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아니라 몸으로’
길의 끝은 또 다른 길의 시작이다.
그랬다.
바다로 난 길의 끝에서 시작된 길은 땅의 길이 아니라 바다의 길이었다.
땅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나는 망설였다.
길은 이어져 있었지만, 바다로 난 길의 끝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길에는 나 또한 흔적을 남길 수 없을 것이며,
그래서 그 길은 마음으로 걸어야만 하는 길이 아닐까 싶었다.
땅의 길 끝에서 길의 고마움을 느끼며,
이어진 바닷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휘익!’ 숨비소리가 들려온다.
아, 그 길, 걸어간 이들이 있었구나.
그 길은 발로 걷는 길이 아니라 몸으로 걷는 길이었다.
나비처럼 춤추며 걷는 길이었다.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걷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