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강양항에서
눈이 오지 않는 겨울 동안 사진에 목말라 있었다.
일출사진을 싫어해도 연초니까 새해의 정기를 받으러 거잠포에 나가봤다.
일출은 고사하고 자욱한 안개에 한 치 앞이 보이질 않았다.
1월 첫주를 그렇게 보내고 둘째 주, 터무니없게 따뜻한 날에 혹시나 하고 소양강변에 나가봤다.
상고대는 고사하고 오랜 가뭄으로 메마른 강바닥만 추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다며, 포기가 안 되기에 탄도항 일몰 포인트로 이동해봐도 감흥이 없고….
쨍하고 추웠던 셋째 주말, 강양항으로 원행길에 나섰다.
추운 밤을 달려 새벽부터 해변에서 서성대기를 두 시간여.
해는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서해완 다르게 힘센 파도들.
거칠게 다가와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파도랑 한참을 놀았다.
전지합숙훈련을 나왔던 듯한 단체 훈련생들이 잠시 기지개를 켜다가는, 바람에 등 떠밀려 바로 들어가 버리고, 옆에서 사진을 찍던 어르신들이 어디서 왔냐며, 당신들은 부산에서 왔는데 그리 멀리서 왔냐며, 허탕쳐서 어쩌냐며 미안하기까지 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돌아들 가신다.
그래도 좋았다.
남들이 일찌감치 삼각대를 접는 와중에도 파도는 시원하게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오래도록 쭈그리고 앉아 덮칠 듯이 다가오는 파도들과 기싸움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빛 한줄기도 없는데 시시각각 시커멓게 새하얗게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다가 사그라지는 그네들의 불굴의 투지가 더할 나위 없이 멋졌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시원합니다.
성난 파도!
어지러움들 다 쓸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