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 등장하는 것

사진마을 2017.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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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4

                                                                           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3 좁히고 분석하고 색칠하라

                                                                                          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2 살아있는 유형학을 주문한다

                                                                                          사진전공학생 개별 사진 분석-1 사진 따로 글 따로는 곤란

 

 

 김혜진의 <유커>는 비교적 최근의 이슈라서 반가웠다. 과거의 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든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국 관광객을 그 나라 발음으로 유커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지 몇 년이 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어~”하다 보니 온 사방에 중국 관광객이 보인다. 김혜진의 짧은 작가노트를 보니 2016년에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1700만 명이고 그중 750만 명이 유커였다. 이 정도 숫자면 관광산업의 측면을 넘어 사회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몇 년 전 쓰시마에 갔을 때 거리에서 들려오는 말이 온통 부산 사투리였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 한국의 관광 명소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사진의 테마로 유커를 잡는다면 어떤 관점에서 어떤 색칠을 할 것인가? 김혜진은 똑 부러지게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영혼 없는 문화행사”로 구성된 유커 대상의 관광코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좋다. 문제의식이 분명하면 사진의 스토리텔링도 명확해진다. 다음 단계는 사진으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려면 뭘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여기가 어렵고 여기가 본론이다.
 
 글로 뭔가를 표현할 때 비유를 드는 경우가 있다. 화살처럼 빠른 세월이라 하면 세월을 화살에 비유한 것이다. 직유법이다. 김동명의 시 문장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에서 내 마음은 그냥 호수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은유법이다. 사진에선 어떻게 할 것인가? 순서대로 해보자. 우선 김혜진이 찍으려고 한 대상은 유커다. 그렇지만 단순히 “유커는 중국 관광객입니다”라는 문장이 아니다. “유커는 중국 관광객이고 한국에 많이 옵니다”도 아니다. 김혜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유커는 중국 관광객이고 한국에 많이 오는데 그들을 맞이하는 한국의 행정과 관광업계의 대응이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게 나왔으니 전시행정과 영혼 없는 문화행사를 사진으로 보여줘야 한다. 전시행정이란 낱말을 시각적으로 풀면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될 것이고 성의없이 준비한, 일회성, 얄팍함 등의 어휘가 눈에 보인다. ‘영혼 없는 문화행사’라는 낱말도 사진으로 풀려면 “국적이 불분명한, 날림의, 급조한, 성의없는” 등의 어휘로 귀결된다.
 그냥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을 찍는다고 다가 아닌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혜진은 1번 사진에서 대규모 야외 식탁을 찍었다. 마침 그날 비가 왔는데 렌즈(필터겠지)가 빗물에 젖었는지 뿌옇게 찍혔다. 일단 통과. 2번 사진에선 별다른 장치가 없다. 3번 사진도 평범한 앵글이라 “전시행정, 영혼 없는 문화행사”라는 본인의 관점을 읽어낼 뭔가가 없다. 4번에선 곤룡포의 문양이 뭔가 보여주는 듯하니 넘어가고 5번에선 도심에 설치된 임시무대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니 넘어가고 6번도 비슷하다. 반복해서 말하지 않겠다. 8번 정도가 비트는 것이 보일 뿐이고 나머지는 평범하다. 이래선 본인의 주장 “전시행정과 영혼 없는 문화행사”가 보이지 않는다.

