‘태극기를 든 아이’, 한지현(한동대)의 ‘닮다’, 김용환(한국외대)의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수상했다. 수상작과 더불어 선정된 전시작 21점은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전시된다. (02)736-6669

sgh03.jpg » 최우수상 뭉크의 절규 홍윤기 상명대

sgh01.jpg » 우수상 '태극기를 든 아이' 김현준 중앙대

sgh02.jpg » 우수상 닮다 한지현 한동대

sgh04.jpg » 우수상 멈출때 비로소 보이는 것 김용환 한국외대


 
 모두 302점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 5점과 전시작 21점을 보면서 두드러진 특징 몇 가지를 읽을 수 있었다. 첫째는 촛불집회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수상작에서 3점, 전시작에서 5점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록된 사진이다. 현장을 기록하는 일은 항상 사진가의 책무다. 2016년의 대표적 현장으로 촛불집회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상을 받은 정병혁씨는 수상소감을 통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촛불집회 사진들이 나왔고, 수많은 기록자가 수십, 수백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나도 그 기록자들 중 한 명이었고, 대상을 받은 사진은 그 많은 사진 중 한 장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동안 말없이 노력했던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특징은 심미적 가치에 대한 접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좋은 보도사진의 기준을 크게 나눈다면 뉴스가치와 심미적 가치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뉴스가치는 그 사진이 다루고 있는 뉴스가 얼마나 비중이 있는지 등을 말하는 것이다. 심미적 가치는 뉴스가치와 별도로 그 사진이 얼마나 시선을 주목하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중 한가지 방법이 기존에 널리 알려진 예술작품이나 신화, 역사적 순간 등에서 탄생한 도상(icon)을 응용하는 것이다. 미국 대공황 시절 도로시아 랭이 찍은 ‘이주노동자 어머니’ 사진은 중세 회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가 아기를 안고 있는 장면”과 오버랩된다. 이번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뭉크의 절규’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소리치는 여성을 찍은 사진인데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그린 ‘절규’라는 그림이 연상된다. 전시작 중에서도 양해철(수원대)의 ‘그대 떠난 여기’에서 외할머니가 어머니 손등에 키스하는 장면이나 김현진(계원예술대)의 ‘닫는다’를 보면 어떤 미술 작품이 떠오를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특정한 뉴스현장이 아니라 인간(본인이나 혈육 등 주변인, 사회 전반의 어떤 세대)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성찰의 구체적 내용이야 불투명한 미래, 실존에 대한 질문, 시대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하겠지만 이렇게 사람의 내면을 돌아보는 사진이 대거 수상작과 전시작에 포함된 것에 대단히 주목한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닮다’는 여행지에서 본인의 부모님을 찍은 사진이다. 안지현은 수상소감을 통해 “생각하고 계산하며 찍었던 사진들이 아닌 그냥 너무 아름다워 셔터를 누른 이 사진이 수상작이 되어 기술보다 마음이 담긴 사진이 더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한눈에 봐도 편한 장면을 편하게, 다시 말하자면 설정되지 않은 상황을 대단한 카메라워크없이 가볍게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러한 일상의 감동은 역사적 사건현장에서 찍은 사진의 감동  못지않다. 우리 모두는 보편적인 인간이고 감정이 있으며 고민하고 기뻐하고 울고 웃기 때문이다. 우수상 수상작 김현준(중앙대)의 ‘태극기를 든 아이’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수십만 군중이 아니라 한 명의 아이를 찍었음에도 울림이 크다. 전시작 중에서 남창훈(명지대)의 ‘무거운 어깨’를 보자. 특정 현장도 아닌 일상적 공간에서 뒷모습으로 걷는 한 노인의 지친 모습 이 시대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표상일 수 있기 때문에 여운이 깊다. 박홍익(경기대)의 ‘4학년’은 한 명의 대학생을 찍었지만 우리 사회 모든 취업준비생의 고민을 대표한다고 할 것이며 이상현(경북대)의 ‘어머니를 위한 헌시’는 모든 어머니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경계할 일은 이런 일상의 장면은 자칫 사적인 접근에 머물고 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쓸쓸한 뒷모습 혹은 앞모습을 담아내면서도 그 언저리 어딘가에 시대의 아픔을 공유할 상징물에 해당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든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대학교 교정에서 한 학생이 실루엣으로 힘없이 걸어간다고 하자. 그 옆에 취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현수막이라도 하나 바람에 날려야 하는 것이다. 우수상을 받은 김용환(한국외대)의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에는 구세군과 냄비가 있다. 이 사진이 단순하게 구세군 모금액이 늘거나 줄었다는 메시지에 그치지는 않는다. 그 외 여러 가지로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한 접근을 하고 있다.
  그 밖에 전시작 중에서 정병혁(중부대)의 ‘이화의 벗’, 심동일(고려대)의 ‘등 돌린 총장’ 등 세 작품이 학내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끌면서 ‘송건호 대학사진상’의 취지를 돌아보게 하였다. 공모전 안내를 보면 자유주제라고 되어있으나 이 상을 풀어서 설명한 내용을 보면 “대학생의 눈으로 기록한 대학사회의 현실과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을 찾는다”라고 되어 있다. 2016년은 한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탄핵정국이었으니 대학사회의 현실과 생활에만 집중할 수 없었기에 촛불현장에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만약 촛불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세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전문 게재한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2016년의 현실은 대단히 엄중했고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광장의 함성과 촛불은 정의를 갈망하는 따듯한 평화의 메시지를 띄웠다. 시국을 지켜보았던 국민들의 시선은 의외로 냉철했고 이성적이었다. 한국사회의 역동적 현실을 찰나의 프레임으로 담은 사진들은 냉혹함과 따듯함을 동시에 품었다. 고통스런 애정이라고나 해야 할까. 사회를 관찰하는 대학생들의 시선은 강의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준사회인으로서 그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사회적 현실에 참여하고 있었다. 앵글에 반영한 사회적 현실이 바로 이를 증명한다. 정치적 적폐와 공권력에 대한 저항, 열악한 노동현실과 사회적 빈곤은 젊은 그들이 바라본 우리사회의 민낯이자 아픔이다. 캠퍼스에서는 정의와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생들이자 가정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다. 이번 송건호 대학사진상 공모전에 응모된 많은 사진들에는 대학생들의 그러한 다양한 모습들과 생각들이 잘 담겨 있다.
 최경진(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sgh06.jpg » 전시작 분노의 빛 강승우 서울대

