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풀
 　
마디풀은 우마차가 다니는 딱딱한 길이나
척박한 도심의 땅 보도블럭 사이에서 짓밟히면서 자라는 존재다.
푸른 빛은 간직하고 있으되,
꽃이 작아 그들도 꽃이 핀다는 것을 알고 자세히 살펴봐야
이슬방울과 견줄만한 작은 꽃을 마디마다 피운 것을 볼 수 있다.
　
밟히면서 피어나는 꽃이기에 작은 꽃이라도 제대로 간수할 수가 없으나,
기어이 씨앗을 맺는 것을 보면 꽃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이 세상의 풀꽃들이 환경재앙으로 종말을 고할 때에라도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풀 중 하나가 마디풀일 것임을…….
　
그래서일까?
짓밟히면서도 피어나는 작은 꽃에 들어있는 생명의 충만함에 엎드려 절할 수밖에 없다.
허긴,
이 꽃은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땅에 대는 것만으로는 담을 수 없다.
땅에 온전히 배를 대고 엎드려 발꿈치가 삼각대가 되어야만 비로소 담을 수 있는 꽃이니
생명을 경배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경배하게 하는 꽃이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한남교회 담임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

 

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

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

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

 

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

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