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어 걷고, 걸으니 길이다

사진마을 2017. 01. 19
조회수 3659 추천수 1

ggh02.jpg » Capodacqua Lake, Capestrano, Abruzzo, Italy. 2016ⓒ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마이클 케나 사진전 '길'

끊어진 길도 가야만 한다

공근혜갤러리, 2월 19일까지

 

 

마이클 케나의 국내 네 번째 개인전 ‘길’(The Roads)가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월 19일까지니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은 휴관한다. 연락처 02-738-7776

 마이클 케나는 지난 37년간 세계 각지의 화랑과 미술관에서 600여번의 전시를 열었으며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도쿄사진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세계적인 사진컬렉터인 가수 엘튼 존 경은 현재까지 케나의 작품을 200점 넘게 사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길이다. 영국과 일본, 프랑스, 미국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길 사진들을 총망라했다. 마이클 케나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사진에서 풍겨져 나오는 묵향 같은 것을 떠올린다. 그 분위기에 더해 길 사진들은 인간의 끝 없는 도전, 숙명이 스며들어 있다. 끊어진 길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것이다.

 

ggh01.jpg » Beach Path, Hastings, Sussex, England. 1984ⓒ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3.jpg » Crumbling Boardwalk, Shiga, Honshu, Japan. 2003ⓒ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6.jpg » Poplar Trees, Fucino, Abruzzo, Italy. 2016ⓒ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7.jpg » Rickety Pier, Saroma Lake, Hokkaido, Japan. 2005ⓒ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8.jpg » Silver Road, Versailles, France. 1988ⓒ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10.jpg » Twenty One Fence Posts, Shirogane, Hokkaido, Japan. 2004ⓒMichael Kenna,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ggh05.JPG » 갤러리에 햇살이 스며들었다.
 
 50 장의 사진을 쭉 보다가 유난히 제목에 숫자가 든 사진이 많았다. 예를 들어 공근혜갤러리를 들어서 왼쪽으로 계단을 다 내려가서 시작되는 벽면의 맞은편엔 ‘21개의 울타리기둥, 시로가네, 홋카이도, 일본’이 있다. 세어보니 스물한 개가 맞았다. 그 사진의 왼쪽 벽에 있는 것은 ‘38개의 막대기, 나가하마, 혼슈, 일본’인데 사진의 크기가 작다 보니 잘 셀 수가 없었다. 이 이름들은 마이클 케나가 직접 붙였다고 하니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케나는 확대기에 필름을 걸고 확대해서 세어봤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 외에도 ‘13개의 해수욕장 우산’ 등 구체적인 숫자를 특정한 제목이 재미있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숫자가 들어있지 않은 다른 사진들의 제목을 몇 개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얼어붙을 듯 추운 아침’, ‘눈 덮인 부두’, ‘포플러 나무들’ 같은 것들은 그냥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명명했다. 꾸미지 않았다. 마이클 케나 사진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꾸밈없음’임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어떤 사진가의 철학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사진작품의 크기변화다. 그동안 “나의 사진은 큰 규격에 맞지 않다”며 작은 인화를 고집하던 마이클 케나가 최초로 작품의 크기를 키우는데 동의했다. 기존 작품보다 두 배가 커진 16인치 X 16인치(40㎝ X 40㎝) 작품이 전시장에 걸려있다. 이 크기의 작품은 최초로 현재 뉴욕과 서울 공근혜갤러리에서 동시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대형 작품의 에디션은 4장밖에 하지 않았다. 전체 50개의 작품 중에는 45번의 에디션 중에서 마지막 남은 한 장(판매되는 사진 중 마지막이란 뜻이나 나머지 44장의 에디션은 모두 팔려나갔다는 뜻이다)이 일곱 작품이나 있었다. ‘산비탈의 울타리, 5번, 테시카와, 홋카이도, 일본’ 같은 작품은 정말이지 두고두고 걸어두고 싶기도 했다. 살 수 있는 마지막 에디션이니 가격도 그만큼 높다.
 
 ‘언덕 위 나무들, 4번, 테시카와, 홋카이도, 일본’은 20X 20, 40X40 두 가지 크기로 모두 전시되어 있다. 그동안 케나의 사진은 지나치게 작다고 생각해왔던 나로서는 큰 작품이 눈에 시원하게 들어와서 좋았다. 그런데 이 사진을 두 가지 크기로 보고 있으니 그거 참 묘한 점이 다가왔다. 커서 좋은가? 작아서 좋은가? 바로 결론을 내릴 일은 아니지만 잠정적인 중간 맺음은 이렇다. 무작정 키울 일은 아니다.
 ‘카포다쿠아 호수, 카페스트라노, 아브루쪼, 이탈리아’는 그동안 봐왔던 케나의 작품과 사뭇 달랐다. 최소한의 구성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대 여섯 개 이상의 구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고요한 느낌은 유지했으니 그 또한 좋았다.
 
  삼청동주민센터에서 마을버스를 내려 총리공관을 바라보면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공근혜갤러기가 나온다. 아침이나 오후나 항상 누군가가 물어볼 것이다. “어디 가시는 길이냐” “갤러리에 간다”고 답하면 “어느 갤러리냐”고 꼭 물어볼 것이다. 그러니 첫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을 하면 두 번에 걸쳐 답을 할 필요가 없다. 명심. “공근혜갤러리에 갑니다”고 답하면 한 번으로 끝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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