khj01.jpg khj02.jpg khj03.jpg khj04.jpg khj05.jpg khj06.jpg khj07.jpg khj08.jpg khj09.jpg » 김혜진, 유커  
 그럼 어쩌라고? 사진이란 이래서 어렵다. 부실하다는 말을 문학적으로 옮기면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집 같아요”라고 할 수 있다. 부실하다는 말을 사진으로 옮기려면? 모래를 찾아야 한다. 이건 예를 든 것인데 김혜진의 사진 2번에서 9번까지 중에 모래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이 어디에 있을까? 오늘 내가 찍으려는 모래는 어디에 있는가? 부실하다가 아니라 이번엔 영혼 없는 문화행사라는 말을 사진으로 옮기려면? 이 관련 키워드를 김혜진 사진 1번부터 9번까지에서 찾아보라.
 더 친절하게 접근하면 예를 들어 3번의 경우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로 보인다. 한국의 고유한 젓가락문화에서 출발한 이벤트인데 중국도 젓가락을 쓴다. 그러므로 이 사진 자체가 영혼 없는 문화행사라는 뜻일까? 아니다. 중국인들이 젓가락을 쉽게 잘 쓴다고 표현하려면 능숙한 젓가락질을 보여줘야 한다. 이 사진은 너무 평범하다. 일일이 어떻게 찍어야 한다고 말할 순 없다. 이 현장에 내가 보질 않았으니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비슷한 현장에 가본 적이 있고 또 비슷한 테마로 찍은 사진가를 알고 있으니 조언을 드릴 순 있다. 관광과 전시행정, 영혼 없는 행사라면 ‘비틀기’, ‘이면’, ‘부조화’, ‘대비’ 중에 하나 이상은 꼭 들어가야 할 것이다.  
  최근에 사드 탓으로 유커가 줄었다고들 하고 이제 유커보단 싼커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어쨌든 중국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는 현상은 하루 이틀 만에 종료될 것이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니 계속 작업을 이어가면 좋겠다.
 

 

psy01.jpg psy02.jpg psy03.jpg psy04.jpg psy05.jpg psy06.jpg psy07.jpg psy08.jpg psy09.jpg » 박성용, 일회용 삶
 박성용의 <일회용 삶>은 두 장을 붙여서 한 장으로 보여주는 딥틱 방식의 작업이다. 내용은 청년실업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서 내집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로 꿈, 희망마저 포기한 7포 세대”의 암울한 오늘날을 보여준다. 여러 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유형학으로 찍고 오른편엔 해당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발견되는, 관련 있는 소품 사진이 배치되어있다. 지루한 인물의 나열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박성용의 작업에선 사람+복장+배경까지 같이 들어있어서 그렇게 지루하지 않다. 제공받은 사진이 작고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지만 손에 뭘 들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경광봉, 스캐너…. 그럼 여기에 뭘 더 추가하면 성의있고 재미있는 유형학이 될 수 있을까? 없다. 이 정도면 사실 최선을 다한 셈이다. 굳이 말하라면 ‘동작’이다. 1번은 카트를 끌고 가는, 2번에선 팝콘을 제공하는 3번에선 피자를 배달하는……. 등의 동작이 각각의 사진에서 추가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찍으면 유형학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진이 더 힘이 있다. 9번 사진을 시멘트포대를 짊어지고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면서 땀을 흘리는 청년의 사진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더 현실적으로 보이겠는가?
 어찌되었든 방식의 선택은 사진가의 몫이니 간여할 것은 아니다. 박성용은 사람+복장+배경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뛰어넘기 위해 해당 현장에서 발견되는 소품을 딥틱으로 배치해서 볼거리를 늘렸고 이야기의 길이도 늘였다. 이 대목에서 좀 더 욕심을 낼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딥틱으로 붙인 소품들이 너무 직설적이다. 예를 들어보라고? 6번 같은 경우엔 오른쪽 사진에 명품가방이나 굴비세트 같은 것이 어떨까? 이 또한 그다지 신선하진 않다. 아마 더 젊은 머리에선 더 신선한 생각이 나올 것이다.


 

 

lgy1.jpg lgy2.jpg lgy3.jpg lgy4.jpg lgy5.jpg lgy6.jpg » 이경연의 <잠들지 못하는 도시, 서울>  
 이경연의 <잠들지 못하는 도시, 서울>은 과문한 나로서는 신선했다. 우선 두 장을 붙였는데 경계선을 흐릿하게 하였으니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점이 독특했다. 딥틱하고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떨지 궁금하다. 외형은 그렇다는 것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목에 들어있다. 낮에도 밤에도 서울은 계속 돌아가고 도시인은 고단하다는 주장이다. 역시 좋은 주제다. 평범하지만 보편적이라서 우리가 쉬 놓치는 주제가 아니겠는가? 서울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이 주제에 해당하는 삶을 산다.
 그렇지만 ‘기승전논문작성법’에 따라 조언을 던진다면 너무 광범위하고 겹치기도 한다. 또한 찍은 사람의 의지가 개입되지도 못했다. 서울은 너무 넓다. 제목엔 서울이 들어가도 좋은데 어떤 서울인지를 보여주질 못했다. 서울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 3번과 4번은 둘 다 도로라 겹친다. 그리고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밤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보자.


