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화순군 천불산 운주사의 와불. 운주사는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설과 마고할미가 세웠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천불천탑 중 마지막 불상인 부부와불은 길이 12m로 이 불상을 일으켜 세우면 세상이 바뀌고 1,000년 동안 태평성대가 계속된다고 한다. 배 대장은 약 20m 로 저공비행하며 이 사진을 찍었다. 땅에선 절대로 볼 수가 없는 앵글이다.
-경찰 헬기조종사 출신 배영찬 대장의 항공사진 이야기
그가 어떤 형태든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사진들의 또 한 묶음은 사찰이다. 대한민국의 산에는 빠짐없이 절이 있고 불교신자든 아니든 일반인들도 자주 드나든다. 그래서 절을 찍은 사진도 흔하디 흔하다. 그러나 그가 찍은 사찰 사진은 특별하다.
“깊은 산 중에 있는 절은 전체의 모습을 찍기가 불가능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 내려다보면서 전경을 찍을 수 있는데 그럴 만한 곳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맞은편에 높은 산이나 건물이 없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헬기를 타고 낮게 내려가야만 가능한 앵글의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조계종 12교구 본사.

강원 양양군 오봉산 낙산사. 2005년 양양지역 산불로 다수의 문화재가 불타는 바람에 지금은 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 법주사. 조계종 5교구 본사.
그가 펼쳐보인 사진들은 과연 처음 보는 앵글이 많았다. 그는 그 중에서도 해인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때 자신이 찍은 전경 사진을 보낸 것을 뿌듯한 기억으로 꼽았다. 2005년 화재로 대부분이 타버린 낙산사의 전경 사진, 수십 년 해충과 태풍에 시달리며 최근 들어 부쩍 쇠약해진 속리산 정이품송의 지난 시절 사진을 볼 땐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그의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질 기세다. 대구 팔공산의 수태골폭포 사진도 그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었다. 이 폭포는 비가 올 때만 잠시 생기는 폭포로 유명하다. 그러나 말만 들었지 이 폭포를 실제로 목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소엔 물이 흐르지 않는데다가 공중에서가 아니면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근처 동화사 스님들도 “있다더라”는 이야기만 들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 그가 폭포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직접 와서 사진을 보고는 “진짜 있었구나”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경북 봉화군 청량사.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있어 전경을 보기가 힘들다.
헬기타고 20년 '하늘길은 내 손바닥' 의 4편은 4월 4일에 이어집니다.
4편 "문어발 같은 골프장"
사진/ 배영찬 제공
글/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