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스치듯이 10번은 보았을까?
처음 본 것은 오체투지에서였다.
언뜻 무슨 지부장이라고 했다.
아, 그래서, 그런 건가
그는 영화에서 본 터미네이터 같았다.
총을 맞아도 차에 치여도 끄떡없이 강한 사람.
스으으으, 뽀드득, 뽀드득,
오체투지 맨 앞에서 차가운 바닥에 온몸을 던질 때도
오히려 얼어붙은 땅바닥이 비명을 질러댔으니까.
경찰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몇 분이 몇 시간이 되고 차가운 냉기가 없어진 몸 구석구석 스며들까 싶어
깔개를 깔아준다고 하니 그는 얼굴을 땅에 댄 채 “괜찮습니다” 거부했다.
어느 한순간도 약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정말 강하구나’ 하는 순간,
그는 두 손을 모았다.
뒤에서는 경찰들에게 팔, 다리가 들리고 끌리는 동료의 비명과 고함이 들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지만 견디어야만 하는 사람을.
...
그가 이번에는 무기한 단식농성 10일째다.
죽도록 힘을 내고 있는 사람에게 힘을 내라고 할 수도 없다.
무어라 할 말이 없다.
...
신승현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평일에는 개미처럼 일하는 회사원,
주말에는 배짱이처럼 사진놀이하고 있다.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
멋도 모르면서 혼자 카메라 들고 무작정 나섰었다.
낯선 동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셔터를 눌렀댔다.
사람이 좋다. 눈과 눈 마주침이 좋다. 썰 푸는 삶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