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헤어디자이너?!
오늘은 아빠가 헤어디자이너(?)로 변신하는 날입니다.
둘째 녀석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거든요.
미용실에 데려갈까 생각해봤는데….
제가 어릴 적 햇살 좋은 날 아버지가 마당에서 의자에 앉혀놓고 제 머리를 깎아주셨던, 따스했던 기억에 저도 잘라주려고 합니다. ㅎㅎ
아버지의 손길이 닿았을 때의 따뜻한 느낌과 햇살의 따뜻함, 그리고 서로 웃으면서 머리카락을 잘라주셨던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아이들의 메카. 화장실입니다. 오늘의 일일 아빠 미용실이기도 하고요.
화장실 문의 열어 놓을라치면, 어느샌가 들어가서 물장난도 치고 두루마리 휴지를 심지가 나올 때까지 당기는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이기도 하죠~
둘째 녀석에게 ‘머리카락 잘라줄게 들어와’ 하니 무엇인지 모른 채 일단 들어가 봅니다. 역시 신나 있네요.
일단 의자에 앉혀놓고….
아직 무얼 하려고 하는지 눈치 못 챘습니다.
가만히 있어주길 바라며 슬슬 준비를 합니다.
머리카락이 옷에 묻지 않게 집에 있던 보자기를 두르려 하니, 낌새가 이상한 걸 감지했나 봅니다.
누나와 함께 역할 놀이하면서 목에 감았던 번개맨의 보자기와는 사뭇 다르거든요.
몇 번을 실랑이질을 해도 "한번 안 하면 안 하는" 초지일관의 성격을 가진 둘째 녀석. 이내 아빠가 포기합니다.
그 사이 첫째 녀석은,
아빠 미용실에서 아빠와 동생이 실랑이를 하거나 말거나…. 무얼 만드는지 반창고를 떼었다 붙였다 바쁩니다.
어르고 달래고 몇 번의 고전 끝에 자릅니다. 둘째 녀석의 반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지막 필사적인 도리도리 짓으로 인해 다 자르진 못했지만 앞머리 자르는 데는 성공!!!
어느 집에서는 커다란 대접을 씌우고 자른다고 하는데….
보자기 쓰는 것조차 싫어하는 녀석에게 씌었다가는 집안 살림살이가 남아 남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부터는 미용실로 가든가…. 아니면 아빠가 심기일전해서 일명 바리캉(?)으로 놀이하면서
잘라 봐야겠습니다.~~
ps. '삐뚤빼뚤'하지만, 그래도 아빠, 군대 있을 땐 깍새였어…. ㅋ ㅋ ㅋ
이진영작가는
몇 해전,
우연히 들른 ‘故 최민식 작가님’ 사진전에서
어른들의 비싼 장난감으로 여겨졌던 카메라가
칼과 총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무기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힘을 알기 위해, 대학원에 영상문화콘텐츠를 전공,
현재, 아빠 사진사로 평생을 함께할 가족들을
담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소소하게
각종 스냅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