 

 

lsh1.jpg.jpg lsh2.jpg lsh3.jpg.jpg lsh4.jpg.jpg lsh5.jpg lsh6.jpg lsh7.jpg lsh8.jpg lsh9.jpg » 이성희, <Age Document>  
 이성희의 <Age Document>는 드론으로 찍은 사진들이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거공간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초가지붕, 기와지붕, 연립주택의 지붕까지 보면서 자칫 주거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지붕의 변화라고 읽을 뻔했다. 3번, 6번, 9번 사진을 보면서 주거공간의 의미 속에 사람이 사는 주택과 그 인근 공간도 포함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드론은 확실히 사람이 평소에 볼 수 없는 조감의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눈에 쏙 들어온다. 못 보던 것에 반응하는 일은 인지상정이다. 사진은 어찌되었든 평면의 매체이긴 하나 하늘에서 보면 더 납작하게 보일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리아스식 해안이나 강의 줄기를 잎맥이나 핏줄로 보이게 찍기도 하는 장점도 있지만 단순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A가 찍은 드론의 조감과 B가 찍은 드론의 조감에서 어떤 차이를 낼 것인가의 숙제도 풀어야 한다. 땅에 있는 사진가들도 당면하는 숙제이긴 하지만 하늘에선 오히려 운신의 폭이 더 좁다. 앵글의 차이를 내기가 더 어렵다. 1번 사진의 초가지붕이 분필지우개처럼, 2번의 기와지붕이 참빗처럼 보이는 것은 사진가의 의도인가? 한계인가? 이를 피하기 위해 3, 6, 8, 9번처럼 수직이 아닌 비스듬한 앵글의 조감을 찍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수직과 비스듬한 앵글이 섞어버려서 한 사진가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선처럼 혼선을 줄 수도 있는데 그것을 어찌할 것인가? 보도사진가들이 드론을 사용해 새로운 앵글을 찾는 데는 아주 큰 도움이 되겠는데 사진작가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데 과연 드론은 유용한가?
 이런 숙제는 어찌 이성희 혼자서 감당할 것은 전혀 아니지만 드론을 사용하는 1인으로서 N 분의 1만큼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실 본인에겐 N 분의 1이 아니라 전체다.


 

lym0.JPG lym1.jpg lym2.jpg lym3.jpg lym4.jpg lym5.jpg lym6.jpg lym7.jpg lym8.jpg » 이연미의 <철가방과 함께한 배달의 민족>  
 이연미의 <철가방과 함께한 배달의 민족>은 모처럼 만나는 정공법의 포토스토리처럼 보였다. 주인공이 있고 그의 애환을 보여주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드시 한 명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철가방을 주인공으로 해도 좋았다. 그런데 이것저것 섞여있는 것은 좀 이상했다. 사람이 주인공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시간 순서, 공정의 순서를 따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가장 큰 아쉬움은 5, 6, 7, 8번이 겹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저렇게 밀고 갔는가 하는 점이다. 인물과 렌즈의 거리를 보니 몇 군데서 허락을 받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한 두 팀을 쭉 따라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참으로 좋은 주제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예를 들자면 <검정 고무신>이나 <말표사이다>는 지금 잘 찾기 어려운 주제다. 이미 지나간 버린 과거를 다시 소환하여 찍는 것은 어색할 뿐만 아니라 큰 의미가 없다. <철가방>은 이연미가 알고 있으며 지금도 크게 어렵지 않게 조우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형 배달업체 때문에 서서히 사라질 운명에 처한 주제이니 가치가 있다. 우리는 오늘 우리 주변을 살펴야 마땅하다. 2017년 오늘, 우리 주변에 이러한 테마가 또 뭐가 있는지 둘러보자.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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