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 동막골
한때는,
천지를 흔들던 화산이 있었고 뜨거운 돌물이 흘렀을 곳.
마치 모래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화산의 손길은 원래의 땅과 바위를 쓸어내고 덮어가며 이곳을 바꿔놓았다.
물을 부은 듯 밀려온 용암은 바위를 밀어냈고
그 위에 모래를 뿌려댄 것처럼 화산재가 쌓여 바위가 되고 계곡을 이뤘다.
수천만 년의 시간이 지나 열기는 사라지고 주변은 고요해졌지만
땅과 바위에는 깊은 흔적이 패였다.
넓게 하천 바닥을 덮고 있거나 둥글둥글 부드럽게 닳아 있기도 하고
깨진 얼음장처럼 모서리가 날카롭게 솟아있는 바위도 보인다.
화산 폭발 뉴스보다 비행기 결항이 더 신경 쓰이는 시대다.
이렇게 조그만 계곡에서도 자연의 힘은 여지없이 드러나지만,
땅의 변화가 더 이상 고대처럼 두려움의 대상은 아닌듯하다.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자연의 힘을.
김병구 작가는
국민대학교 졸업.
영화지 필름 2.0과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CONFUSED) 포토그래퍼
현재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