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진

사진마을 2016. 10. 04
조회수 7961 추천수 0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

21세기 '젊은' 작업 전면 배치

전체 맥락이 뚝뚝 끊어져 난삽

"순수"해서 순수하지 않은 사진

 

 

kwak1.JPG » 대구예술문화회관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지난달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됐다. 11월 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거리 등 대구 시내 여러 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전시, 특별전, 리뷰 및 심포지엄, 그리고 부대행사로 구성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이번이 6회째로 총 30여 개국 3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고 최근 사진의 방향성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비엔날레의 정체성은 주전시에 의존한다. 주전시의 이름은 ‘아시안 익스프레스’(ASIAN EXPRESS)로 주최 쪽에서는 익스프레스가 표현과 빠른 속도 두 가지의 뜻이 있다면서 아시아의 급격한 변화와 이에 대한 실험적 표현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주전시와 특별전의 예술감독은 일본인 요시카와 나오야가 맡았으며 김이삭(한국), 토리하라 마나부(일본), 쭈지옹(중국) 등 3명의 큐레이터가 함께 진행했다.
 
   개막 기자회견을 통해 주최 쪽은 대구사진비엔날레 참여 작가의 선정 기준에 대해 “2000년 이후 작업 중에서 주목할만한 것으로 골랐다. 발전 가능성이 큰 작가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신인만 선발했다는 뜻이 아니라 기존 작가들 중에서도 21세기 이후의 작업이 있다면 대상으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주최쪽은 부연설명을 통해 그동안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초청받았던 작가들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비엔날레의 성격상 2년 전부터 준비를 하는 것이 통례인데 총예술감독이 5개월 전에 선임되는 등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요시카와 나오야 예술감독은 “맞다 2년이어야 하는데 짧았다. 그래도 재미와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dgbi1.jpg » 와이 낫 티베트, 아리모토 신야,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dgbi3.jpg » 스테이트리스, 고하 다스티,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dgbi4.jpg » 자화상 1, 고상우,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dgbi5.jpg » 무타 모르포시스, 무랏 게르맨,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dgbi7.jpg » 포레스트 그린데이, 김준,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주전시는 4개의 부문으로 나눠졌다. 챕터 1은 ‘아이덴티티와 보이지 않는 벽’, 챕터 2는 ‘파도의 건너편에’(Over the Waves), 챕터 3은 ‘익명의 나/너’(Anonymous Me/You), 챕터 4는 ‘환시하는 내일: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The Vision of Tomorrow)로 각각 이름 붙었다. 주전시장을 둘러보았다. 4개의 챕터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꼼꼼히 둘러보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마침 전시장에서 요시카와 나오야 예술감독과 조우해 질문을 던졌다.
 
 -4개의 챕터가 연결성이 없어 보인다.
 “맞다. 특별한 연결성을 적는 것이 아니었다. 한ㆍ중ㆍ일 3명의 큐레이터들이 챕터별로 콘셉을 잡았다. 포괄적으로 열려있다. 작가들 개별의 고민이나 문제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고민하는 문제를 보자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지 않고 작품을 통해 (관객 입장에서) 이것도 나의 문제라고 접근하게 만들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다. 이것은 이거고 저것은 저거라는 방법이 아니다. 열린 전시다”
 
 솔직한 답변이다. 전시 준비기간이 짧아서 본인도 아쉬웠다고 하더니 주전시의 각 챕터 간에 연결성이 중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뭘 던지는 것이 아니라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존중했다고 하니 “알아서 판단하라. 작품 감상은 관객이 몫이다”라는 만고의 진리로 빠져나갔다.

daegu2.jpg » 황하, 장커춘,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이제 시간 여유를 갖고 어슬렁거리면서 이 방 저 방 다녔다. 챕터 2 ‘파도의 건너편에’(Over the Waves)에서 중국 작가 장커춘과 그가 출품한 ‘황하’(The Yellow River)를 만났다. 황하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강이다. 현장에 있던 통역의 도움을 받아 짧게 인터뷰를 했다. 장커춘은 “황하의 주변에 있는 지역을 이리저리 따라 걷다가 만난 풍경들로 오염된 것을 발견하고 찍었다. 저기 보이는 부처의 두상은 인근 산에 있는 큰 절에서 짓다가 버린 것이다. 강이 직접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장커춘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더 많은 사진을 살펴보니 거대한 자연과 빈약하거나 왜소한 문화 또는 사람이 대조적으로 어울리는 특색을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5번째 강으로 5천킬로미터가 넘으니 저런 작업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daegu1.jpg » 교외의 신-부처, 디나 골드스타인,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챕터 1 ‘아이덴티티와 보이지 않는 벽’ 코너에서 “창고형 대형식료품시장에서 망고를 고르고 있는 부처”를 만났다. 사진을 찍은 사람을 찾았더니 5분 있다가 이스라엘 작가 디나 골드스타인이 등장했다.
 -이게 다 뭔 일인가?
 “하하 여기 사진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 그 현장에 있던 것이고 모두 내가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다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은 후보정을 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의 손에 광채가 나는 부분 정도다. 의상 같은 것은 내가 준비했고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모두 내가 부탁하긴 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합성은 아니고 설정된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흥미롭다. 얼마나 작업했나?
 “2012년부터 한 2년 했다. 제목은 ‘교외의 신들’(Gods of Suburbia). 이제 이 시리즈는 완결되었다. 여러 문명의 신(God)을 찍었다. 보기에 따라선 신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도 있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사탄도 있고 다윈도 있고 예수도 있다. 힌두교 부와 행운의 여신인 락슈미도 있고 인도 가네샤도 있다.”daegu033.jpg » 디나 골드스타인
 -한국에도 신이 있는데 작업할 생각 없나?
 “호! 그 신들은 (실재는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런데 이 시리즈는 이제 그만 한다. 아쉽네”
 -그럼 다음 작업은 무엇을 하고 있나?
 “차이나타운을 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 중국인이 대단히 많이 살고 있다.”
 -이런 사진을 찍는 이유가 뭔가?
 “먹고 살려고 하는 거 맞다. 2008년까지 사진기자로 일했다. 뉴스위크나 타임에 내 사진을 싣기도 했다. 어느 순간에 보니 너무 많은 사진가들이 카메라를 들고 다녀서 누구나 사진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없어졌다. 내가 더 이상 (포토저널리즘의 무대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09년에 처음 발표한 ‘타락한 공주들’(Fallen Princess)이 아주 인기를 끌었다. 그때 딸 아이가 3살이었는데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들을 소환하였다. 백설공주가 허름한 집에서 아이 셋을 돌보고 있는데 남편은 졸면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나의 사진을 찍었더니 내가 유명해졌다”
 -사진 작업을 하면서 누군가의 영향을 받았나?
 “전혀! 아무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 눈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마 아시나? 굳이 이야기한다면 활인화(Tableau vivant)를 떠올릴 수 있겠다”
 