sgh07.jpg » 전시작 그대 떠난 여기 양해철 수원대

sgh08.jpg » 전시작 이화의 벗 정병혁 중부대

sgh09.jpg » 전시작 무게 황현경 홍익대

sgh10.jpg » 전시작 다함께 뽈뽈뽈! 정유진 서울대

sgh11.jpg » 전시작 나가고싶어 이태희 한국기술교육대

sgh12.jpg » 전시작 닫는다 김현진 계원예술대

sgh13.jpg » 전시작 꽃눈 홍우상 경희대

sgh14.jpg » 전시작 모두 스마일 박지훈 대구대

sgh15.jpg » 전시작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우지아 청주대

sgh16.jpg » 전시작 4학년 박홍익 경기대



 국정농단과 촛불집회 그리고 탄핵, 세월호 인양까지. 급박한 사건과 급변하는 시간 속에서 이와 관련된 엄청난 양의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무언가를 천천히 들여다 보거나 찬찬히 생각하기보다는 빠르게 원하는 정보들만 취사선택해 판단하는 데 익숙해진다. 무언가를 보기에 앞서, 또 생각하기 앞서 빠르게 결정/판단해야 하는 우리는 어느새 시간을 들여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힘을 기울여 온전히 생각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

 필름이 디지털로 대체되고, 이제 대부분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시대지만 사진의 변치 않는 미덕은 걸음을 멈추고 오래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것, 그렇게 얻은 사진을 들여다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4회 송건호사진상에 응모된 모든 사진들은 각각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의 시작이 담겨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저마다의 시선과 의미가 담긴 모든 응모작 중에서 심사위원들은 스스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에 좀 더 많은 공과 품을 들인 사진들을 골라내려고 노력했다. 
 대상으로 뽑힌 정병혁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진에 담긴 장면을 바라볼 수 있는 곳까지 접근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사선 구도에 저속 셔터를 가미해 촛불의 역동적인 모습을 완성도 있게 표현했다. 자신이 원하는 장면에 필요한 뷰포인트와 장비 그리고 카메라 세팅을 명확히 이해하고 수행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최우수작 홍윤기의 ‘뭉크의 절규’는 경찰과 시민이 대치하는 집회 현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피사체와 가까운 곳에서 담아낸 역동적인 장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우수작 김현준의 ‘태극기를 든 아이’는 프레임과 색감 그리고 아웃포커싱된 배경 등 사진의 기본기가 안정적인 사진으로, 세월호를 상징하는 구명조끼들 앞에서 노란 풍선과 태극기를 든 아이의 모습이 긴 여운을 남긴다. 또 다른 우수작 김용환의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은 빨간 옷을 입고 서 있는 구세군과 무채색의 옷을 입고 움직이는 시민들의 대비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어떤 무관심을 잘 환기시켜 주었다. 마지막으로 한지현의 ‘닮다’는 비록 프레이밍에서 미숙함이 보이지만, 일상에서 사소하지만 따뜻한 순간을 발견하며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진이었다.  
 이처럼 누군가 자신들의 시간을 잘라내어 세상을 바라본 사진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이야기들을 던져준다. 광장에서 춤추는 듯 살아있는 촛불들, 절규하는 어느 시민의 얼굴, 해맑은 아이가 들고 있는 노란 풍선과 태극기는 과연 우리가 어떠한 시간을 지나오고 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스펙터클한 사건의 연속 안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챙겨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바쁘게 움직이는 행인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서로 닮은 얼굴을 따뜻하게 포개고 있는 부부의 모습에서 찾아보게 된다.  박지수( 사진잡지 보스토크 편집장)


 

