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고 밤 사이 봄비가 내렸다.
그러나 아직도 저 남녁땅 제주도의 팽나무도 새순을 내진 못했다.
아직 봄이 멀었는가?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에게 봄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일당벌이를 하러 나갔던 할망의 옷은 두텁고,
알록달록 꽃모양의 모자는 채양이 넓다.
하루 해가 그리 길지 않을 것임은 기다랗게 길에 누운 그림자가 말하고 있다.
문득,
팽나무와 할망이 닮았다고 느껴진다.
주름진 얼굴이며 구부정한 몸짓이며 막일로 굳은 손바닥은
나뭇결이고, 휘어진 나뭇가지이며, 옹이가 아니런가?
제주도 동쪽 끝마을 종달리 올레1코스에는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십수년 그를 보았는데,
자라는 속도가 워낙 느리다보니 단 한뼘도 자라지 않은 것 같다.
그럴리는 없으니, 나무는 참으로 천천히 자란다는 증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