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ljy01.jpg

오늘은 둘째 녀석의 병상일기입니다.

밥도 잘 먹고, 잘 뛰어놀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미열이 조금 있더니, 어느 날 밤에 39도까지 체온이 올라갔습니다.
밤새도록, 수건으로 닦아주고, 해열제를 먹였지만, 그때 뿐 다시 열이 오릅니다.
뜬눈으로 밤을 새고 병원 문 열자마자 진료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라는 소견에, 일단 고열로 인해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똑같이 열이 나서 입원했었는데, 또 다시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엄마가 병간호를 했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아빠가 병간호를 해야 합니다. 며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빠도 조금 두려움이 앞섭니다.

 

ljy02.jpg

입원수속 마치고, 병실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수액을 들고 오십니다.
얇디얇은 팔에 기다란 바늘을 찌르고,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아빠의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아빠’하고 울면서 저를 찾지만 저는 해줄 것이 없습니다. 바늘을 꼽는 동안 더 못 움직이게 꼭 안아주는 게 전부입니다. 바늘을 꼽는 순간 아빠도 두 눈을 감습니다.
그렇게 울고불고 하다 보면 지쳐 잠이 듭니다.
 
해줄 것이 없는 아빠는 그냥 바라만 봅니다. 빨리 낫기를 기도하면서

 

 

ljy03.jpg
아빠는 아이가 자는 동안, 바느질을 시작합니다.
빨리 나아서 뛰어놀 녀석을 생각을 하며 평소에 잘 붙지 않는 찍찍이를 교체해줍니다.
서툴지만, 집에서 재봉틀도 하고, 바느질도 했는데, 여기서도 그 솜씨 발휘해 봅니다.

 

 

 

ljy04.jpg

입원한 지 4일째,
열이 조금 내리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직 하루에도 몇 번씩 38~39도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열이 내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앉아서 놀기도 합니다.
 
오늘은, 밥 먹기 전에 물티슈로 깨끗이 상을 닦고 있습니다.
 

 

 

ljy05.jpg

병원에는 장난감이 없으니, 서랍에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어 놓으니 쌓기 놀이를 합니다.
몇 번씩이나 쌓고 넘어뜨리고, 그러다 하나씩 까먹기도 합니다.
 

 

ljy06.jpg

5일째 되는 날 아침, 의사선생님이 회진하러 오십니다.
이제는 열도 어느 정도 잡히고, 더 이상 안 오르는지 상태를 지켜보고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휴.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갑자기, 둘째 녀석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잘 버텨줘서 ^^
그래서 요즘 핫하다는 캐리누나 동영상도 한편 보여줍니다. 열중열중~
 

 

ljy07.jpg

6일째 되는 날,
드디어 퇴원해도 좋다는 소견을 받고, 수액바늘을 제거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한 몸처럼 붙어있던 수액 바늘과 선들이 없어지니, 한결 수월해 보입니다.
이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ljy08.jpg

 

퇴원기념으로 바늘자국에 뽀로로 반창고를 붙입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저 여린 손에….
  
 
 
 
 
 * 일주일 동안 밤낮을 아이와 함께 병간호를 했던 시간, 아프지 말고 차라리 떼쓰고 장난치는 모습이 더 간절했던 시간이었다. 아이의 손등에 바늘을 꽂았을 땐 내 마음에 바늘을 꽂았고, 열이 40도까지 올라갈 땐 신께 내가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진영작가는

 

몇 해전,pr18.jpg
우연히 들른 ‘故 최민식 작가님’ 사진전에서 
어른들의 비싼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카메라가
칼과 총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무기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힘을 알기 위해, 대학원에 영상문화콘텐츠를 전공,
현재, 아빠 사진사로 평생을 함께할 가족들을
담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소소하게
각종 스냅을 담고 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거북이

2016.07.04 11:08:13

에구궁.....얼마나 아팠을까요.....맘이 아픕니다.....자제분이 퇴원을 하셨다니 다행이네요. 글을 보며 맘 한켠을 쓸어 내려 봅니다.

박호광

2016.07.06 13:56:35

표정 보니 살만한가 봅니다. 다행 입니다.^^

 

새벽 응급실 뛰어가던 새내기 아빠일때가 있었지요. 아기가 크르륵 크르륵 괴성을 내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답니다.

지구를 살릴듯 뛰었습니다. 

의사 선상님이 여기 저기 보더니 아기 코속에서 코딱지를 한웅큼 파내며 상황은 종료 되었습니다......헉^^ 

 

의사 선생님 왈.......   초짜 아빠님 자주 뵐것 같내요......헉^^  

 

 

 

댓글 작성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List of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