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진집단 포토청 단체전
'커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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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이 하나의 단일 테마로 단체전을 열고 있다. 테마는 ‘커피’. 이거 굉장한 일이 아닌가 싶다. 사진집단 포토청의 제16회 사진전인 ‘커피’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갤러리 아리수’에서 11월 15일까지 열린다. 인사동 쌈지길로 가서 관훈갤러리까지 찾으면 옆에 있다.
왜 굉장하다고 생각하느냐면 단일 테마를 23명이 소화함에 있어서 이들은 서로 다르게 하려고 애를 썼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사진을 하는(찍든지 보든지 찍히든지, 바르트의 표현에 따르지 않더라도 사진의 행위는 세 가지 이상으로 나눠진다. 사진가가 있고 사진을 보는 독자가 있고 사진에 찍히는 모델이 있다. 그리고 사진을 파는 사람도 있고 사진을 사는 사람도 있다. 사진을 둘러싼 이 모든 행위가 모두 “사진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커피를 어떻게 찍으면 될지 고민해보자.
어떻게 찍으면 될지를 고민하는 것의 기본 절차는 커피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려있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에서 커피는 무엇인가?”, “커피의 본질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는데서 출발한다. 커피의 사회학, 커피의 인문학, 커피의 경제학…. 사실상 커피의 인문학에 모든 것이 커피향처럼 스며들어있다.
23명의 사진가가 다양하게 커피를 해석한 것이 아주 흥미롭다. 한 장을 전시하는 분도 있고 여러 장을 전시하는 분도 있다고 하는데 편의상 1인당 한 장씩만 소개한다. 따라온 보도자료를 보니 포토청의 대표사진가 강재훈을 포함해 23인의 직업이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직업군에 따라 커피를 해석하는 것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대조해봤는데 예를 들어 초등학교 교장님이 찍은 것은 이 중 어느 것일까? 언론인이 어떻게 접근했을까? 23인 중에서 가장 많은 부류는 사진가였는데 사진가의 사진은 어느 것일까? 컴퓨터프로그래머는 커피에 대해서 뭘 생각했을까? 주부는, 북디자이너는, 대학교수는 각각 커피를 어떻게 찍으려고 했을까?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 마치 아우구스트 잔더의 유형학처럼 교장선생님, 사진가, 언론인, 주부, 프로그래머, 북디자이너, 대학교수의 사진이 모두 저마다 직업을 반영하면서 다르면 좋겠는데 그럴 순 없다. 다만 눈썰미가 좀 있는 편이라면 유추할 순 있을 것이다. 어떤 직업군은 커피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졌을 수 있겠다. 또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은 이런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또는 나이에 따라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어떤 마음의 행로를 따라서 커피에 접근했을 것이다.
가장 어려운 것, 다시 말해 그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나 환경과 상관없이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 것 같은 사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마치 영화 속 마담 프루스트가 주는 마들렌과 차를 마신 뒤 자아 속에 숨겨져 있던 ‘나만의 커피’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것이 마들렌일 수도 있고 인절미일 수도 있고 혹은 먹는 것이 아닌 다른 촉발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진전은 그래서 사진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여러분에게 커피는 무엇인가? 여러분이 찍는다면 커피를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아는 이름이 있을 수가 있으니 사진별로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또한 직업을 미리 밝혀버리면 알아맞히기가 너무 쉬워질까봐 각각의 사진에는 번호만 달고 23인 사진가의 이름은 한군데 모아서 소개한다.
정지현, 정현옥, 최현주, 장영임, 성한표, 오인숙, 김정용, 김영길, 안선영, 최희연, 조혜경, 이보령, 강석인, 김윤숙, 오정신, 박창민, 현소영, 박태성, 백홍기, 조영희, 김동우, 문상기, 강재훈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