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등장한 세 남자입니다.
오빠와 남편과 아들입니다.
아들은 임관식을 마치고 제복을 갈아입으러 가서 자리에 없습니다.
좀 높은데서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서 있군요.
사진을 만지면서 영화감독을 꿈 꾸었던 오빠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접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제 남편은 대한민국에서 이등 가라면 서러워할 '바른생활사나이'입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일년에 두세 번 보는 것이 고작인 나의 두 남자는 아들을, 조카를 기다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양쪽 부모님은 모두 다 세상을 떠나시고 남은 세대들은 다시 다음 세대로 인연을 이어갑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는 참 사이좋은 남매였습니다.
머리가 좀 시원한 쪽이 제 피붙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