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인듯 바람 아닌 바람 같은 사라짐

곽윤섭 2015.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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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효 사진전 ‘까마귀 나는 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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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석유화학공단의 업체에서 일하는 김남효(48)씨가 3월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 ‘까마귀 나는 대숲’전을 연다. 김씨와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90년대 말부터 사진을 시작했는데 마침 그 무렵 쌍둥이가 태어나 생후 100일까지 매일 아이들을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관심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 ‘까마귀 나는 대숲’은 울산 태화강에 날아오는 겨울철새 까마귀를 지난 5년 동안 찍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씨는 “그동안 나의 테마는 고래, 태화강, 까마귀, 반구대 주변 풍경 등으로 이어졌다. 고래와 까마귀의 차이가 없다. 나의 작업은 바다에서 시작해 태화강으로, 반구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에 사진집 ‘고래를 기다리며’를 냈으니 이제 태화강의 까마귀 차례이며 반구대가 다음이 될 것이다. 반구대에는 고래 그림이 많이 새겨져 있다. 까마귀는 해가 질 무렵이면 대숲으로 날아든다. 셔터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까마귀를 까마귀처럼 찍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형체가 사라지는 형상으로 묘사했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출근이나 퇴근 때 생기는 자투리 시간을 쪼개 사진을 찍는다. 집에서 태화강이 가깝다. 쉬는 날에는 아이들과 바람 쐬러 나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집을 나서는 것이 출사다”라고 말했다.

  울산, 부산, 서울 등에서 8번의 개인전을 열었던 김씨에게 스스로 사진작가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전업으로 하는 사진가들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냥 사진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라고 답했다.

 

작가노트

 

까마귀 나는 대숲 태화강

 

까마귀 나는 대숲 태화강이 흐르는 울산은 한국경제의 동력 이면서 심장과 같다.

또한 성장이 불안한 시기에 변화를 아름답게 말해주는 생명의 도시이며 신비한 원시의 문화 유적과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태화강은 새 생명을 부르고 잉태하고 키우며 기다리는 강인 동시에 과거(古)와 현재(來)를 잇는 상징이다 .

이것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 285호)에 새겨진 수많은 바위그림 속 정령(精靈)이 깃든 무속행위(샤머니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울산 앞 바다에 떠있는 무수한 철갑을 두른 선박, 자동차, 컨테이너화물선, 유조선 등은 또 다른 의미의 귀신 고래의 회유이며 아름다운 시간의 흔적인 동시에 오랜 기다림의 산물이다.

이렇게 수천 년 축적된 시간이 하나의 역사적 문화적 공간 안에서 현대적으로 존재 하는 곳이며 동물도 자연도 뼈와 나이테에 새겨진 기억들의 흔적을 찾아 각자의 방식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다.

 

사진은 오래 전부터 기억과 존재의 방식으로 말을 한다.

기억은 기록이며 존재는 부재로 증명되듯 시간 앞에서 영원한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때 거기에 존재 했던 모든 것은 시간의 풍경 앞에 사라짐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라진다는 것은 아주 어릴 적 전설의 고향 속 이야기처럼 무서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고향을 떠나온 뒤에 느껴지는 아득한 상실감으로 다가 오기도 했다

여전히 존재했지만 지나간 부재의 시간을 입증할 만한 것은 나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의 사물 그 대상 자체가 모두 빗나가고 무너지고 사라져 버렸다.

내가 사진으로 보려고 한 것은 고래의 잠영도 새의 비행도 눈으로 지각되고 재현된 이미지도 아니다. 기다림과 사라짐에 대한 끝없는 연민이며 부활에 대한 간절한 희망 같은 것이다. 사진은 그렇게 내안에 내재된 불안한 떨림으로 다가 왔다.

 

사진하는 게 세상 사는 일이라고 하나 내 생활 주변 영역에서 순간 소멸하며 남기는 잔상을 찾아내는 일은 쉽지만은 안았기 때문에 사진이 단 한번도 만만한 적 없었고 덤으로 얻어진 적 없었다

사진을 한다는 건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되돌아보는 일인 동시에 끊임없는 자기반성을 통해 삶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일이다. 또한 사진이 지향하는 것도 삶을 크게 벗어난 먼 곳이 아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며 치열하기보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사진 생활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

사진으로 마음 속에 깊이 오랫동안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기다리며 닮아가는 삶이 시간 속에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김남효



 
곽윤섭 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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