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의 손에 의해 지하 막장에서
세상으로 나온 석탄은 소용돌이의 시간을 건너
검은색의 구멍 난 연탄으로 재탄생 되어
어느 굴곡진 골목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허름한 동내 골목에서,
연탄 타는 냄새가 하늘로 오르면
조잘거리던 사람들의 소리가
골목의 담벼락을 타고 흐른다.
절대 녹지 않을 것 같던 지긋지긋한
눈의 한기가 땅속으로 스며든 것처럼,
한기가 돌았던 “철암 동네”에 하나의 연탄으로
따스하게 바뀌어 가고,
연탄이 내뿜는 온기만큼
사람 사는 냄새도 짙어져만 간다.
세상의 소리가 뒤섞여 북적일 때쯤
과거의 일들을 붉은 불구멍에 넣고 태운 후
온유하고 따스하던 그 연한 봄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되어
하얀 연기가 꼬리를 물고 올라갈 즈음
피곤한 짧은 하루를 기댄 채
따사로운 내일을 기다려 본다.
박병문 작가는
태백 출생이고 현재 오투리조트에서 근무,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홍보운영위원과 한국리얼다큐사진가회회원.
2010년 제 24회 강원도 사진대전 대상, 2013년 제 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상 대상 등 여러 수상경력.
2014년 ‘아버지는 광부였다’ 개인전. 2013년 성남시청 초대전 '태백의 사계', 2014년 대한민국 국회초대전
'웅비하는 대한민국 그러게 말이다' 등 여러 단체전.
저서로 ‘금대봉의 야생화’, ‘아버지는 광부였다’ 사진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