sgh17.jpg » 전시작 행진 양희지 한국외대

sgh18.jpg » 전시작 만덕5지구, 살자 백승환 중앙대

sgh19.jpg » 전시작 등 돌린 총장 심동일 고려대

sgh20.jpg » 전시작 불신의 벽 이명오 고려대

sgh21.jpg » 전시작 어머니를 위한 헌시 이상현 경북대

sgh22.jpg » 전시작 따뜻한 섬 박기연 상명대

sgh23.jpg » 전시작 촛불이 웃는다 정효진 한국외대

sgh24.jpg » 침묵, 그것은 다시쓰는 민주주의 강민석 중부대

sgh25.jpg » 전시작 세월호 아이들의 책상 임혜림 대진대

sgh26.jpg » 전시작 무거운 어깨 남창훈 명지대
 


 제4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심사를 위해 접수된 총 263점의 작품을 살펴보니 2016촛불항쟁의 기록과 진실이 가려진 채 아픔과 고통의 시간으로 정지되었던 세월호 문제를 기록한 사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관심과 참여 의식을 갖고 사진 작업을 했다고 믿어지는 소재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음을 당위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취업의 어려움 등 일상의 현실을 보여주는 아픈 사진들도 있었고, 학내 문제 등 사회현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읽어낸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접수된 사진들은 젊고 자유롭고 감각적이었습니다. 심사를 하면서 그 젊은 생각과 실천이 내심 부러웠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다만 접수된 사진 중에 눈에 띄는 일부 사진이 공모요강을 지키지 못해 탈락한 것은 이번 심사의 가장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에 촬영된 사진에 한함’을 지키지 못하고 다른 기간에 촬영된 사진을 접수한 학생들의 좋은 작품을 탈락시키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유수 언론사에서 취재해 배포한 사진 원본을 그대로 복사해 접수한 학생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이 시대를 앞 서 산 기성세대이자 선배로서 통한의 배신감이 들었음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수상작 이외에도 눈에 띄는 사진들이 많았으나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을 하면서, 이번 송건호 대학사진상 출품작 전체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앞으로 이어질 이 상의 출품 팁을 하나 드리자면, 너무 가볍거나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송건호 선생님의 존함을 걸고 하는 대학사진상은 거짓보다는 진실을 더 존귀한 가치로 생각한다는 것, 즉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라지만 그 그림 속에 사진 매커니즘의 이해와 활용을 넘어선 진실과 꿈이 그려져 있으면 더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이야기와 꿈이 가슴에 훅 하고 전해질 수 있는 구성력과 통찰이 느껴질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드르륵 찍어서 그 중 한 장을 건지는 사진이 아니라(사진은 건지는 게 아니다. 혼신을 다해 작업하는 것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찍어내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가가 중요합니다. 사진은 기계가 찍어준다지만 사진 속 이야기는 결국 사진을 찍는 이의 마음과 태도가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2017 제5회 송건호대학사진상에서 더 훌륭한 사진과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강재훈(한겨레 사진부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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