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4월도 중순을 넘긴 나른한 봄날, 선배언니들과 부암동을 나서기로 한다.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인데도 식구들 끼니에 치인 언니들을, 모이기로 한 우리은행 종로지점 앞에서 20분을 서성거려 하나를 만나고 또 20분을 더 서성거려서야 셋이 합류, 버스 환승 시간도 놓친 채로 환승을 한다.

우씨~ 이래서 아줌마들 상대하기가 힘들다니깐.

다음에 두고 보겠어~ 속으로 투덜대며 부암동 주민센터 전 정류장에서 내리니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이다. 
사진은 물건너갔군. 

언니들 파파라치나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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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문학관에서 시작하는 인왕산 자락길. 

사직동까지 걸어보고도 싶으나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초입만 살짝 맛보고 다시 내려와 부암동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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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훌쩍 넘긴 언니와 지천명도 넘긴 지 오래, 이순을 바라보는 언니의 뒷모습이 발랄하다.
윤동주 문학관 담자락의 신록이 아름답다.
그녀들도 봄날로 돌아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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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인왕산 자락을 바라보며 피안의 세계에 빠져있는 여승을 만난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상념을 방해한 듯하다. 인기척에 바로 속세로 돌아와 담장을 내려오고 잠깐의 눈인사와 함께 총총히 멀어져가는 그녀, 앳되 보임에도 내 곁에 남은 속세의 언니들과 대조되는 깊은 눈빛의 그녀, 그녀의 상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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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으로, 계열사 치킨집을 지나니 이렇게 이쁜 대문도 있다. 

쇠창살 친 창문도 있다.
작지만 단호하게 닫힌 내부의 세계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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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엔 여전히 라카페갤러리가 있고, 박노해는 알자지라 사진전을 열고 있다.
갤러리입구의 꼭 1년 전 세월호의 흔적이 아픔으로 되살아난다.
그 험한 지역에서 사진으로 담아온 작가의 시적 언어와 세월호의 깊은 슬픔이 교차하면서 머릿속이 뒤엉킨 실타래가 된다.
조금 더 가니 호스피스 수도원이 있다.
나른하지만 눈부신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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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어느새 차량 위로 내려앉아 봄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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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암동 언덕길을 내려가는 언니들.
너무 늦게 나선 탓에 커피프린스는, 공유가 아닌 이선균은 포기해야 했지만 계열사 치맥은 포기할 수 없기에 서둘러 언니들 뒤를 따른다.



이은숙 작가는fleees01.jpg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를 수료하고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을 수료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며 포토저널 정회원 및 사진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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