   그 외에도 대단히 많은 볼거리가 있다. 비엔날레는 규모가 크다. 그러니 한 두 시간에 다 보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편으로 다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마음에 드는 것을 붙들고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주전시만 놓고 본다면 감독의 역할이 뭔지 알 수 없는 형태가 되었다. 맥락이 없다. 이번 대구비엔날레의 전체 주제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We are from somewhere, but where are we going?)이라고 한다. 고갱의 그림이름에서 인용했다는데 번역을 잘 못 한 것인지 뭔가 다르다. 그림의 제목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이다. 일부만 인용할 daegu02.jpg »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수도 있으니 그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우리는 어디선가 왔다”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다르다.
 
   2016대구사진비엔날레는 코너별로 볼거리는 신선하게 많으나 조직력이 없다. 조직위원회가 무색하다. 운영위원회가 있었다는데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을 들고 온 것은 잘했으나 서로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체 주제의 영문 제목 ‘We are from somewhere’는 또 한번 솔직하다는 점에서 놀랍다. 비엔날레에 초청한 사진들이 어디서 온 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는 말로 들린다. 오긴 왔으니 우리의 출발점은 중요치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궤변이다. 2년에 한 번 적지 않은 예산을 쓰는, 한국에선 유일한 사진비엔날레이니 조직도 하고 운영도 하여야하고 정체성이 분명해야한다.
 
  어려운 일이다. 총예술감독이 의지를 갖고 비엔날레를 맡았겠지만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완벽한 변명거리가 있으니 이것은 감독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서 2016대구사진비엔날레의 총예술감독에 이름을 올렸으니 그의 책임이 작지 않다.
 
   1층에 있는 특별전까지 둘러봤다. 주전시와 특별전의 작품들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순 없지만 종합적으로 보이는 것은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변화만은 아니고 예술이라면 모두 그래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 만든 사진이다. 그냥 찍어서 나올 수 있는 사진이 많지 않다. “이렇게 해도 안 볼래?”라고 주장하는 작업이 많다. 눈에 띄게 튀는 사진은 많은데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사진이 많다.
 
   지난달 30일에 한미사진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20층에 상을 받은 사진집들이 12권이나 전시되어 있는데 열람이 가능했다. 한미사진미술관 쪽에서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독일사진집상으로 매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독일서적상연합회로부터 수여되는데 코닥-사진집상(Kodak-Fotobuchpreis)이라는 이름으로 수여되었던 이 상은 2005년부터 독일사진집상으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독일어권에서 발행된 400여 개의 사진집 신간 중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개념ㆍ예술적 사진집(Conceptual-Artistic Photo Books), 커피 테이블 사진집(Coffee Table Books), 사진이론ㆍ사진역사서적(Photography Theory/History of Photography), 3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수상작을 선정한다. 2016년에는 금상 수상작 4 작품, 은상 수상작 18 작품이 선정되었다. 현재 전시중인 것은 이중 개념ㆍ예술적 사진집들이다. 12권을 다 훑어보았다. 개념예술이니 대단히 현란한 추상사진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최소 절반 이상이 스트레이트였다. 물론 표현하는 내용은 개념이며 예술일 수 있으나 손 대지 않았고 찍고 난 다음에도 손을 대지 않은 사진들이란 점에서 오히려 충격적이었다. 내년 4월까지 전시장에 방문하면 사진집을 볼 수 있다. 

 
  2016년 대구사진비엔날레에는 손을 대서, 손 쉽게 초현실이든 추상이든 개념이든 파인아트든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치게 현혹당하는 사진들이 많다는 이야길 하고 있다. 눈에 보이면서 눈에 띄는 사진을 보고 싶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전시와 부대 행사는 10월 중에 쭉 열린다. 자세한 일정은 www.daeguphoto.com 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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