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의 삶, 보편의 삶

 

오래 전, 젊은 아버지는 어린 딸의 사진을 찍으며 기뻐하셨다. 어린 딸은 아버지의 손에 들린 작고 검은 상자를 기억의 창고에 넣어 두었다.

 

수많은 하루를 디디고 오늘 하루에 이르는 동안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마음의 아우성을 잠재우기가 버거울 때면 흘러간 명화라고 이름 붙여진 영화를 보곤 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서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일상사는 오늘을 사는 나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그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유년의 기억은 아스라이 먼 곳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금, 딸은 기억의 창고 밑바닥에 쟁여져 있는 아버지의 상자를 기억해 내었다. 부대끼며 사느라 삶의 온기를 잃어갈 때면 작고 검은 상자를 들고 길 위에 선다.

길 위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은 상자에 담는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한 꺼풀 허명을 벗고 보면 거의 비슷비슷한 삶이다.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도, 이름 없는 촌부도 삶의 방식은 다를 바 없다.

개별의 삶은 결국 보편의 삶이고 또한 최선의 삶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어린 시절 내 눈에 띄었던 아버지의 작고 검은 상자는 이제, 아버지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을 살아가는 나에게 든든한 힘과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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