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개인전, 스페이스22에서
30년 사진세계 총망라 전시
이영욱의 사진전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이 8월 3일부터 20일까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스페이스22는 강남역 1번 출구 바로 옆에 있다. (지도 참고) 작가와의 만남이 8월 11일(화요일) 오후 5시부터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02-3469-0822)
» 1번출구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미진프라자 빌딩의 22층이다. 정말 코 앞이다.
전시기획자 최연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열세 번째 개인전으로 초기작 <자유공원>(1995)으로부터 <이상한 도시산책>(2014)을 비롯한 최근작까지, 160여 점을 SPACE22의 휘어진 벽면과 계단식 벽, 넓은 창이 있는 라운지 갤러리의 특성을 살려 새롭게 선보입니다. 사진가이자 이론가, 사진교육자로 이영욱이 걸어 온 지난 20여 년간의 사진의 길을 따라가며 ‘사진생각’에 깊게 빠질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영욱 작가는 한겨레포토워크숍-백령도 편에서 처음 조우했다. 전시를 앞두고 서너 시간 대화를 나눴는데 30년 그의 사진세계를 이번에 총망라한다고 해서 좀 놀랐다. 줄잡아 6개의 시리즈가 있는데 내가 아는 게 너무 없었다. 열심히 이야길 주고받았으나 전시소개 기사를 쓰기엔 역부족이다. 어떤 시리즈든 하다보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서 (잘하다가도) 심드렁해지더라는 이야길 네 차례나 한 것만 기억이 난다. 고민하던 차 보도자료를 열어보니 작가노트가 빼어나서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예외적으로 작가노트 전문을 옮기는 것으로 전시소개를 대신한다. 내가 굳이 뭘 쓸 필요가 없이 작가노트만 옮겨도 되는 이런 상황이 너무 맘에 든다.
» 대상과 침묵에 접촉, 1998
» 북간도, 2007
» 불확실한 여행, 2009
» 자유공원, 1995
» 즐거운 유배지 연변 사진일기, 2007
» 보이지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북성동, 2015
» 이 도시가 꿈꾸었던 그, 꿈은 무엇인가, 2012
» 이상한 도시산책, 2014
사진생각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
사진에 대한 오랜 생각을 해왔다. 참 지치지도 않고 지속된 이 생각들. 그리고 작업. 이젠 좀 멈추었으면 한다. 지치고 힘들어서가 아니다. 생각은 결국 내 작업을 잘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이만하면 사진에 대한 생각을 접고, 이제 자유롭게 작업을 마음껏 하고 싶은 데 여전히 작업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생각이 보는 눈을 만들어 남 지적 질은 잘하는데 정작 내 것을 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건 눈이 밝아 진 것이 아니라, 머리로만 생각하는 요령만 늘었을 뿐 점점 더 눈은 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전에 생각이 짧을 때는 몸이 움직였고, 직관적으로 판단했고 그것을 믿었다. 내게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늘 공허한 것이 작업에 의미와 가치를 찾기 어려웠다. 한편 자유롭기를 갈구하면서도 작업을 통한 나의 인정욕망을 채우고 싶었다. 그게 잘 되지 않으니 자꾸 이론공부만 했다. 지식이 축적되고 아이디어는 늘어갔지만, 실천은 늘 따라 주지 못한 채 가르치는 일에 대리 만족을 했다.
지난 30년간 나의 작업을 되돌아본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내가 작업에서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본다. 결론은 이렇다. 내가 사진에서 좋아하는 것은 어떤 장면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 대상이다. 나는 그저 대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뿐, 더 이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항상 전시회를 준비할 때면 일정한 컨셉을 그럴싸하게 정하고 거기에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들이 모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이라는 거창한 표제를 습관적으로 달았다. 솔직히 전시회 제목을 멋지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렇게 정한 것이 아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사실 이 생각 말고는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제목을 붙였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응답>은 나의 사진작업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이다.
처음 나는 사진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고 그 방법론을 <실체와 허상>이란 퍼포먼스와 사진설치 작업을 했다. <자유공원>, <대상과 침묵의 접촉>, <불확실한 여행>, <북간도>, <즐거운 유배지>, <이 도시가 꿈꾸었던 그 꿈은 무엇인가>, <이상한 도시산책>, 그리고 최근 <인천 프로젝트>작업들 까지 사진에 대한 나의 고민과 근본적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다. 사진 작업하는 누군들 사진매체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겠는가? 새삼스럽게 나만 한 것처럼 떠벌리는 진부한 이런 고민을 늘어놓는 것은 나의 솔직한 태도에서 찾고 싶다. 그동안의 작업들은 모두가 나와 관계된 지역과 대상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기인하고 그때의 생각들이 담겨있다. 기본적으로 작업은 나와 관련이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없다는 어떤 고집이 작용했다.
“사진은 말이 없고 그 말 없는 사진에 말 걸기”가 최근 나의 작업에 화두다.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말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붙도록 하는 것, 그러니깐 대상 스스로 말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전시는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이는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 곧 의미를 만드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들은 이런 내 사진생각들을 과거 사진들과 최근 작업을 함께 보여주는 일종에 중간보고형식을 띄고 있다. 생각은 많은데 작업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항상 맴돈다. 이제 생각을 좀 버려야 할 것 같다.
이영욱: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과 박사수료.
경성대, 상명대, 중앙대 사진학부, 대학원. 철학아카데미, 사진공간 배다리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