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달렸으면 와서 봐라. 이게 야스쿠니 옹호라고?"

곽윤섭 2015. 08. 14
조회수 16704 추천수 2

권철 사진집 '야스쿠니'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을 경계한다

제민일보, 광복회 제주지부, 제주시 단체로 뻘짓. 전시 거부

 

 

 

 일본 도쿄 최고의 환락가 가부키초, 한센인 시인 텟짱의 고단한 삶, 중국 자본에 잠식당할 위기에 처한 제주 이호테우 해녀 등 선이 굵은 테마를 찍어온 다큐멘터리사진가 권철이 또 하나의 테마 ‘야스쿠니’ 사진집을 냈다. (도서출판 컬처북스)


  이 책은 앞에 선보인 그의 모든 테마 못지않게 중요하다. 광복 70년을 맞는 2015년에 일본 군국주의 망령이 생생히 보존되어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였던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의 영령을 모아 놓은 곳이다.

  이곳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시아 태평양전쟁의 전사자들jemin001.jpg » 사진집 표지의 명부가 있기 때문이다. 1945년 패망한 뒤 일본은 만천하에 종전을 선언하고 전쟁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구절이 담긴 평화헌법 보유국이 된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수시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보수우익세력을 겨냥한 집합기억형성을 도모해왔다. 봄이 오면 벚꽃놀이 장소로 변하여 젊은이들이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평화로운 곳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본의 각료와 의원들은 야스쿠니를 한 번도 내려놓지 않고 이용해왔다.

  1978년에는 A급 전범이 야스쿠니에 합사되었다. 급기야 아베 신조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을 선언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태평양전쟁에 사용된 대포, 일본도,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가 탔던 제로 전투기 등 전쟁물품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어떤 나라가 어떤 전쟁의 흔적을 남겨서 후세에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침략당한 베트남이 전쟁을 기념하는 것과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해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지른 일본이 전쟁을 기념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야스쿠니는 원칙적으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곳이라 한다. 이런 야스쿠니를 사진집으로 묶어내는 한국인 다큐멘터리사진가는 권철이 처음이다. 권철은 구석구석 야스쿠니의 실체를 말이 아닌 사진으로 목격하고 책으로 엮었다. 광복 70년 올해에 이 사진집을 만나는 것은 가슴 떨리는 일이다.
 
 한편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여 제주 관덕정에서 같은 제목의 사진전 ‘야스쿠니’가 열린다. 전시과정에서 웃기는, 그러나 절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원래 제주시가 후원하여 열릴 이 전시는 제주에서 발행되는 제민일보의 기사로 전시허가취소가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제민일보 이소진기자는 8월 12일 첫 온라인 기사에서 10줄짜리 단신으로 권철의 사진전 ‘야스쿠니를 소개했다.

(아래 기사 전문 캡쳐-8월 14일 밤 10시 현재)
 권철작가를 인용하여 “일본과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과거사는 미해결의 현재 진행형 상태”라며 “광복 70주년임은 확실하지만 무언가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요즘, 더욱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이면서 하나씩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시의도를 밝혔다” 고 썼다.
 

  그러다 1시간 후 이소진기자가 또 하나의 기사를 올렸다. 동그라미 땡땡식의 해설 기사 형식을 취했다. 본인이 스트레이트를 쓰고 본인이 스케치를 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앞에서 권철 작가의 작업의도를 잘 옮겨놓고 두 번째 기사에선 전혀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데 있다.
 (아래 전문-8.12 16시 25분, 8월 14일 밤 10시 현재 남아 있음)
 “제주의 3 1절 발포사건 등 역사적인 항일운동 장소인 제주 목관아에서 광복 70주년을 주제로 야스쿠니 사진전이 열릴 것이 알려지면서 도민사회가 술렁. 표현의 자유는 인정한다고 해도 식민역사를 부정하는 야스쿠니 풍경 사진을 관덕정에 걸어놓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 주변에서는 관덕정은 내국인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장소라며 전시회를 허가해준 제주시도 부끄러워 해야 한다 고 지적” 이소진 기자

 

 

jemin02.jpg

jemin01.jpg


 
 같은 사람이 쓴 기사가 아닌 줄 알았다. 아니어야 했다. 동명이인이면 좋겠다.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이며” 야스쿠니가 어떤 곳인지 실상을 알자는 사진전시라고 읽혔는데 느닷없이 “식민역사를 부정하는 야스쿠니 풍경사진....”이라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도 아니고 자기부정도 아니고 건망증 정도로 밖에 안보인다. 권철의 사진책 ‘야스쿠니’나 아니면 사진이라도 보고 기사를 썼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안 본 것이 명백하다. 보고 이렇게 썼다면 그것은 기자로서 수준 미달이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기자자질의 문제다. 안 보고 썼길 바란다. 안 보고 썼다면 보고 다시 써야한다. 전시 제목이 야스쿠니라면 무조건 식민역사를 부정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역사적 현장의 이름을 제목으로 단 다큐멘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다.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뉴라이트의 조정인 듯” 제민일보와 제민일보 기자는 친일파란 말은 아니겠지. 일본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을 경계하는 사진전시를 ‘디스’하는 것은 그럼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제민일보에 기사가 나고 기사를 보거나 이야길 들은 광복회 제주지부에서 제주시에 항의를 하고 제주시에선 부랴부랴 전시후원을 취소했다. 즉 관덕정 내부 전시를 불허했다. 이 과정도 웃긴다. 그리고 절대 웃을 수 없다. 오보를 냈고 오보를 본 광복회가 반응을 했고 제주시 관계자가 광복회의 주장을 따랐다 하더라도 오보인 것을 알게 되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만 이틀이 지난 아직 제 자리다.
 
 제민일보에서 오보라는 이야길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철작가가 13일 제민일보를 방문하여 사진집을 보여주면서 항의했더니 데스크란 사람이 책 서문을 읽고 기사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기사 내려라”고 했다 한다. 그러면서도 사과를 하거나 정정보도문을 올리진 않았다.
 
 2015년 8월 14일 현재 제민일보에는 야스쿠니 사진전 관련해서 두 개의 기사가 있다. 위에 캡쳐해서 올렸다.
 
 전시회를 주최·주관하는 간드락소극장 측은 14일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 신청했던 목관아 내부는 들어가지 않고 옆 인도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작품 수도 줄여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권철작가는 전화통화에서 '눈이 달렸으면 직접 와서 봐라. 야스쿠니 옹호라고?'라고 말했다. 나에게 말한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전시를 망친 제민일보와 광복회 제주지부와 제주시는 진지하게 사과하고 책임지고 전시회를 살려놓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이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다.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사진집에 들어간 사진을 몇 장 소개한다.

kc01.JPG

kc02.JPG

kc03.JPG » 시위를 벌이는 일본 우익들의 어깨에 나치 문양 하켄크로이츠가 있다. 그럼 이 사진은 나치를 찬양하는 사진인가? 그리고 이를 말리는 경찰도 찬양하는 사진인가?

kc04.JPG

kc05.JPG » 이 사진은 그럼 일본의 국화 문양과 그 앞에서 셀카를 찍는 젊은 일본여성을 찬양하는 사진인가?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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